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시바 총리 앞 ‘세개의 비탈길’ [특파원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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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도쿄 한복판 지요다구 나가타초는 '일본 정치 1번지'로 불린다.
일본 정치 대명사가 된 것은 1936년 이곳에 국회의사당이 완공되면서다.
지난해 중의원 선거에서 참패한 이시바 총리가 올해 봄 안에 지지율을 끌어올리지 못하면 참의원 선거를 치르지도 못하고 자리에서 물러날 수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상대로 '선전'을 펼친 이시바 총리가 이번엔 일본 야당 의원들과 유권자들 마음을 뺏는 데 총력을 기울여야 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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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석재 | 도쿄 특파원
일본 도쿄 한복판 지요다구 나가타초는 ‘일본 정치 1번지’로 불린다. 우리로 치면 ‘여의도 1번지’ 같은 곳이다. 에도시대(1603~1867년) 최고 실력자 ‘쇼군’의 호위무사단을 일컫던 ‘하타모토’ 가운데 ‘나가타’라는 성씨의 저택이 늘어섰던 게 유래가 됐다고 한다. 일본 정치 대명사가 된 것은 1936년 이곳에 국회의사당이 완공되면서다. 지금은 총리 관저와 자민당·입헌민주당 같은 주요 정당 당사들이 모여 있다. 나가타초를 중심으로 동쪽 가스가미세키초에 총무성·재무성 등 정부 부처와 대검·경시청 등 핵심 관공서가 모여 있다. 북쪽 하야부사초에는 최고재판소(대법원)가 있다. 일본 사회가 나가타초를 중심으로 움직인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나가타초에는 우리말 ‘비탈길’에 해당하는 ‘사카’가 세개 있다고 일컬어진다. 노보리사카(오르막길), 구다리사카(내리막길), 그리고 ‘설마’라는 뜻의 ‘마사카’다. 정치인들이 흔히 오르락내리락 부침을 겪지만, 그중에서도 “설마” 하며 감히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요즘 나가타초에선 이시바 시게루 총리에게 이 말이 다가올 것 같다. 그는 1986년, 29살 나이로 최연소 중의원에 당선돼 정치권에 ‘화려한 데뷔’를 했다. 돗토리현 지사, 참의원 의원, 정부 부처 장관(대신)을 지낸 아버지 지로의 지역구를 물려받아 ‘꼭대기’부터 정치를 시작했다. 지난해에는 다섯번째 도전한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극적인 승리로 일본 총리 자리까지 올랐다.
정상에서 마주한 건 내리막이었다. 이시바 정부는 지난해 출범과 동시에 역대 정부 취임 초 지지율 최저치를 연일 갈아치웠다. 한달 만에 치른 중의원 선거에서 연립 여당인 공명당과 함께 국회 과반을 잃었다. ‘이시바표 정책’을 제대로 꺼내보지도 못했는데 ‘포스트 이시바’가 거론됐다. ‘역대 최단기 총리 기록’(54일) 경신 가능성이 나오기도 했다. 국회에선 캐스팅보트를 쥔 소수 야당 국민민주당에 주도권을 뺏긴 채 끌려가는 모습이 이어졌다.
지난 7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미-일 정상회담은 모처럼 내리막을 벗어날 기회였다. ‘초보 총리가 트럼프를 감당하겠냐’는 우려가 있었지만 회담 뒤 일본 야당에서도 “일정한 성과를 거뒀다”는 괜찮은 평가를 내놨다. 일부에선 “기대한 바가 별로 없었기 때문에 성과가 커 보인 것”이라는 혹평도 했다. 그래도 11일 엔에이치케이(NHK)에 따르면, 40%를 밑돌던 내각 지지율이 정상회담 뒤 40% 중반대까지 상승했다.
한숨을 돌렸지만 나가타초 곳곳에 ‘설마’가 도사리고 있다. 우선 15년 만에 소수 여당으로 전락한 자민당을 상대로 야당이 예산안 통과를 막으면 정국 운영에 치명타가 된다. 의석 과반을 차지한 야당이 똘똘 뭉쳐 내각 불신임 결의안을 통과시킬 수도 있다. 정부는 내각 총사퇴나 조기 선거를 결단해야 한다. 오는 7월엔 참의원(상원) 선거도 예정됐다. 지난해 중의원 선거에서 참패한 이시바 총리가 올해 봄 안에 지지율을 끌어올리지 못하면 참의원 선거를 치르지도 못하고 자리에서 물러날 수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상대로 ‘선전’을 펼친 이시바 총리가 이번엔 일본 야당 의원들과 유권자들 마음을 뺏는 데 총력을 기울여야 하는 상황이다.
forchi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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