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수 추계위 설치' 공청회…의결권·구성 두고 날선대립

백영미 기자 2025. 2. 14. 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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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결권 부여·전문가 비율 등 쟁점
"사회적 합의 바탕 장기적 접근을"
"내년도 의대정원 특례조항 필요"
[서울=뉴시스] 고승민 기자 =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보건복지위원회의 의료인력 수급추계기구 법제화를 위한 공청회에서 옥민수 울산의대병원 예방의학과 부교수가 발언하고 있다. 2025.02.14. kkssmm99@newsis.com

[서울=뉴시스] 백영미 기자 = 의대 증원을 둘러싼 의정 갈등이 1년 넘게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내년도 의대 정원 결정 과정에 참여하는 ‘의료인력 수급 추계위원회(추계위)’의 역할, 의결권 부여 여부, 전문가 구성 비율 등을 두고 전문가들의 견해가 엇갈렸다.

'의료인력 수급 추계기구 법제화를 위한 공청회'가 14일 오전 의사단체, 환자단체, 소비자단체, 대학교수 등이 참석한 가운데 서울 여의도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회의장에서 열렸다.

현재 국회에는 추계위 설치 관련 법안 총 6건이 발의돼 있다. 국민의힘 김미애·서명옥·안상훈 의원과 더불어민주당 이수진 의원이 대표 발의한 '보건의료기본법 일부 개정 법률안' 4건과 더불어민주당 강선우·김윤 의원이 대표 발의한 '보건의료인력지원법 일부 개정 법률안' 2건이다.

이날 공청회에선 추계위의 권한을 추계 결과를 심의하는 자문기구로 제한해야 한다는 의견과 최종 의사 결정까지 부여해야 한다는 견해가 공존했다.

신영석 고려대 보건대학원 연구교수는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특별한 이유가 없는 한 복지부 장관은 위원회 수급 추계 결과를 준용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다만 추계위의 역할은 추계 결과를 심의하고 정책을 제안하는 자문기구로, 최종 의사 결정은 정부에 맡겨야 한다고 밝혔다.

신 교수는 "보건의료 정책은 적정인력, 적정 보상, 이용 체계(공급 체계)가 상호 밀접하게 운용돼야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면서 "의사의 경우 인력 양성에 10년 이상이 소요돼 미래 보건정책인 이용 체계, 지불 제도 등이 어떻게 준비될 것인지에 따라 인력 수요가 달라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안기종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대표도 보건의료인력 양성 대학의 입학정원에 대한 추계위의 역할과 권한을 의결이 아닌 심의로 한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안 대표는 "국회에 발의된 6개 법안 모두 추계위의 심의 결과를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보건의료인력정책심위위원회에서 의무적으로 반영하거나 고려하도록 규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기주 대한병원협회 기획부위원장도 "‘보건의료인력 양성 대학의 입학정원’이 교육의 질적관리나 교육 환경에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에 국가의 전반적인 교육정책의 방향성과 일관성을 가져야 함을 고려해야 한다"며 "현행과 같이 복지부 장관과 협의해 교육부 장관이 정해야 하는 절차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반면 장원모 보라매병원 공공의학과 교수는 "(추계위 설치 관련)6개 개정법률안 중 3개 개정안에서 추계위의 심의·의결 권한을 명기했다"면서 "위원회의 안정적이고 지속적 운영을 위해 인력 수급 관리에 필요한 사항 등을 심의 및 의결하는 권한을 위원회가 가질 수 있도록 법률적 근거를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안덕선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원장도 "장·차관이 직접 위원장을 맡는 위원회 구조는 얼핏 다양한 의견 수렴을 위한 민주적인 절차로 보이지만 정책 수립을 위한 숙의는 이뤄지지 않는 구조로 절차상 요건을 갖추기 위한 형식적 행위"라면서 "공청회 이후 수 차례의 의견 수렴 절차를 통해 의사결정 절차를 별도로 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안 원장은 추계위의 독립성과 전문성, 투명성 확보를 위해 기존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보정심) 산하가 아닌 비정부 법정단체 형태를 요구하고 있다. 해외 사례를 보면 의료 인력 수급 또는 관련 정책 논의 구조에서 독립성이 보장되고, 전문가단체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는 구조를 확보하고 있다는 이유다.

장부승 일본 관서외국어대 교수도 "일본의 경우 의대 정원은 원칙적으로 내각의 결정이여서 후생노동성 혹은 문부과학성이 일방적으로 결정할 수 없는 구조를 갖고 있다"면서 "이런 구조를 도입해 복지부와 교육부가 협의토록 해 어느 한 쪽이 일방적으로 결정하지 못하도록 하고 복지부는 추계위의 건의 없이 교육부와 협의하지 못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고승민 기자 =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보건복지위원회의 의료인력 수급추계기구 법제화를 위한 공청회에서 옥민수 울산의대병원 예방의학과 부교수가 발언하고 있다. 2025.02.14. kkssmm99@newsis.com

이날 공청회에선 추계위 위원 구성도 핵심 쟁점이였다. 의사 등 의료단체에서 추천한 위원을 과반 이상으로 채워야 한다는 의견과 이를 반대하는 견해가 뒤섞여 나왔다.

안덕선 원장은 정부 인사가 아닌 전문가 중 추계위원장을 위촉하고, 위원은 의사 등 해당 직역 전문직이 3분의2 이상 차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안 원장은 "의료인력 정책 결정에 있어 별도의 위원회가 있는 국가들의 경우 해당 직종 전문가를 다수로 구성해 직역별 논의를 보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민수 의협 정책이사(사직 전공의)는 "추계위의 인적 구성은 각 직종의 현장 전문가가 과반을 차지해야 한다"면서 "의료인력 추계는 단순한 전체 추계 뿐 아니라 지역별 추계, 진료 과목별 추계가 함께 이뤄져야 하기 때문에 고도의 전문성이 요구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위원회의 구성은 독립 중개기구의 내규로 정하게 하거나 상위법에서 명시해야 하고 전문가 단체의 위원 추천권을 충분히 보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부승 교수도 "일본의 사례처럼 우리나라의 추계위도 최소한 4분의 3 정도를 개원의, 의대교수, 병원 행정 유경험자 등 의사 면허 소지자로 구성하고, 의사 면허 소지자에 대한 추천권을 의사단체 측에 부여할 필요가 있다"면서 "같은 의사라고 하더라도 다양한 출신과 배경을 갖는 의사들이 망라됨으로써 각자의 전문성이 보완돼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고승민 기자 = 박주민 국회 보건복지위원장이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를 개의하고 있다. 2025.02.14. kkssmm99@newsis.com

반면 안기종 대표는 추계위를 보건의료인력 직능단체가 추천하는 전문가와 보건의료 수요자를 대표하는 단체가 추천하는 전문가로 구성하고, 객관성과 공정성을 담보하기 위해 반드시 비율을 동수로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안 대표는 "보건의료인력 직능단체에서 추천한 위원이 추계위 전체 위원 중 과반 이상 포함되면 심의 결과의 공정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면서 "심의 결과에 대한 공신력을 높여 보정심에서 추계위의 심의 결과를 반영하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서라도 추계위 구성의 객관성과 공정성 담보는 절대 양보할 수 없는 마지노선"이라고 주장했다.

강정화 한국소비자연맹 회장도 "각 직종별 단체와 노동자단체, 환자, 소비자단체, 학계가 추천하는 위원으로 구성하는 것에 대해 원칙적으로는 반대하지는 않지만 보건의료 공급자 측에서 추천하는 위원이 추계위 또는 직종별 분과 위원회의 과반수를 차지하는 일부 법안들에 대해서는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정형선 연세대 보건행정학부 교수도 "추계 결과에 대한 심의·의결권을 갖거나 사실상 반영되는 조직은 이해당사자가 과반이 돼 결정을 주도하는 구성이 되면 안 된다"면서 "의결하는 조직이 ‘직종 전문가’, ‘이해당사자’를 중심으로 구성되는 것은 객관성을 담보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의사 수 추계는 사회적 합의를 통해 방향을 설정하고 의료 이용 형태 변화, 의료전달체계(환자의뢰체계), 의학교육, 필수의료 소생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장기적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정재훈 고려대 의과대학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의사인력 수급은 국가 전체의 인적자원 전략과 맞물려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면서 "추계는 어떤 의료체계를 지향하는지에 따라 결과값이 크게 달라지는 특성이 있다"면서 "사회적으로 합의된 목표와 가치를 명확히 설치하고 실현하기 위해 서로 얼마나 솔직하게 논의하고 협력하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허윤정 단국대학교병원 권역외상센터 외상외과 조교수는 의학교육 여건을 고려해 추계위 설치 법안에 2026학년도 의대 정원과 관련된 특례 조항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허 조교수는 "지난해부터 유급된 학생과 증원된 신입생을 합산하면 2025년도 1학년 학생은 7500명에 이른다"면서 "150여 명의 임상 교수가 근무하는 단국대병원의 지난해 퇴사자는 24명으로 전년도 동일 기간보다 3배 늘어나 2~3배의 학생을 받아 교육하는 것은 물리적·질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책임을 통감하고 2026년도 의대생을 선발하지 않는 안식년의 필요성을 강력히 호소한다"면서 "멸종 위기에 처한 필수의료를 구하기 위해 남은 골든아워는 이미 끝나가고 있지만 매일 외상 센터로 실려오는 단 한 명의 생명이라도 놓치지 않도록 힘이 다하는 날까지 자리를 지킬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공감언론 뉴시스 positive100@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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