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가 세계를 희생시켜 얻고자 하는 것들 [마켓톡톡]

한정연 기자 2025. 2. 14.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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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스쿠프 마켓톡톡
트럼프발 자유기업 자본주의 3편
트럼프가 내놓은 이질적 행정명령
선명하게 가리키는 한가지 지점
기업‧최대주주에게만 이로운 세상
국민 희생되든 말든 상관 없어
밀레이 2024년 다보스포럼 연설
트럼프 정책과 깊은 상관관계

#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지난 3일(현지시간) 폭스뉴스에 출연해 자신만만하게 말했다. "트럼프의 백악관에서는 너무 많은 좋은 소식이 나오고 있고, 너무 많은 승리를 거두고 있어서 전통적인 주류 언론은 따라잡을 수 없을 것이다."

# 레빗 대변인은 "우리는 세계에서 가장 훌륭한 국가로 당연하게 여겨져 왔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그대로 말하거나 미국인의 이익을 위해서 이를 활용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숱한 행정명령엔 자유기업 자본주의란 철학이 담겨 있다. [사진 | 뉴시스]

실제로 트럼프 2기 백악관의 속도전은 1기와 비교해도 남다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첫주부터 다양한 종류의 정책들을 쏟아내고 있다. 레빗 대변인의 말처럼 미국의 전통적인 주류 언론은 그중 몇가지를 골라서 여기에 초점을 맞추느라 정신이 없어 보인다. 더스쿠프는 트럼프가 이 수많은 정책을 활용해서 정말로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에 초점을 맞췄다.

우리는 2월 12일자 '기업 이익이 정의: 트럼프발 '자유기업 자본주의' 위험한 실체'와 2월 13일자 '국민들 고통받든 말든…기업만 자유로운 트럼프의 나라' 기사를 통해서 트럼프 대통령이 이질적인 여러 정책을 통해서 미국 기업과 미국에 상장한 기업, 미국으로 생산거점을 이전한 해외 기업들의 비용을 크게 절감해 줄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실제로 미국 기업들은 해외원조를 담당하는 국제개발처(USAID)가 폐지되면 상당한 기부 부담을 줄일 수 있고, 외국 공무원들에게 뇌물을 주는 것을 금지하는 법률인 '외국 부패 행위 방지법(FCPA)'의 적용을 중단하면 벌금에서 벗어나는 동시에 자유롭게 뇌물로 계약을 확보할 수 있다. 아울러 DEI(다양성·형평성·포용성) 정책이 폐기되면서 수익의 1% 가까이를 차지하는 천문학적 소송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이런 트럼프의 정책적 전략엔 그만의 패턴이 있었다. 전혀 다른 듯한 여러 정책은 선명하게 한 지점을 가리키고 있었다. 오직 미국 내 기업과 최대주주인 기업가에게만 유리한 '자유기업 자본주의(Free enterprise capitalism)'였다. 여러 종류의 이질적인 정책들은 모두 미국 내 기업의 비용을 절감해 주는 것이었다. 기업을 소유하지 않은 대부분의 미국인은 피해를 볼 수도 있는 구조다.

그런데도 최연소 백악관 대변인 캐롤라인 레빗의 말처럼 트럼프가 정말 모든 미국인의 이익을 위해서 일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 그렇게 말하기도 힘들고, 그렇게 보이지도 않는다. 트럼프 자신은 그렇게 보이려고조차 하지 않았다.

이런 맥락에서 우린 트럼프가 당선되자마자 비공식적이지만 가장 처음 만난 해외 정상인 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에게 초점을 맞췄다. 밀레이는 지난해 1월 다보스포럼에서 '자유기업 자본주의'를 주장하며 기업가들에게 "충성"을 맹세했다.

그는 다보스에서 국가에 기생하는 공무원이나 복지 대상인 국민을 '기생충'이라고 부르는 걸 주저하지 않았고, 정치인과 정부를 척결의 대상처럼 취급했다. 밀레이는 취임 후 6개월 만에 국민의 53%를 빈곤층으로 전락시켰지만, 사과도 미안한 기색도 보이지 않았다.

[사진 | 뉴시스]

역사적으로 '자유기업 자본주의'와 같은 치우친 철학이 대두하면, 권위주의체제나 전체주의가 발현하곤 했다. 1932년 경제적 어려움을 극복하겠다며 시작한 오스트리아의 독재에 이론을 제공한 루트비히 폰 미제스는 1949년 「인간행동」이란 책에서 국가가 비합법적인 폭력까지 동원해 시장경제, 이를테면 기업의 100% 자유를 지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가가 시민을 복종시키기 위해 폭력을 행사하는 때는 시장경제의 보존과 올바른 작동을 위해 그것을 파괴하는 행동을 제지할 때뿐이다."

트럼프는 당선된 직후 플로리다주에 있는 자신의 개인클럽 마러라고에서 열린 보수주의정치행동회의(CPAC·Conservative Political Action Conference)에 참석했다. 일론 머스크도 이 자리에 있었다. 밀레이도 한걸음에 달려왔다. 밀레이는 CPAC 무대 뒤에서 트럼프, 머스크와 각각 따로 사진을 찍었다. 조명조차 없는 사진들이었다.

이런 트럼프, 머스크, 밀레이가 지향하는 세상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 국민의 절반 이상이 빈곤충으로 전락해도 아무 문제가 없고, 오직 자유로운 기업들과 이곳의 최대주주들만 행복해도 되는 그런 세상일까.

한정연 더스쿠프 기자
jeongyeon.han@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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