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착카메라] 5시간 '피바다' 수술실은 흔한 일…중증 외상 의료진의 하루

정희윤 기자 2025. 2. 14.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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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최근, 중증 외상 전문 의사를 양성하는 국내 유일의 수련 센터가 문을 닫을 뻔 했다가, 긴급 예산이 투입되면서 고비를 넘겼습니다.

일하기는 힘든데 수익은 덜 나는 분야이지만, 중증 외상 환자를 포기할 수 없다는 사명감으로 뭉친 이 센터 의료진들의 모습을 밀착카메라 정희윤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오전 7시 30분

이른 아침, 병동에 나타난 최정석 교수.

이미 정형외과 전문의이지만, 이 중증 외상 전문의 수련센터에서는 외상외과 '수련생'입니다.

최 교수는 출근하자마자 전날 수술 받은 환자 상태부터 확인합니다.

[최정석/고대구로병원 정형외과 전문의·외상외과 수련 전임의 : 저희가 수술할 때 포지션(자세)을 어쩔 수 없이 개구리 자세로 하거든요. 이 상태로 4시간 있으면 배기고 아플 수밖에 없긴 없어요.]

오전 8시

쉴 틈도 없이, 네 개 과가 모인 '외상팀' 교수진이 회의를 합니다.

외상 환자는 이렇게 여러 과가 상의할 게 많기 때문입니다.

[오종건/고대구로병원 중증외상 전문의 수련센터장 : 처음 엑스레이를 왼쪽에 띄우고 CT랑 비교해 봐요.]

[최정석/고대구로병원 정형외과 전문의·외상외과 수련 전임의 : 왼쪽의 이미지는 응급실에서 이제 바인더(보호대)를 착용하기 전에 찍은 거기 때문에…]

오전 9시

오전에 예정된 수술만 두 건.

회의 직후 수술실로 갑니다.

수술 중에도 최 교수를 찾는 연락이 계속 옵니다.

[최정석/고대구로병원 정형외과 전문의·외상외과 수련 전임의 : 아, 그럼 제가 마취과 당번에게 연락해서…]

오전 10시 30분

또 다른 수련생인 신경외과 석진후 교수.

환자 시술 준비 중에도 전화가 계속 걸려 옵니다.

[석진후/고대구로병원 신경외과 전문의·외상외과 수련 전임의 : 응급실에 또 환자가 와가지고요. 수시로 전화를 받으면 이제 응급실 환자에 대해서 파악을 하고…]

오후 12시 30분

두 번째 수술이 끝난 최 교수.

'먹을 수 있을 때 먹어둬야 한다'는 건 불문율입니다.

[오종건/고대구로병원 중증외상 전문의 수련센터장 : 점심을 밖에 나가서 먹은 기억이 없는 것 같아요. {교수님 안 계실 때 한 번씩 나가요} 아 그래? 나만 빼고?]

오후 1시

곧바로 오후에도 수술 두 건이 잡혀있습니다.

이 교통사고 환자는, 출혈이 많아 바닥엔 피가 흥건합니다.

[오종건/고대구로병원 중증외상 전문의 수련센터장 : 기존에 사용한 금속을 다 빼고 얼라인먼트(정렬)도 다시 맞추고 뼈 이식을 하려고 하는데…]

[최정석/고대구로병원 정형외과 전문의·외상외과 수련 전임의 : 교수님이랑 같이 체험을 하니까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대처해야 한다는 걸 순간순간 계속 배우는 거죠.]

지금 이 수술은 최소 4시간 정도 걸린다는데 저희 취재진도 한번 기다려보겠습니다.

저녁 8시

다섯 시간 만에 수술이 끝났습니다.

[최정석/고대구로병원 정형외과 전문의·외상외과 수련 전임의 : (수술한) 환자분들 상태 체크하긴 해야 하는데 그래도 오늘 잘 된 것 같습니다. 계획한 대로도 수술이 잘 됐고…]

중증 외상 전문의를 배출해서 전국의 대학병원으로 보내는 게 이 센터의 목표이기도 합니다.

[최원석/고대구로병원 정형외과 외상 전문의 : 외상 환자 절반 이상이 여러 과가 개입해야 하는데 이런 센터에 있지 않고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잘 모를 수밖에 없습니다.) 단순히 그러면 '아, 우리가 못 본다. 다른 병원 보내자' 이거밖에 안 될 거고…]

하지만 이달 말 수련을 마치는 최정석, 석진후 교수가 마지막이 될 뻔 했습니다.

예산이 끊겼기 때문입니다.

다행히 서울시 긴급 예산 투입 덕분에, 일단 올해 고비는 넘겼습니다.

[최정석/고대구로병원 정형외과 전문의·외상외과 수련 전임의 : 지금 전국에 정형외과 외상을 전공하는 전임의가 딱 두 명 있거든요. 그중 한 명이 저고… 센터가 문을 닫는다는 게 사회적으로 많은 사람이 우리가 하는 일의 가치를 잘 알지 못하는구나 라는 생각이 들어서 슬펐습니다.]

이렇게 힘든 중증 외상 센터 수련생이 된 이유를 물었습니다.

[석진후/고대구로병원 신경외과 전문의·외상외과 수련 전임의 : (외상 환자들이) 일을 하는 작업 도중에 다쳐서 오시는 경우가 굉장히 많아요. 그 보호자나 가족을 볼 때는 정말 마음이 너무 아프더라고요. 외상이라는 것은 누구에게든 발생할 수 있는 일이잖아요.]

이런 전문가들을 배출하는 국내 유일 중증외상 전문의 수련 센터.

예산이 끊겨 사라질 위기에 놓였지만 간신히 심폐소생술을 받았습니다.

응급 처치를 마쳤으니 이제는 완전한 회복을 위해 노력할 때죠.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 중증 전문의들이 잘 양성될 수 있도록 장기적인 처방이 필요합니다.

[작가 유승민 / 영상취재 김진광 / VJ 김수빈 / 영상편집 김영선 / 영상디자인 최수진 / 취재지원 박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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