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 고수 따라잡기] 복있는농장 박영식 대표 | 월간축산

서륜 2025. 2. 1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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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돼지, 종자와 사료가 고기 맛 좌우

이 기사는 성공 축산으로 이끄는 경영 전문지 ‘월간축산’2월호 기사입니다.

고기 맛 하나만 보고 경제성이 떨어지는 흑돼지 사육에 평생을 바친 농가가 있다. 경남 함양 <복있는농장> 박영식 대표가 그 주인공이다. 일반 돼지처럼 유통해선 남는 것이 없어 직접 유통을 시작하고 소비자의 반응을 살피기 위해 식당도 차렸다. 더 많은 사람들에게 제대로 된 흑돼지고기의 맛을 보여주고 싶다는 박 대표를 만나봤다. 

경남 함양군 유림면에서 흑돼지 6000여 마리를 키우고 있는 <복있는농장> 박영식 대표. 어릴 때부터 가축을 키우고 싶었던 박 대표는 대학에서도 축산을 공부했다. 하지만 졸업 후 농장을 시작하기엔 가진 것이 너무 없었다. 꿈을 이루기 위해 축협에 들어가 차곡차곡 밑천을 마련해 1993년 흑돼지 사육을 시작했다.

“일반 돼지고기는 외국산 돼지고기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외국산 돼지고기와 경쟁할 수 있는 대항마가 바로 흑돼지라고 생각했죠. 이른바 틈새시장을 공략한 건데 경제성이 떨어져 쉽지 않은 것이 사실입니다.”

박 대표가 흑돼지를 선택한 것은 고기 맛 때문이었다. 육질이 쫄깃하고 지방도 느끼한 것이 아니라 고소하면서 담백해 일반 돼지고기와 비교했을 때 맛 차이가 확실히 난다는 것. 다만 경제성이 많이 떨어진다는 것이 단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흑돼지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것은 흑돼지만이 가지고 있는 가능성에 대한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흑돼지 전문 브랜드로 승부
“지리산 흑돼지의 주요 산지는 경남 함양과 산청, 그리고 전북 남원으로 이 지역 사람들은 수십 년 전부터 집집마다 일명 똥돼지라 불리는 흑돼지를 몇 마리씩 키웠습니다. 그중에서도 함양 지역의 사육 농가 수와 마릿수가 가장 많았고 품종 개량에서도 선도 역할을 해 왔어요. 하지만 20년 전부터 남원과 산청 지역에서 흑돼지를 브랜드화해 유통하기 시작하면서 지리산 흑돼지의 명성을 뺏기게 됐죠.”

‘함양’ 하면 ‘흑돼지’라고 불리던 옛 명성을 되찾기 위해 지역 대표 흑돼지 브랜드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박 대표는 2016년 <까매요>란 자체 브랜드를 개발하고 판매장을 열었다. <까매요> 판매장에선 <복있는농장>에서 생산한 흑돼지를 가공·판매하는 한편 소시지와 돈가스 등을 직접 만들어볼 수 있는 체험과 교육 등도 이뤄진다.

재작년에는 소비자 반응을 직접 살피기 위해 흑돼지 전문점도 차렸다. 힘들긴 하지만 맛있다는 소비자들의 평가를 들을 때면 역시 흑돼지 키우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한다.

박 대표는 “프랑스에서 작곡을 공부한 아들 혜천 씨가 농장에 들어와 유통을 공부한 지 1년 정도 됐다”며 “앞으로 더 많은 사람들이 흑돼지고기를 맛볼 수 있도록 서울과 경기 지역까지 유통을 확대해 나가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복있는농장>노하우

①순종 확보해 혈통 관리비육 
흑돼지를 잘 키우기 위해서는 우선 혈통 관리에 신경 써야 한다. 특히 흑돼지농장의 경우 일반 돼지와 달리 농장에서 자체적으로 가지고 있는 종자를 이용해 개량하다 보니 근친으로 인한 문제점이 많이 발생했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박영식 대표는 순수 혈통의 <버크셔> 육성에 주력, 순종 흑돼지 양산체제를 갖추는 등 혈통 관리에 각별히 신경 쓰고 있다. 한국종축개량협회에서 2010년 국내 1호 흑돼지 종돈장 인증도 받았다.

“미국에서 2~3년에 한 번씩 <버크셔> 순종과 냉동 정액 등을 수입해 옵니다. 주기적으로 웅돈과 모돈을 교체해 줘야 생산성 저하를 예방하고 맛도 차별화할 수 있죠.”

<우리흑돈>은 국립축산과학원에서 <축진참돈>과 <축진듀록>을 교배시켜 개발한 흑돼지 품종이다.

순종을 수입해 웅돈과 모돈을 주기적으로 교체해 주면 산자 수가 10마리 정도로 높아질 뿐 아니라 흑돼지 본연의 맛과 풍미도 유지할 수 있다. 여기에 국립축산과학원이 재래돼지와 교잡해 개발한 <우리흑돈> 종돈도 분양받아 키우고 있다.

<우리흑돈>은 재래돼지인 <축진참돈>과 개량종인 <축진듀록>을 교배시켜 개발한 흑돼지로 재래돼지와 <듀록>의 장점을 극대화시킨 품종이다. 실제 축산과학원 연구 결과에 의하면 <우리흑돈>의 근내지방도(마블링)는 4.3%(재래종 4.5%)로 일반 돼지보다 1.3%포인트 높다. 사육일수는 180〜190일로 일반 돼지(175〜185일)보다 길지만 재래돼지(230일)보다 40일 이상 짧다.

②세심한 사양관리 뒷받침
흑돼지는 산자 수가 적고 성장 속도도 느려 일반 돼지보다 한 달 정도 더 길러야 한다. 일반 돼지의 경우 175일 정도면 115㎏으로 출하할 수 있는 반면 흑돼지는 190일 이상 키워야 105㎏ 정도로 출하할 수 있다.

“흑돼지는 백돼지에 비해 개량이 안 돼 있습니다. 그렇다 보니 새끼 돼지의 생시체중 차이가 많이 나요. 그런 새끼들을 정상적으로 다 살리고 키워 내려면 백돼지보다 좀 더 세심한 사양관리가 필요하죠.”

흑돼지는 사양관리 방법에 대한 자료가 많지 않아 농가에서 직접 시행착오를 겪으며 자신만의 노하우를 찾아야 한다. 박 대표가 30년 넘게 흑돼지를 키운 바에 의하면 대개 백돼지에 비해 성질도 급하고 스트레스에도 민감한 편이다.

스트레스는 육질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새끼 때부터 스킨십을 많이 해 스트레스를 줄이고 문을 여닫을 때나 걸을 때도 조심해야 한다. 또 질병 예방을 위해 자체 프로그램에 따라 백신 접종을 제때 실시하고 차단방역에도 각별히 신경 써야 한다. 

③비육 후기 열량 낮추고 천천히 살 찌우기
천천히 살을 찌우며 비육 기간을 길게 끌고 가야 한다. 지방이 잘 끼는 흑돼지에게 열량이 높은 사료를 먹여 급성장시킬 경우 살은 무르고 지방만 많아지기 때문이다. 특히 비육 시기에 열량이 높은 사료를 먹이면 근육 내 섬세한 지방이 만들어지기보다 목과 등 부위에 불가식지방만 많이 생겨 생산성이 떨어질 수 있다. 따라서 사료의 열량 조절에 각별히 신경 쓰는 한편 운동을 할 수 있도록 비육사 면적을 일반 돼지에 비해 20~30% 넓게 관리한다.

“고기 맛을 좌우하는 첫 번째가 종자라면 두 번째는 사료입니다. 특히 사료는 육질에 큰 영향을 미치는 만큼 각별히 신경써야 하죠.”

<복있는농장>은 사료회사에 요청해 별도 배합비로 사료를 만들어서 돼지에게 먹인다. 고기 맛을 차별화하기 위해 사료 배합 시 보릿겨를 5~6% 비율로 섞어주는 것이 가장 큰 차이점이다. 한때 <이베리코> 흑돼지 사양관리 방법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도토리묵 부산물로 사료첨가제를 만들어 먹여봤는데 큰 효과를 보지 못해 현재는 하지 않는다.

계절별 사료 조절도 중요하다. 가령 여름철 고온 스트레스로 돼지가 잘 크지 않을 때는 열량이 높은 젖먹이 구간을 조금 더 길게 끌고 가는 대신 육성 비육 기간을 조금 줄여주는 등 돼지의 영양 밸런스와 건강 상태, 주위 환경 등을 고려해 사료 급여 구간을 잘 조절해 줘야 한다는 것.

④자체 유통 채널 확보
흑돼지는 경제성이 떨어지는 대신 가격을 20% 정도 더 받아야 한다. 그런데 흑돼지를 일반 공판장으로 출하하면 백돼지만큼도 가격을 받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백돼지 등급 체계와 동일하게 가격이 책정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별도의 유통 채널을 반드시 확보해야 한다.
흑돼지를 직접 가공·판매하면 소비자의 반응을 확인할 수 있다.

박 대표가 <까매요> 브랜드를 만들고 직접 판매장과 식당을 열어 유통을 시작한 것도 이 때문이다. 여기에 소비자 반응까지 직접 들을 수 있어 농장 관리에도 훨씬 효과적이다.

“예전엔 돼지를 키워 유통 상인에게 넘기면 그만이었습니다. 하지만 생산한 돼지고기를 직접 판매까지 하다 보니 소비자들의 반응을 그때그때 들을 수 있고 그것을 다시 현장으로 피드백해 사양관리에 접목할 수 있어요. 덕분에 돼지고기 품질 향상에도 도움이 되죠.”

현재 <복있는농장>에서 한 달에 출하하는 흑돼지는 약 700마리다. 이 중 <까매요> 브랜드로 판매하는 물량이 400마리 정도 되고 나머지는 일반 유통 상인에게 판매한다. 자체 생산한 돼지고기를 모두 <까매요> 브랜드로 유통하는 것이 앞으로 목표다.

글 장영내 | 사진 이민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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