캄보디아 '상왕' 훈센… "날 겨냥한 드론 테러 적발, 암살자 제거하겠다"
신변 보호 명분 삼아 정적 제거 가능성

38년간 집권했던 ‘아시아의 독재자’ 훈센(72) 전 캄보디아 총리가 자신을 겨냥한 암살 정황을 포착했다고 밝혔다. 암살자에 대한 무관용 원칙도 천명했다. 현지 야권은 캄보디아 정부가 훈센 일가에 반기를 드는 인사를 탄압하기 위해 테러리스트 딱지를 붙인다고 지적했다.
AFP통신 등에 따르면 훈센 전 총리는 1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지난 11일 프놈펜 자택 인근에서 극단주의자들이 무인기(드론)로 나와 내 가족을 죽이려 했다”고 적었다. 누군가 암살 모의 정황이 담긴 오디오 파일을 최근 자신에게 전송해 위험을 사전에 알게 됐고, 테러 계획에 연루된 것으로 의심되는 남성을 체포한 상태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훈센 전 총리는 “(암살) 계획은 저지됐다”며 ‘감히’ 자신을 해치려는 사람은 누구든 제거하겠다고 강조했다. 같은 날 그의 측근 양 퍼우 캄보디아 왕립아카데미 사무총장도 “훈센 전 총리 자택 공격 시도는 캄보디아 지도부의 안보를 직접적으로 위협하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두 사람은 뚜렷한 증거나 체포된 사람의 구체적 신원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캄보디아 경찰도 암살 의혹, 체포 등 이 사건 관련 내용을 별도로 언급하지 않았다.

캄보디아 민주 진영은 정부가 눈엣가시 같은 야권을 탄압하기 위해 실체가 없는 ‘테러 카드’를 꺼냈다고 보고 있다. 훈센 전 총리 신변 보호를 명분으로 앞으로 정적 제거의 칼을 더 강력하게 휘두를 수 있다는 의미다.
캄보디아 최대 야당이었지만 2017년 반역 혐의로 해산된 캄보디아구국당(CNRP)의 엄 삼안 전 의원은 13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훈센의 주장은 매우 의심스럽다”며 “앞으로 캄보디아 안팎에서 이뤄지는 야당 활동을 테러로 지정하고, 반대파를 박해하는 데 악용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캄보디아에서는 2023년부터 훈센 전 총리의 장남 훈마넷이 대를 이어 총리직을 맡고 있다. 다만 상원의장으로 자리를 옮긴 훈센 전 총리가 ‘상왕’으로 실질적 통치를 하고 있다는 평가가 많다. 훈센 전 총리는 지난달 의회에 정부를 비판하는 사람을 테러리스트로 규정하는 새 법안을 발의하라고 요구했다.
같은 달에는 훈센의 정치적 맞수로 꼽혀 온 CNPR 소속 림 킴야(73) 전 의원이 태국 방콕 도심 한복판에서 피살되는 사건도 발생했다. 국제 인권단체는 훈센 일가를 범행 배후로 지목하고 있다.
하노이= 허경주 특파원 fairyhk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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