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강혁 같은 천재 혼자 외상센터 운영 못 해…안정적 시스템 절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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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넷플릭스 드라마 '중증외상센터'가 인기를 얻으면서 실제 권역외상센터에서 고군분투하는 의사들에게도 관심이 쏠린다.
중증외상 전문의 1세대로서 오랫동안 의료 현장을 지켜온 조항주 대한외상학회 이사장(가톨릭대 의정부성모병원 경기북부 권역외상센터장)에게 지난 12일 권역외상센터의 근무 환경과 센터가 필요한 이유 등을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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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이라크 자이툰병원 근무하며 외상학에 관심
“중증외상센터는 팀워크가 중요… 마취과 묘사는 실제와 달라”
“사회적 약자 다쳐서 오는 센터 투자 확대해야”

최근 넷플릭스 드라마 ‘중증외상센터’가 인기를 얻으면서 실제 권역외상센터에서 고군분투하는 의사들에게도 관심이 쏠린다. 중증외상 전문의 1세대로서 오랫동안 의료 현장을 지켜온 조항주 대한외상학회 이사장(가톨릭대 의정부성모병원 경기북부 권역외상센터장)에게 지난 12일 권역외상센터의 근무 환경과 센터가 필요한 이유 등을 들어봤다. 다음은 일문일답.
―드라마 ‘중증외상센터’의 주인공 백강혁 같은 외상학 세부 전문의가 되려면 어떤 과정을 거쳐야 하나?
“의대 6년, 전공의 4~5년을 거쳐 전문의를 딴 뒤 외상학 세부 전문의가 되기 위한 수련을 2년 추가로 받아야 한다. 수련병원은 전국 27곳이다. 최근 예산 삭감 논란이 일었던 고려대구로병원 중증외상 전문의 수련센터도 그중 한곳이다. 과거에는 외과, 정형외과 등 특정 진료과목 전문의만 지원할 수 있었지만, 현재는 모든 진료과목 전문의가 수련받을 수 있다. 외상학 세부 전문의는 지난해 기준 371명이다. 최근에는 한해 10~20명 배출됐고, 올해 13명이 시험을 봤다.”
―언제 외상학에 관심을 갖게 됐나.
“2005년 이라크 자이툰병원 진료부장으로 7달간 근무했다. 열악한 환경의 컨테이너에서 파편상을 입은 환자를 보는 등 다양한 수술을 했다. 이 시기 외상학에 관한 영어 서적을 접하면서 관심이 커졌다. 국내에 돌아왔을 때는 병원에 외상외과가 만들어지기도 전이어서 어려움이 있었지만, 2011년 의정부성모병원이 외상외과를 만들었고 이후 쭉 근무하고 있다.”
―전국의 권역외상센터 수나 인력 상황은 어떤가?
“전국 17개인데 부족하다. 서울에 권역외상센터는 국립중앙의료원 한곳뿐이다. 공터가 적은 서울에서는 헬기 이송이 쉽지 않아 한곳 정도는 더 필요하다. 다만 센터만 늘리는 것은 의미가 없다. 학회는 센터당 전문의 23명 정도는 필요하다고 보는데, 실제 일하는 전문의 수는 평균 11.1명(2023년 기준)에 그친다. 근무 강도가 높고 위험 부담이 큰데다 처우도 좋지 않아 2년 추가 수련을 받으면서 외상학 전문의가 돼 권역외상센터에 근무하려는 의사가 많지 않다.”

―권역외상센터는 왜 필요한가?
“센터에 오는 환자는 대부분 사회적 약자다. 공사장에서 추락한 환자, 공장 기계에 빨려들어간 환자, 배달하다가 오토바이 사고가 난 환자 등이다. 이들을 살리기 위해 투자를 해야 한다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교통사고가 나거나 스키 등 운동을 하다가 다쳐서 오는 경우도 있어 누구든 중증외상 환자가 될 수 있기도 하다.
권역외상센터는 정부가 인건비를 보조하고 시설, 장비 등을 지원하기 때문에 의료진이 언제 올지 모르는 환자를 받기 위해 대기할 수 있다. 권역외상센터 외에는 대형병원이라도 수술방을 비워두고 의료진이 대기하고 있는 게 아니어서, 권역외상센터 이송 기준에 해당하면 센터로 와야 생존 확률을 높일 수 있다.”

―드라마 ‘중증외상센터’를 보고 공감되는 부분이 있다면?
“주인공이 모든 수술을 할 수 있는 것처럼 묘사된 부분을 긍정적으로 봤다. 현재 대학병원은 진료 분야가 지나치게 세분화돼 있다. 예를 들어 정형외과 안에서도 손을 보는 전문의 따로, 무릎을 보는 전문의 따로 있는 식이다. 이런 방식으론 야간 응급 상황에 대처하기 어렵다. 전문의 수련 때부터 한 사람이 응급 상황에 지금보다 더 많은 부분을 진료할 수 있도록 역량을 길러줘야 한다.
마취통증의학과 의사에게 거친 발언을 쏟아내는 장면에는 공감되지 않았다. 불만이 있더라도 권역외상센터에서는 팀워크가 중요해 그런 방식으로 대처하진 않는다. 밤중에 전화해 도움을 요청하면 ‘얼마나 급한 일이면 그렇겠나’라며 달려오는 게 권역외상센터 동료들이다.”
―권역외상센터가 성장하기 위해 바라는 점이 있다면?
“더 많은 의사가 필요한데, 지금과 같은 환경에선 어렵다. 정부 지원 확대 등 의사들이 권역외상센터 근무를 선택할 유인이 더 생겨야 한다. 실제로 권역외상센터가 잘 운영되기 위해서는 백강혁 같은 천재 의사 한명이 모든 것을 할 수는 없고, 안정적인 시스템이 필요하다.”
김윤주 기자 ky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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