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캡틴 아메리카4', '멋진 신세계'를 열지 못한 아쉬운 범작

아이즈 ize 정유미(칼럼니스트) 2025. 2. 13.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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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즈 ize 정유미(칼럼니스트)

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역부족이다. 식어가는 마블 영화에 대한 관심을 되살리기에도, 마블의 인기 히어로 캡틴 아메리카의 이름값을 이어가기에도 '캡틴 아메리카: 브레이브 뉴 월드'(이하 '캡틴 아메리카 4')는 아쉬운 대목이 많은 작품이다. 2025년 MCU의 첫 작품이자 9년 만에 돌아온 네 번째 '캡틴 아메리카' 시리즈는 부제처럼 마블의 '멋진 신세계'를 열지 못하고 여전히 과거의 산물을 재활용하는 구시대 전략을 구사한다. 

'캡틴 아메리카 4'는 새로운 캡틴 아메리카 샘 윌슨의 첫 솔로 무비다. '어벤져스: 엔드 게임'(2019)에서 스티브 로저스(크리스 에반스)에게 캡틴 아메리카 방패를 물려받은 팔콘 샘 윌슨(안소니 마키)이 곧바로 캡틴 아메리카 지위를 받아들인 건 아니다. 2021년 디즈니 플러스에서 공개된 6부작 시리즈 '팔콘과 윈터 솔져'에서 샘 윌슨은 캡틴 아메리카의 무게감과 부담감을 견디지 못하고 방패를 국가에 기증한다. 미국 정부는 2대 캡틴 아메리카로 군인 존 워커(와이어트 러셀)을 내세우지만 결국 샘 윌슨이 3대 캡틴 아메리카 자리에 오른다. 

드라마 '팔콘과 윈터 솔져'가 새로운 캡틴 아메리카의 초석을 다지는 작품인 만큼 '캡틴 아메리카 4'는 드라마와 내용이 이어진다. 3대 캡틴 아메리카가 된 샘 윌슨은 새로운 팔콘 호아킨 토레스(대니 라미네즈)와 함께 임무를 수행한다. 일병 썬더볼트 장군에서 미국 대통령 자리에 오른 새디우스 로스(해리슨 포드)는 샘에게 어벤져스를 재건해 달라고 요청하는데, 대통령 암살 미수 사건이 벌어지면서 샘과 로스는 갈등을 빚는다. 

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마블 '캡틴 아메리카' 시리즈는 화려한 히어로 액션을 보여주면서 미국 사회의 정치 사회적 문제를 중요하게 다뤄왔다. 루소 형제 감독이 연출한 2편 '캡틴 아메리카: 윈터 솔져'(2014), 3편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2016)는 첩보 액션과 정치 스릴러가 어우러진 슈퍼히어로 영화로 호평받기도 했다. 드라마 '팔콘과 윈터 솔져'에선 타노스 블립 이후 돌아온 사람들의 난민화, 주인공 샘이 맞닥뜨리는 문제들이 인종 차별, 사회적 불평등을 시사했다. 

'캡틴 아메리카 4'에선 인도양에서 발견된 새로운 자원 '아다만티움'을 놓고 세계 각국의 대립이 벌어진다. 미국 대통령 로스가 사태 해결을 위해 직접 나서지만 갈등은 점점 심화되고 만다. 문제는 자원 확보 경쟁을 벌이는 '캡틴 아메리카 4'의 배경 설정이 기존 첩보 영화와 다를 바 없이 단순해졌다는 점이다. 시리즈의 특징이었던 정치 풍자와 사회 비판 요소가 줄어들어 들고 평범한 슈퍼히어로 영화를 답습한다. 위험을 자초하는 대통령 캐릭터를 지켜보는 심정도 편치 못하다. 

물론 '이터널스'(2011)에 등장한 외계 종족 셀레스티얼 '티아무트'와 MUC 초기작인 영화 '인크레더블 헐크'(2008)의 주요 캐릭터들을 소환하고 연관성을 만든 건 마블 팬들의 흥미를 자극한다. 그렇다고 새로운 캡틴 아메리카의 매력이나 '캡틴 아메리카' 시리즈의 정체성을 제대로 살리진 못한다. 새로운 슈트를 입은 샘 윌슨이 업그레이드된 고공 액션을 펼치는 것만으론 부족하다. 슈퍼히어로가 아닌 인간 히어로 샘 윌슨의 고민 섞인 대사는 동어반복적이고, '팔콘과 윈터 솔져'에 이어 영화에 등장한 토레스 중위와 흑인 최초 슈퍼 솔져 이사야(칼 럼블리) 캐릭터는 드라마를 보지 않은 관객이라면 샘 윌슨과 관계성을 충분히 이해하기가 어렵다. 

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캡틴 아메리카 4'의 관전 포인트는 샘 윌슨과 레드 헐크의 대결이다. 영화가 둘의 대결을 위해 달려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새디우스 로스가 레드 헐크로 변하는 이유와 그 과정에서 '인크레더블 헐크'의 과학자 새뮤얼 스텐스(팀 블레이크 넬슨)이 16년 만에 빌런으로 재등장 하고, 로스의 딸이자 브루스 배너의 연인 베티(리브 타일러)가 영화 내내 언급된다. '인크레더블 헐크'에 대한 향수를 가진 관객이라면 반가울 법한데, 캐릭터 소환 효과가 크고 강력하다고 할 순 없다. 캡틴 아메리카와 레드 헐크의 대결은 연출에 가장 심혈을 기울인 장면이긴 하나 액션의 쾌감이 예상 범위를 뛰어넘는 수준은 아니다. 

빌런 집단 '서펀드 소사이어티'의 리더 '사이드 와인더'(지안카를로 에스포지토), 레드룸 출신의 블랙 위도우 사브라(시라 하스) 등이 이번 영화에 새로운 캐릭터로 합류해 얼굴을 내밀지만 깊은 인상을 남기진 못한다. 출연 여부가 분분했던 윈터 솔져 버키(세바스찬 스탠)가 깜짝 출연해 샘 윌슨과 의리를 다지는 모습이 그나마 반가움을 준다. 

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캡틴 아메리카 4'는 캡틴 아메리카의 조력자에서 캡틴 아메리카의 진정한 계승자로 거듭난 샘 윌슨의 성장 서사로 보면 무난해 보일지도 모른다. 다만 부조리한 세상을 향한 샘 윌슨의 목소리는 전작 드라마보다 훨씬 약해졌고, 새로운 캡틴 아메리카와 새로운 마블 세계를 보여줘야 한다는 강박에 빈약한 전개, 어색한 CG 연출이 겹쳐 오히려 퇴보한 결과물을 낳았다. 

극 중에서 샘 윌슨은 "중요한 건 타이밍"이라고 했다. 때마다 등판하는 마블 히어로의 책임감과 고뇌를 관객이 함께 걱정하고 나누기엔 지금 현실이 워낙 팍팍한 탓도 있다. 마블 영화에 바라 건데 과거의 영광에 얽매여 자꾸만 실착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캡틴 아메리카는 돌아온다'는 자막이 아쉽게도 더 이상 설렘을 주지 않는다. 그래도 다시 돌아왔을 땐 엄청난 부담감을 훌훌 털고 비상하는 캡틴 아메리카를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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