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아프리카인도 아닌, 프랑스인도 아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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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년경 서아프리카 코트디부아르에서 벌어진 한 집회.
"내게는 연극, 난해한 바로크 오페라인 셈이었는데, 그 대본이 내게는 없었다. (중략) 나만 거기에서 배제된 듯한 고통스러운 감정이 들었다."
2018년 대안 노벨문학상이라 불리는 '뉴아카데미 문학상'을 수상한 마리즈 콩데의 자전 에세이다.
코트디부아르를 시작으로 기니, 세네갈, 가나 등을 오가며 아프리카의 다양한 지식인, 정치인과 교유했던 일화도 생생히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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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 모든 것을 고통스럽게 바라보는 한 여성이 있었다. 본인도 흑인이지만 온전히 동조할 수가 없었다. 군중이 사용하는 지역어부터 그에겐 외국어였다. “내게는 연극, 난해한 바로크 오페라인 셈이었는데, 그 대본이 내게는 없었다. (중략) 나만 거기에서 배제된 듯한 고통스러운 감정이 들었다.”
2018년 대안 노벨문학상이라 불리는 ‘뉴아카데미 문학상’을 수상한 마리즈 콩데의 자전 에세이다. 평생 이중의 이방인으로 살아온 한 개인의 고뇌와 사유가 꾸밈없이 담겼다.
콩데는 1934년 프랑스령 과들루프섬에서 태어났다. 유복한 유년 시절을 보내며 성장 과정에서 프랑스 본토 문화의 영향을 강하게 받았다. 16세에 파리로 유학을 떠나 백인 중심 사회에서 흑인의 정체성을 처음 자각했다. 하지만 그는 아프리카에서도 환영받지 못했다. 프랑스에선 짙은 피부색 때문에 차별받았지만, 아프리카에서는 문화적으로 프랑스인과 가깝다는 이유로 질투받고 배척당했다. 아버지가 숨진 뒤 고향 과들루프와의 연결마저 끊기자 콩데는 이렇게 회고했다.
“나는 무국적자, 태어난 곳도 소속된 곳도 없는 주거 부정자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시에 나는 완전히 기분 나쁘지만은 않은 일종의 해방감을 느꼈다. 이제부터는 온갖 평가에서부터 놓여 났다는 해방감을.”
그는 자신의 상처, 과오, 불안, 환희를 가감 없이 기록했다. 자기변명을 하거나 스스로를 훌륭한 인물로 그리지 않았다. 제목처럼 ‘민낯’에 가깝다. 교육자, 지식인, 어머니, 여성, 이방인으로서 인생 여정을 그대로 펼쳐놓는다. 코트디부아르를 시작으로 기니, 세네갈, 가나 등을 오가며 아프리카의 다양한 지식인, 정치인과 교유했던 일화도 생생히 담겼다.
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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