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토지거래허가구역 유지’에 부동산 시장 온도차… 발끈하는 목동, 차분한 여의도

박지윤 기자 2025. 2. 13.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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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동 부동산 “매수 문의 뚝 끊겨… 재산권‧거주이전자유 침해”
여의도 부동산 “매도‧매수자 큰 반응 없어”
서울시, 압구정‧여의도‧목동‧성수 토허제 지정 유지

“4년 동안 토지거래허가구역(토허제)으로 묶여있다가 드디어 해제되나 했는데 유지한다고 해서 목동 재건축 단지 주민들은 울분을 토하고 있어요.” (서울 양천구 목동 신시가지 7단지 주민 A씨.)

13일 오전 10시 서울 양천구 목동 신시가지 7단지 전경. /박지윤기자

13일 오전 10시 서울 양천구 목동 신시가지 7단지 인근에서 만난 주민 A씨는 지난 12일 서울시가 압구정·여의도·목동·성수동에 토허제를 유지하겠다고 밝히자 불만을 쏟아냈다. 토허제 규제로 실거주 2년 요건을 충족해야 하는 데다 대출 규제로 인해 자금 조달이 어렵고, 전세를 끼고 매물을 사들이는 ‘갭투자’가 불가능하다는 이유에서다.

A씨는 “목동은 자녀 학군 때문에 부동산 수요가 많은데 자녀들이 성장하면서 목동 단지 가운데 작은 면적에서 큰 면적으로 이사가고 싶더라도 토허제 유지 때문에 소형 단지가 안 팔리면 중대형 단지로 갈 수가 없다”며 “4년 동안 토허제로 묶인 것도 억울한데 또 규제를 유지한다고 하니 주민들이 부글부글 끓고 있다”고 했다.

목동 지역 부동산업계도 이번 서울시의 토허제 지정 유지는 개인의 재산권과 거주이전의 자유를 침해하는 불합리한 제도 연장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서울시가 잠실·삼성·대치·청담동에는 일부 재건축 단지를 제외하고 토허제 지정을 해제하고 압구정·여의도·목동·성수동에만 규제를 유지하는 것은 불공평하다는 입장이다.

13일 오전 11시 서울 양천구 목동 신시가지 6단지 전경. /박지윤기자

목동 신시가지 6단지 인근에서 부동산 공인중개업소를 운영하는 B씨는 “다른 지역과 달리 목동은 14개 신시가지 아파트가 모두 재건축 대상인 동시에 지역 대장단지라 토허제가 유지되면 아파트 가격이 전반적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다”면서도 “잠실의 경우 잠실주공5단지는 그대로 토허제를 유지하지만 근처에 토허제가 풀린 잠실 엘리트(엘스‧리센츠‧트리지움) 가격이 많이 오르면 따라 오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목동의 한 부동산 공인중개업소 대표 C씨도 “목동 재건축 단지를 매매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던 수요자도 어제 전화로 목동 아파트에 들어가는 대신 차라리 대치동 아파트를 전세를 끼고 매매하는 갭투자를 하겠다며 매수를 철회했다”며 “개인들의 재산을 타당한 이유 없이 정부 입맛대로 좌지우지하는 것 같아 화가 난다”고 했다.

13일 오전 11시 서울 양천구 목동 신시가지 3단지 전경. /박지윤기자

목동과 함께 토허제 지정 유지 통보를 받은 여의도 부동산 시장도 해제를 기대했지만, 유지하겠다는 서울시의 발표에 대해 실망감을 드러냈다.

서울 여의도 공작아파트 인근에 위치한 D 부동산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여의도에서 재건축 속도가 빠른 단지들로 꼽히는 공작, 대교, 한양 아파트의 경우 매물을 내놓았던 집주인들이 올해 설 연휴에 토허제 해제 기대감으로 다시 매물을 거둬들였다”며 “급전이 필요한 집주인들은 토허제 해제 가능성이 크다며 최근 시세보다 비싼 가격에 매도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여의도의 경우 내부 이동 또는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려는 수요가 적기 때문에 이번 토허제 지정 유지로 인한 타격이 크지 않은 분위기다.

13일 오후 2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삼부아파트 전경. /박지윤기자

여의도 삼부아파트 인근 E 공인중개업소 대표는 “여의도 재건축 아파트 보유자 대부분은 중장년층으로 아파트를 쉽게 사고파는 분들이 아니다”라며 “여의도 지역 특성상 당장 집을 급하게 팔아야 하는 사람들은 일부 실망감을 느끼겠지만 전체 여의도 지역 주민 가운데 이들은 소수에 그친다”고 했다.

여의도 재건축 단지를 보유한 F씨는 “여의도는 재건축사업을 추진하는 단지가 많아서 토허제가 유지된다고 하더라도 동요하는 주민들은 드물다”며 “재건축 추진 단지 주민들 입장에서 집값이 오르는 게 무조건 좋지만은 않다”고 설명했다.

이어 “집값이 오르면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재초환)에 따라 조합설립인가 단계에서 시가를 정하는 분담금이 줄어드는 효과가 있다”면서도 “여의도 특성상 재건축을 하려면 건축물로 기부채납을 해야 하는데, 집값이 올라가면 나중에 토지 감정가 역시 올라가기 때문에 기부채납 해야 하는 건축물 면적도 동시에 늘어나는 구조”라고 덧붙였다.

13일 오후 2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공작아파트 전경. /박지윤기자

서울시는 지난 12일 압구정·여의도·목동·성수동 등 주요 재건축·재개발구역과 국제교류복합지구 인근지역 재건축 아파트, 공공재개발 34곳 및 투기과열지구(강남3구, 용산구) 내 신속통합기획(재건축, 재개발) 14곳 등에 토허제 지정을 유지했다. 반면 투기 우려가 적은 국제교류복합지구(GBC) 인근 잠실·삼성·대치·청담 등 4개동에 위치한 아파트 305곳 가운데 291곳에는 토허제 지정을 해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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