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일은 금요일부터?”…‘주 4일제’ 도입 가능할까 [뉴스+]

국윤진 2025. 2. 14. 0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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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發 ‘주 4일제’ 화두로 떠올라
국내선 일부 기업·지자체 시범운영
벨기에 법제화 등 해외선 논의 활발
노사 입장차, 근로기준법 바꿔야 가능
“시범사업·단계적 도입으로 연착륙”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주 4일제’ 도입을 주장하면서 근로시간 단축 이슈가 사회적 화두로 다시 떠오르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주 4일 근무제.’ 일주일에 4일만 근무하고 3일을 쉬는 이 제도는 많은 직장인들에겐 ‘꿈’이지만, 이로 인한 임금 감소와 기업 경쟁력 저하를 우려하는 목소리 역시 적지 않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주 4일제 도입을 주장하면서 근로시간 단축 이슈가 사회적 화두로 다시 떠오르고 있다. 

세계적으로 주 4일제를 실험하는 나라가 늘어나는 추세인 만큼, 한국도 단계적 도입을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다만, 근로시간 단축을 둘러싸고 노사 입장 차가 커 법제화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는 지난 10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주 4일제를 언급하며 “창의와 자율의 첨단기술 사회로 가려면 노동시간을 줄이고 ‘주 4.5일제’, ‘주 4일 근무국가’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주 4일제를 이 대표가 처음 제안한 건 아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비대면 근무가 확산하고 유연근무제 시행이 늘어나는 등 근무시간이 줄면서 정치권에선 2021년 정의당 심상정 전 대표를 시작으로 주 4일제가 대안으로 제시됐다. 이 대표는 2022년 대선 당시 장기적으로 주 4일제 도입 필요성을 언급한 바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하고 있다. 뉴시스
 
국내선 일부 시범 운영…해외선 법제화 등 논의 활발
 
이미 국내서도 일부 기업과 지방자치단체를 중심으로 시범 운영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SK텔레콤과 포스코는 격주로 주 4일 근무를 시행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월간 필수 근무시간을 충족하면 해당 주의 금요일에 쉴 수 있도록 하는 월 1회 주 4일 근무제를 도입했다.

제주도는 지난해 도내 공공기관 직원들을 대상으로 ‘주 4.5일 근무제’를 시작했다. 월요일에서 목요일 중 4시간을 추가 근무하면 금요일 오후 1시에 퇴근하는 가칭 ‘13시의 금요일’이다.

강원도 정선군에서는 한 주는 정상 근무를 하고, 그 다음 주는 4일 근무하는 격주 형태의 주 4.5일제를 운영 중이다.

경기도는 올해부터 도내 일부 공공기관과 민간기업 대상 ‘임금 삭감 없는 주 4.5일제’를 시범 도입한다. 이는 격주 주 4일제, 주 35시간제, 매주 금요일 반일 근무 중 하나를 노사 합의로 선택하는 방식이다.

해외 주요국에서는 주 4일제 도입 논의가 활발하다. 게티이미지뱅크
 
해외 주요국에선 주 4일제 도입 논의가 한국보다 활발히 진행 중이다.

가장 적극적인 나라는 벨기에다. 벨기에는 2022년 유럽연합(EU) 국가 중 최초로 ‘주 4일 근무 청구권’을 법제화했다. 법정 근무시간인 주 38시간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1일 근무시간을 늘려 주 4일제로 전환할 수 있다. 사전 서면 요청과 노사 합의가 필요하며, 최대 6개월까지 신청할 수 있다.

미국은 기업과 주 정부가 자율적으로 도입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미 상원에선 초과근무 수당을 지급하는 기준이 되는 표준 근로시간을 기존 주 40시간에서 32시간으로 낮추는 내용의 법안이 발의됐다. 메릴랜드나 매사추세츠 등 일부 주는 세제 혜택이나 자금 지원 등의 방식으로 주 4일제 도입을 장려하고 있다.

영국은 ‘임금 삭감 없는 주 4일제’ 시범 운영을 마친 뒤 2차 시범 사업을 진행 중이다. 주 4일 근무를 안정적으로 보장하는 취지의 법률 개정도 논의되고 있다.

일본에선 저출산 대책의 일환으로 주 4일 근무제가 주목받고 있다. 도쿄도청은 오는 4월부터 유연근무제를 활용한 주 4일 근무제를 시행한다. 직원들은 4주간 155시간 근무 시 매주 하루를 추가로 쉴 수 있다. 하루 10시간 근무 시 휴일이 하루 늘어나는 방식이다.

서울 종로구 광화문네거리에서 직장인들이 출근하고 있다. 뉴시스
 
노사 입장차…생산성 유지·임금 보전 균형점 찾아야
 
한국도 이에 대한 논의를 본격화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노동계는 주 4일제가 시행되면 생산성이 늘고 직원들의 만족도와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이 향상될 것으로 기대되는 만큼, 조속한 입법 논의를 촉구하고 있다.

앞서 지난해 9월 국회에서 열린 주 4일제 관련 토론회에서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은 “노동자들의 생명·안전을 위한 장시간 노동 철폐, 일과 생활의 균형 실현을 위해 주 4일제 도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반해 경영계는 업무량 증가와 경쟁력 저하 등의 문제를 우려하며 업종과 기업 규모에 따라 주 4일제 도입이 현실적으로 어려울 수 있다고 맞서고 있다. 

일각에선 주 4일제는커녕 오히려 주 52시간제를 폐지하거나 유연하게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무엇보다 주 4일제를 시행하려면 임금 감소 없이 근로시간 감축에 합의하는 게 관건이다.

지난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반도체특별법 주52시간제 특례 도입을 위한 당정협의회가 열린 가운데, 왼쪽부터 이철규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위원장, 김상훈 정책위의장,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이 자리해 있다. 뉴시스
 
황용연 한국경영자총협회 노동정책본부장은 “선진국과 달리 직무의 가치나 성과보다 연공과 근로시간에 기반을 둔 우리나라 임금체계로는 실근로시간 단축에 한계가 있다”며 “근로시간 단축 논의에 앞서 유연한 근무시간 제도 활용뿐 아니라 연공급 중심의 임금체계 개선 등 다양한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사의 이견이 극명한 만큼, 주 4일제가 법제화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 역시 노사 간 합의가 선행되지 않으면 근로기준법 개정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현재 사회적 대화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는 윤석열 대통령 탄핵 정국으로 사실상 잠정 휴업 상태다.

결국 주 4일제의 성공 여부는 생산성을 유지하면서도 임금을 보전할 수 있는 균형점을 찾는 데 달려 있다. 전문가들은 시범 사업을 통해 정책의 효과를 검증한 후 단계적으로 도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한다.

김종진 일하는시민연구소장은 세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세계적으로 노동시간 단축이나 주 4일제, 재택 원격근무 등이 논의되고 있는 만큼 우리나라도 빠르면 5년 이내, 늦으면 10년 안에 주 4일제의 형태가 구체화될 수 있다”며 “법제화 이전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시범 사업을 진행하고 제도가 연착륙할 수 있도록 1주 근로시간을 40에서 36, 32시간으로 점진적으로 단축하는 방안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국윤진 기자 sou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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