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자사주 수조 원어치 소각해도 주주들은 울상, 왜?

안하늘 2025. 2. 14.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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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17일까지 3조 원 규모의 자사주를 소각하고 추가로 11월까지 7조 원에 대한 자사주 매입을 진행한다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지만, 시장에선 그로 인한 주가 부양 효과가 제한적이라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삼성전자가 자사주를 소각할 때마다 삼성생명, 삼성화재가 들고 있는 삼성전자 지분이 대거 매물로 출현할 수밖에 없는 구조적 한계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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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사주 3조 소각한 삼성전자, 7조 추가 매입기로
이미 2800억 규모 매각한 생명·화재, 또 매각 압박
밸류업 위해 자사주 소각, 밸류업 효과 낮추는 역설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의 모습. 연합뉴스

삼성전자가 17일까지 3조 원 규모의 자사주를 소각하고 추가로 11월까지 7조 원에 대한 자사주 매입을 진행한다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지만, 시장에선 그로 인한 주가 부양 효과가 제한적이라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삼성전자가 자사주를 소각할 때마다 삼성생명, 삼성화재가 들고 있는 삼성전자 지분이 대거 매물로 출현할 수밖에 없는 구조적 한계 때문이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는 금융산업의 구조개선에 관한 법률(금산법) 규제에 따라 삼성전자의 주식을 추가로 1,100만 주 이상 팔아야 할 수 있다. 현재 가치로 6,000억 원이 넘는 규모다.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는 이미 12일 보유 중인 삼성전자 주식을 425만2,305주, 74만3,104주씩 블록딜(시간 외 대량매매)로 처분했다. 매각 금액만 각각 2,337억7,472만 원, 408억5,288만 원에 달한다. 주당 판매가격은 당일 종가의 1.3% 할인율을 적용한 5만4,900원 수준이다.

두 회사가 삼성전자 지분을 매각한 이유는 금산법 때문이다. 금산법에서는 금융회사의 비금융 계열사 주식 보유 한도를 10% 등으로 제한하고 있다. 그동안 생명과 화재는 10% 선에 맞춰 삼성전자 지분을 보유해 왔는데, 삼성전자가 지난해 11월 정부의 밸류업 정책에 부응하기 위해 대대적인 자사주 매입 및 소각 계획을 발표하면서 문제가 생겼다. 삼성전자가 3조 원 규모의 자사주 소각을 취할 경우 생명과 화재의 지분율은 10.08%로 올라간다. 또다시 0.08%에 해당하는 약 477만여 주를 매각해야 하는 셈이다.

삼성전자가 11월까지 추가로 자사주 7조 원 규모를 매입한다는 계획도 마찬가지다. 시장에선 애플 등 글로벌 기업처럼 소각까지 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하지만 삼성전자가 7조 원 규모 지분을 소각할 경우 현행 금산법 체계에선 또다시 생명과 화재가 지분을 팔아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그 결과 대량 매도 물량이 시장에 풀리는데, 이는 주가에 악재로 작용한다. 삼성전자가 밸류업을 위해 자사주를 소각하는데, 생명과 화재가 매각해야 하는 삼성전자 지분이 밸류업 효과를 상쇄시키는 역설적 상황이 되는 셈이다.

다른 금융사도 상황은 비슷하다. JB금융지주의 경우 최대 주주인 삼양사의 지분이 14.75%로, 지방금융지주의 단일 주주가 보유할 수 있는 지분 한도 15%를 목전에 두고 있다. JB금융지주가 자사주 소각을 진행하면 삼양사의 지분율이 15%를 넘길 수 있다. DGB금융지주도 최대 주주인 OK저축은행이 지분 9.55%를 보유하고 있어 자사주 소각에 따라 시중은행이 적용받는 제한선인 10%를 넘을 수 있는 처지다.

이에 자사주 소각 등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조치에 대해선 예외적으로 금산법 적용을 완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하지만 금융당국 관계자는 "예외를 인정할 경우 재벌 그룹의 순환출자, 사업자본의 금융자본 지배 등 악용될 소지도 있다"며 "생명·화재 등 주요 주주들은 지분 규제를 초과하는 만큼만 지분을 내놓을 것이기 때문에 전체 자사주 소각에 큰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안하늘 기자 ahn70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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