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가 여는 의료의 미래]⑥ "심정지 예측 AI '딥카스', 도입하면 못끊어"

[편집자주] 의료기기는 통상 질병을 진단·치료·예방하기 위해 사용하는 엑스레이, 혈압계, MRI와 같은 장치·재료를 뜻하지만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혁신성·안전성·유효성 등을 평가받아 지정된 ‘혁신의료기기’의 상당수는 소프트웨어입니다. 빅데이터, 인공지능(AI) 기술의 발전으로 의료용 소프트웨어의 비중이 날로 커지고 있습니다. 동아사이언스는 새해를 맞아 국산 의료기기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국산 의료용 소프트웨어의 우수성과 혁신성을 조명하고 미래 의료기술을 엿보는 기획을 진행합니다.
국내 혁신의료기기 1호는 인공지능(AI) 기술을 이용해 안저(안구 속 뒷부분) 영상의 이상소견을 진단·보조하는 소프트웨어 의료기기 ‘뷰노메드 펀더스’다. 펀더스는 혁신의료기술 통합심사를 통과해 혁신의료기술로도 지정됐다. 혁신의료기술은 병원에서 의료행위 시 사용 가능한 기술이다. 펀더스는 현재 임상 현장에서 비급여로 사용되고 있다.
의료AI 기업 뷰노는 펀더스뿐 아니라 총 4가지 소프트웨어 의료기기에 대한 혁신의료기기 지정을 받았다. 활력징후를 분석해 심정지를 예측하는 ‘딥카스’, 심전도 검사결과를 분석해 심부전증·심근경색증 등을 검출하는 ‘딥ECG AMI’, 폐 CT 영상을 분석해 폐결절을 검출하고 결절에 대한 정량적 정보를 제공하는 ‘LungCT’ 등이다.
다양한 의료기기가 혁신의료기기로 지정될 수 있었던 건 뷰노가 가진 독자적인 기술 때문이다. 뷰노는 우수한 AI 소프트웨어 의료기기를 개발·생산하기 위해 자체적인 딥러닝 모델을 구축했다. 데이터에 태그를 추가하거나 분류하는 라벨링 작업 없이 데이터의 숨겨진 패턴이나 구조를 찾는 ‘비지도 학습’이 가능한 딥러닝 모델이다.
주성훈 뷰노 CTO는 “소프트웨어 의료기기는 다른 물리적인 의료기기처럼 별도의 공장이나 설비가 필요하지 않고 딥러닝을 돌릴 수 있는 서버만 있으면 개발이 가능하다”며 “뷰노에는 딥러닝 모델을 학습시킬 수 있는 역량을 가진 AI 전공자들이 40명에 이른다”고 말했다.
병원들과 공동연구를 통해 확보한 데이터를 딥러닝 학습 및 평가에 적용했다. 양질의 데이터를 확보할수록 우수한 소프트웨어를 구현할 수 있다는 점에서 뷰노는 좋은 데이터를 확보하는 데 주력했다.
뷰노의 심전도(ECG) 판독 소프트웨어인 딥ECG AMI는 의료인 수준의 정확도로 심장병 판독이 가능하다. 기존에는 심장병 진단을 위해 의사가 심전도 검사 결과를 육안으로 보고 판단했다. 이제는 딥러닝 모델 기반으로 육안으로 진단하기 어려운 질환까지 판독이 가능해졌다.

심정지를 예측하는 소프트웨어인 딥카스는 환자평가시스템인 ‘조기경보점수(NEWS)’보다 우수하다는 점이 확인됐다. NEWS는 입원 환자들의 생체 신호를 토대로 임상적 악화 상황을 예측하는데 잦은 경고 알람이 문제가 되고 있다.
알람이 울릴 때마다 의사가 환자를 살펴보는데 환자에게 이상이 없다는 점이 확인되는 경우가 많아 알람을 꺼놓는 의료인들이 많다. 딥러닝 기반의 딥카스는 심정지 예측 민감도를 높여 알람 발생 빈도를 줄였다. 딥카스를 한번 도입한 병원들이 기존 시스템으로 돌아가지 않는 이유다.
안저영상을 살피는 소프트웨어인 펀더스는 진료실의 워크플로를 개선하는 데 유용하다. 안저영상을 판독하는 일은 안과 의사만의 일이 아니다. 당뇨병의 대표적인 후유증이 망막 혈관이 나빠져 발생하는 실명이기 때문에 내분비내과에서도 당뇨병 환자 대상으로 안저검사를 시행한다. 다양한 진료과에서 펀더스가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다는 의미다.
AI는 오독을 하거나 편향적인 진단을 내릴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이에 대해 뷰노는 편향성을 검증하는 노하우가 있다고 밝혔다. 주 CTO는 “모든 분야의 AI가 마찬가지인데 학습한 데이터에 편향되는 경향이 있다”며 “그래서 우리는 데이터를 학습한 병원뿐 아니라 다른 다양한 병원에서도 동일한 성능이 나오는지 검증하고 있다”고 말했다. 딥카스는 109개 병원에 도입된 상태로 각 병원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왜곡을 크게 개선했다.

국내에서 획득하지 못한 데이터를 국외에서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뷰노는 해외에서 도출된 데이터 또한 딥러닝 모델을 업데이트하는 데 적용하고 있다. 경미한 업데이트 과정이라도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신고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지만 모델을 고도화하기 위해 재학습 과정을 거치고 있다.
뷰노는 2024년 259억원 매출과 124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매출을 견인한 주력제품은 딥카스다. 현재 뷰노는 딥카스 급여화를 위한 임상적 근거를 쌓고 있다. 무작위 대조시험(RCT)을 통해 급여화를 위한 근거를 상당 부분 획득한 상태다.
주 CTO은 “딥카스는 국내외 통틀어 가장 큰 사업적 성공을 거둔 AI 솔루션 제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며 “뷰노는 AI 솔루션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만큼 편법 없이 책임감 있게 임상적 유효성을 확인하고 급여 시장에 진출하는 자격을 얻을 것”이라고 전했다.
[문세영 기자 moon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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