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뒤’를 지워버린 교실 [김상균의 메타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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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가을부터 초중등 장학사, 교장, 교감, 교사, 학부모 대상의 강연을 적잖게 했다.
나 스스로 주제넘다고 생각했지만, 교육에 관한 고민이 넘쳐서 그랬다.
입시를 위한 초중등 교육, 20년 전 교재를 고집하며 학내에서도 학과 간에 담을 세운 대학 교육에 미래는 없다.
교육을 바꾸지 않으면, 내 두려움은 현실로 나타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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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균 | 인지과학자·경희대 경영대학원 교수
작년 가을부터 초중등 장학사, 교장, 교감, 교사, 학부모 대상의 강연을 적잖게 했다. 나 스스로 주제넘다고 생각했지만, 교육에 관한 고민이 넘쳐서 그랬다. 그때마다 선생님들이 학교에서 가르치는 것들이 우리 아이들에게 정말 필요하다고 생각하는지, 입시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가르치는 게 많지 않은지를 물었다. 거의 모든 이들이 동의하는 눈치였다. 참 안타깝고 슬프다. 스스로 필요하지 않다고 여기는 것을 가르치고 있다니 말이다. 물론, 입시를 넘기 위한 수단이지만 말이다.
조심스럽게 이렇게 주문했다. 대학의 위상이 달라지고 있으나, 입시를 포기하라고 하지는 못하겠다. 여전히 대부분의 사람이 대학을 바라보고 있다. 그래서 입시 중심 교육을 하고 있다. 그래도 우리에게 어느 정도의 선택권은 있다. 그 선택권마저 입시에 다 쏟아붓지는 않으면 좋겠다. 학교, 가정에서 가진 작은 선택권을 활용해서, 조금만 용기를 내고 세상 변화에 눈감지 않는다면, 우리 아이들에게 당장의 입시와 관련이 적어도, 뭔가 새롭고 다른 것을 배울 기회를 주면 좋겠다고 제의했다. 무겁고, 깊게 공감을 표한 이가 많았다.
아이들은 입시를 놓고 모두 같은 것을 배운다. 대학도 답답하기는 비슷하다. 각종 인증 제도에 치이고, 학내의 저항에 눌려서, 비슷비슷한 것을 가르친다. 그렇게 대학을 마친 이들이 사회로 밀려 나간다.
사회는 그들에게 처음부터 창의성, 도전 정신, 리더십, 협업, 소통 등을 요구한다. 국내외 모든 기업이 내세우는 필수 인재상 항목이다. 십수년 같은 것을 배운 이들에게 서로 다르게 생각하라고 창의성을 요구한다. 남이 정해준 학업 일정만 따라오고, 입시 실패는 인생 낙오라고 배워온 이들에게 용감하게 도전하라고 요구한다. 옆자리 친구까지 적으로 돌리면서 각자도생해 온 이들에게 리더십, 협업, 소통을 논한다. 뭐하나 쉽게 풀릴 리가 없다.
기업은 새로 들어온 구성원들이 썩 미덥지 못하다. 그래서 창의성, 도전 정신, 리더십, 협업, 소통 등 소프트 스킬을 바닥부터 다시 교육한다. 업무에서는 신규 지식을 갱신하고, 표준 교과과정에서 다루지 않은 타 영역의 지식을 새롭게 교육한다. 대기업과 직원 교육 관련해서 협업하다 보면, 그들의 시스템, 노력, 투자 규모에 놀라는 경우가 많다. 학교와 대학이 취업 준비 기관은 아니지만, 이 부분에서 기업에 큰 짐을 떠맡겼다는 미안함이 든다.
30년 전, 세계 기업가치 총액 20위를 살펴보면, 일본계 금융 기업이 득세했다. 현재는 미국의 정보기술 기업들이 그 자리를 차지했다. 최근 들어서는 다양한 영역에서 중국 기업들의 움직임이 심상찮다. 인공지능, 자율주행, 바이오, 양자 컴퓨터, 휴머노이드 등 첨단 기술 영역에서 우리 기업의 입지는 점점 더 줄어드는 느낌이다.
문제의 뿌리는 교육에 있다, 교육을 바꿔야 한다. 입시를 위한 초중등 교육, 20년 전 교재를 고집하며 학내에서도 학과 간에 담을 세운 대학 교육에 미래는 없다. 작년 하반기부터, 2035년에 한국이 어떨 것 같으냐는 질문을 자주 받는다. 난 솔직히 두렵다. 교육을 바꾸지 않으면, 내 두려움은 현실로 나타날 것이다. 그리고 그 시기는 그리 멀지 않았다. 미래 사회의 핵심, 특히 우리나라의 핵심 원동력은 사람이다. 그런 사람에게 필요하지 않을 것을 가르치고, 필요하지 않은 것을 익힌 사람들을 뽑는 상황을 이제는 끝내야 한다. 그래야 우리에게 미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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