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화폐에 교통비도 준다…도서전 ‘책 문화’ 힘쏟는 대만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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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의 전체 인구는 2342만명(2024년 기준)으로 한국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도서전에 참가한 조미현 현암사 대표는 "대만은 우리나라보다 면적도 작고, 인구도 적은 나라이지만 책을 대하는 태도는 더 낫다"며 "대만 총통이 긴 시간 동안 도서전에 머물며 행사에 참여하는 모습이 부럽기만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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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의 전체 인구는 2342만명(2024년 기준)으로 한국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그런데도 이 나라 사람들의 책에 대한 관심은 한국을 능가하는 듯했다.
대만의 최대 책 축제인 ‘제33회 타이베이국제도서전’이 지난 4~9일 타이베이 세계무역센터 1층에서 열렸다. 아시아 최대 책 축제 중 하나로 꼽히는 이 도서전에는 이탈리아, 프랑스, 독일, 체코 등 28개국 504개 출판사가 참여해 책을 알리고 다양한 포럼·행사 등을 열었다.
올해 도서전 관람객은 총 57만명으로 지난해(55만명)보다 2만명 늘었다. 현장에서는 인솔 교사를 따라 곳곳을 다니는 학생들이 특히 눈에 띄었다. 452개 도시에서 온 5220명의 학생들이 관람했다고 한다. 지난해 서울국제도서전 관람객이 15만명 정도였다는 것에 견주면, 타이베이도서전의 열기가 도드라진다.
개막일부터 무역센터 앞에는 도서전을 찾는 사람들이 줄을 섰고, 도서전 기간 내내 행사장은 세계 여러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지난해 서울국제도서전의 주 참여층이 20~30대 여성이었다면, 타이베이도서전은 어린이부터 어르신까지 다양한 연령층이 참여하고 있었다.
도서전의 흥행에는 ‘문화 화폐’라는 정부 정책도 한몫 톡톡히 한다. 2023년 6월부터 시행된 ‘문화바우처 지원 사업’은 코로나 팬데믹으로 취약해진 대만 예술계를 지원하기 위해 대만 문화부가 기획했다. 문화바우처 전용 앱을 통해 포인트를 지급하는데, 16~22살에겐 연간 1200대만달러(약 5만3000원), 13~15살에겐 연간 600대만달러(약 2만6000원)를 준다. 이 문화 화폐로 책도 사고 영화나 공연을 즐길 수 있는데, 지난해부터 도서전에서 책을 사면 주어진 금액의 1.5배까지 쓸 수 있도록 했다. 또 150대만달러(약 6600원)인 도서전 입장권을 사면 같은 금액의 책 구입 쿠폰도 준다.
도서전에서 만난 15살 학생 탄미로는 “다양한 책들을 구경할 수 있어 도서전에 왔고, 문화 화폐로 좋아하는 일본 작가 책을 샀다”며 “주머니 사정이 어려운 학생들에겐 문화 화폐가 매우 유용하다”고 말했다. 먼 지역에서 도서전에 오는 학생들에게 정부는 교통비도 지급해준다.
정부 관계자들의 태도도 국내 도서전과 비교된다. 라이칭더 대만 총통은 도서전 개막식에 참석해 “문화는 나라의 뿌리이자 대만의 영혼”이라며 “문화 전달에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출판계에 경의를 표한다”고 밝혔다. 대통령은커녕 문화체육관광부 장관도 참석하지 않았던 지난해 서울국제도서전과 대비됐다. 라이칭더 총통은 1시간 넘게 도서전에 머물며 다른 나라 연사들의 연설을 끝까지 경청하고, 도서전 수상자에게 직접 상을 건네고, 작가들과 일일이 사진을 찍었다. 이사벨라 우 타이베이도서전재단 이사장은 “정부 차원에서 젊은 사람들에게 좀 더 책을 읽도록 독려하고자 하는 목적도 있고, 정치인이기도 한 총통은 새해 인사 차원에서도 도서전을 한바퀴 돌며 격려한다”고 말했다.
도서전에 참가한 조미현 현암사 대표는 “대만은 우리나라보다 면적도 작고, 인구도 적은 나라이지만 책을 대하는 태도는 더 낫다”며 “대만 총통이 긴 시간 동안 도서전에 머물며 행사에 참여하는 모습이 부럽기만 했다”고 말했다.
타이베이/양선아 기자 anmad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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