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뉴스' 잡겠다던 방심위, 부정선거 음모론은 방치

박재령 기자 2025. 2. 13.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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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 유튜브 허위 정보 민원 안건 상정 않는 방심위
"사법 및 수사 기관 판단 이후에 심의토록 하겠다"
'사회 혼란 야기' 조항으로 긴급 심의했던 기조와 모순
노종면 의원 "분명한 허위 사실은 단호히 대처해야"

[미디어오늘 박재령 기자]

▲ 지난해 10월 국회 국정감사에 출석한 류희림 방심위원장. 사진=김용욱 기자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가 '부정선거 음모론' 등 다수의 보수 유튜브 허위정보 민원을 심의 안건에 올리지 않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방심위는 “사법 및 수사기관의 판단이 선행돼야 한다”는 입장을 냈는데 이는 그간 류희림 방심위가 보여온 통신심의 기조와 상충된다.

미디어오늘 취재 결과 '부정선거 음모론' 통신심의 현황을 묻는 노종면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질의에 방심위는 “위원회 심의를 위해서는 12·3 비상계엄 관련 부정선거 음모론에 대한 사법 및 수사기관의 판단이 선행되어야 하므로 사법 및 수사기관의 판단 이후 관련 규정에 따라 심의토록 하겠다”고 답했다. 방심위엔 보수 유튜브 관련 이른바 허위정보 민원이 다수 제기된 상태다.

방심위는 최근 제주항공 참사가 조작됐다는 주장의 유튜브 채널을 놓고 구글 측에 자율규제 요청을 보내 계정삭제를 이끌었다. 미디어오늘 취재 결과 이는 경찰 신고에 따른 조치였다. '부정선거 음모론' 콘텐츠를 심의할 수 없다는 방심위 설명은 제주항공 참사 관련 건처럼 수사기관의 판단이 우선돼야 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노종면 의원실에 따르면 방심위는 제주항공 참사 관련 80건의 플랫폼 사업자 자율규제를 처리했다.

하지만 2023년 9월 류희림 위원장 취임 이후 방심위는 사법적 판단 없이도 통신심의소위원회(통신소위)에서 온라인 콘텐츠를 '신속심의'하는 기조를 보여왔다. 지난해 12월5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을 앞두고 민주노총이 국민의힘 의원들에 탄핵 촉구 문자를 보낼 수 있게 하는 '문자행동' 사이트를 만들자 “개인정보 유출”, “문자 테러”라며 예정에 없던 통신심의소위원회(통신소위)를 열고 심의 후 차단했다.

지난해 4월엔 조선일보와 문화일보의 유튜브 방송이 소위 '가짜뉴스' 민원으로 통신소위 안건에 올라왔다. 제재 의결은 나오지 않았지만 이 역시 사법적 판단 없이 이뤄진 심의였다. 지난해 2월 윤석열 대통령의 기존 연설을 짜깁기한 풍자 영상이 긴급심의로 차단됐고 지난해 1월에도 윤석열 대통령 출근길을 중계한 서울의소리 기자의 '지각 체크' 유튜브 영상이 차단됐다. 대통령 풍자영상은 서울 경찰청 민원, 지각 체크 영상은 대통령실 경호처 민원이었다.

▲ 사진=뉴스타파 보도 갈무리

더 거슬러 올라가면 2023년 10월 뉴스타파의 '김만배-신학림' 녹취록 보도가 있다. 뉴스타파의 보도에 대해 어떤 사법적 판단도 없었지만 방심위는 '유해정보', '사회혼란 야기' 등의 근거를 들어 언론을 심의했다. 통신소위에서 벌어진 사상 첫 '언론사' 심의였다.

류희림 위원장은 2023년 9월26일 '가짜뉴스 심의전담센터'(가짜뉴스 신속심의센터)를 출범시키며 “뉴스타파로 인해 가짜뉴스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커졌다. 사회적으로 큰 혼란을 야기할 가짜뉴스가 갑자기 유통됐을 경우 방심위가 긴급하게 대처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방심위는 윤석열 대통령 추천 3인(류희림·강경필·김정수)으로만 운영되고 있다. 윤 대통령의 내란과 관련이 깊은 부정선거 음모론을 방심위가 심의하기 껄끄러워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부정선거 음모론은 대법원 판결 등 사법적 판단이 끝났다고 볼 수 있는 사안이다.

노종면 의원은 13일 미디어오늘에 “부정선거 음모론과 같이 민주주의 질서를 해칠 수 있는 사안의 경우에도 류희림 방심위가 아무 행동도 하지 않는 건 윤석열 대통령의 내란에 동조한다고 볼 수밖에 없다”면서 “내란 동조가 아니라면 허위사실이 분명한 정보들에 대해선 단호한 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방심위 내부엔 '부정선거 음모론'처럼 허위가 명확한 사안이라 하더라도 방심위가 섣불리 허위정보 심의에 나서는 건 부적절하다는 분위기도 있다. 류희림 위원장의 심의 정책이 잘못된 것이지, 잘못된 일을 다시 반복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한 방심위 직원은 “분명 지금은 (류희림 위원장 임기 초기와) 분위기가 달라진 상태”라며 “인터넷은 표현의 자유가 보장된 공간이기 때문에 명예훼손이 아닌 경우 허위정보의 유해성을 판단하기가 어렵다. 명백하게 불법이 아닌 것은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12·3 내란 사태' 이후 윤석열 대통령을 옹호하고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한 극단적인 성향의 유튜브들은 방심위 조치 없이도 유튜브 정책 위반에 따라 자체적으로 제재 조치를 받고 있다. 구독자 43만 명의 '김상진tv'는 채널이 폐쇄됐고 구독자수 80만 명의 '신남성연대'는 영상이 삭제됐으며 구독자수 25만 명 '노매드 크리틱'은 수익 창출이 정지됐다. 유튜브 커뮤니티 가이드라인엔 △괴롭힘 △유해 콘텐츠 △증오 발언 △오정보(misinformation) 등의 항목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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