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불쾌·불안하게 시작한 뮌헨안보회의... '우크라 종전 담판' 나올까
트럼프·푸틴 대화 직후... 미국·우크라 회담"
"유럽 민주주의 후퇴" 美 밴스 발언 파장도
글로벌 안보 현안을 각국 정부가 함께 논의하는 세계 최대 연례 안보회의 '뮌헨안보회의(MSC)'가 14일(현지시간) 독일 바이에른주(州) 뮌헨에서 개막했다.
MSC에서는 오는 24일로 만 3년을 맞는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과 관련,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구체적인 종전 구상을 공개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종전 해법 도출 가능성은 크지 않다. 우크라이나와 유럽이 바라는 방안을 미국이 내놓을 것 같지 않아서다.
이에 서방 국가들은 '러시아 편향'과 '미국 일방주의'라는 비판을 받는 트럼프 행정부가 종전 논의를 주도하지 않도록 치열한 외교전을 벌일 전망이다.
사흘간 회의... 미국의 '종전 구상'은
올해로 61회째를 맞은 MSC는 14일 오후 뮌헨 바이어리셔호프 호텔에서 막을 올렸다. 16일까지 이어지는 회의에는 각국 정부 수반 50여 명과 장관급 150여 명 등을 비롯, 약 110개국에서 800명 이상이 참석한다. 한국에서도 조태열 외교부 장관이 이끄는 대표단이 참석한다.
가장 주목되는 것은 '트럼프 팀' 행보다. JD 밴스 부통령이 이끄는 미국 대표단은 연설·패널 토론 등을 통해 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내는 방안을 공개할 계획이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의 회담도 예정돼 있다.
그러나 종전 논의는 우크라이나의 '희망 사항'에 어긋날 공산이 크다. 트럼프 대통령이 12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일대일 통화에서 '종전 협상 개시'를 합의한 것 자체가 '우크라이나 패싱' 의지를 보인 것으로 해석된다. 미국은 해당 통화 전후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에 빼앗긴 영토를 모두 되찾을 수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 가입할 수도 없을 것'이라고 선을 긋기도 했다.
이에 우크라이나와 유럽은 '성토'로 MSC를 시작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종전 논의에서 속도전을 벌이는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준비된 계획을 가지고 있지 않다"고 직격했다고 영국 텔레그래프는 보도했다. 나토 국방장관회의에서 카야 칼라스 유럽연합(EU) 외교안보 고위대표는 "빠른 합의는 '더티 딜(dirty deal·더러운 거래)'이 될 것이고, 우리 등 뒤에서 하는 어떤 협상도 효과가 없을 것"이라고 전날 비판한 바 있다.
다만 미국·우크라이나 회담의 핵심 의제 중 하나인 '광물 협상 체결'에서는 성과가 나올 수 있다. '미국이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을 지속하는 대가로 우크라이나 내 광물 개발을 통해 이득을 취한다'는 취지의 협정안을 양국은 심도 있게 검토했다.
美 밴스 "유럽, 내부 위협이나 살피라"
유럽도 불편한 표정으로 미국을 맞았다.밴스 부통령이 연설에서 '유럽의 민주주의 후퇴'를 주장했기 때문이다. 그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대한 EU의 과잉 규제, 일부 국가에서 종교의 자유 통제 등을 언급하며 "미국과 공유하는 가장 근본적인 가치에서 유럽이 후퇴하고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 중국 등으로부터의 위협이 아닌 유럽 내부로부터의 위협을 경계하라"고도 덧붙였다.
유럽 안보 측면에서 미국이 '충격 발표'를 할 가능성도 제기됐다. 크리스토프 호이스겐 MSC 의장은 독일 도이칠란드푼크 인터뷰에서 "밴스 부통령이 뮌헨에서 '유럽에 주둔하는 미군 대부분을 철수한다'는 발표를 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다만 미국이 나토 회원국을 향해 거듭 압박해온 방위비 증액에 대해서는 유럽도 어느 정도 동조하는 분위기였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연설에서 "방위비 증액시 채무 규제를 면제할 수 있도록 EU 관련 규정의 예외 조항을 활성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럽이 우크라이나를 비롯한 유럽의 안보 비용을 미국에 떠넘기고 있다'고 보는 트럼프 대통령은 나토 회원국에 현재의 2배 수준인 국내총생산(GDP) 5%를 방위비로 할당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유럽 외교 소식통을 인용, 각국 장관이 뮌헨에서 미국 당국자들을 상대로 '솔직하고 따져 묻는 대화', 곧 날 선 대화를 하기로 합의했다고 13일 전한 바 있다.
트럼프 취임 후 첫 한미 회담... 북한·관세 논의
조태열 장관은 뮌헨에서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과 회담할 예정이다. 미국 트럼프 2기 정부 출범 후 첫 한미 외교장관 회동이다. 한국의 '정상 외교'가 불가능한 상황인 만큼, 이번 회담을 둘러싼 안팎의 관심도 더 커졌다. 조 장관은 한국이 대북한 정책의 핵심 당사국임을 못 박는 한편,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폭탄' 정책에 대한 조율도 시도할 전망이다. 이와야 다케시 일본 외무장관이 참여하는 한미일 3자 회담도 열린다.
뮌헨= 신은별 특파원 ebshin@hankookilbo.com
손성원 기자 sohns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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