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칠한’ 미국 언론, 이정후에 도발했다… 개막 리드오프 예상과 물음표, 이제는 증명의 시간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2024년 시즌을 앞두고 샌프란시스코 주요 언론들은 이정후(27·샌프란시스코)에 대한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2023-2024 메이저리그 이적 시장에서 구단의 가장 큰 계약이었기 때문이다. 스프링트레이닝 시작부터 이정후에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졌고, 장밋빛 예상이 뒤를 따랐다. 밥 멜빈 샌프란시스코 감독은 스프링트레이닝 첫 날 “이정후가 개막전 리드오프 및 중견수가 아니라면 이상한 일일 것”이라고 공언할 정도였다.
샌프란시스코는 이정후가 구단의 산적한 문제를 한 방에 처리할 수 있는 적임자로 보고 미국에서 한 경기도 뛰지 않았던 이정후에 6년 총액 1억1300만 달러를 투자했다. 포스팅 금액까지 합치면 1억3000만 달러 이상의 대형 투자였다. 하지만 첫 시즌에 그 가치를 증명하거나, 혹은 잠재력을 보여주지는 못했다. 부상 탓에 37경기 출전에 그쳤다. 뭔가를 판단할 수 있는 시간이 없었다.
이정후는 수비를 하다 불의의 어깨 부상을 당해 수술대에 오르기 전까지 시즌 37경기에서 타율 0.262, 출루율 0.310, 2홈런, 8타점, 2도루, OPS(출루율+장타율) 0.641에 머물렀다. 리그 평균 OPS와 견준 조정 OPS는 86으로 평균보다 14%가 떨어졌다. 생각보다는 저조한 수치였다. 다만 샌프란시스코 언론들은 아직은 이정후에 대한 평가를 유보하고 있다. 표본이 너무 적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첫 시즌을 뛰는 이정후가 메이저리그 환경이나 상대 투수들에 적응할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은 모두가 알고 있었다. 샌프란시스코는 6년 계약을 한 만큼 급한 기색도 없었다. 설사 첫 시즌 성적이 부진하다고 해도 남은 5년의 밑천이 될 수 있다면 그 자체로도 만족한다는 분위기였다. 현지 언론도 타구 속도, 콘택트 비율, 헛스윙 비율 등을 들어 이정후의 세부 지표가 나쁘지 않았으며 이것이 성적으로 연결되는 데 다소간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옹호하고 있다. 게다가 시즌 첫 10경기와 나머지 27경기의 성적을 비교해도 뒤로 갈수록 좋았다는 긍정적인 평가도 나온다.
그러나 언제까지 성적 없는 옹호가 이뤄질 수는 없다. 이정후도 증명을 해야 한다. 그래서 2025년 시즌이 중요하다. 여기서 성적이나 잠재력을 보여준다면 이정후에 대한 호의적인 시선은 계속 이어질 수 있다. 반대로 그렇지 못한다면 모두가 고개를 갸웃거릴 수밖에 없다. 지금까지의 메이저리그 성적이 없기에 더 그렇다. 비판이 시작되고, 현지 언론과 팬들이 물어뜯기 시작하면 이정후의 심리도 힘겹게 진행될 수밖에 없다.
샌프란시스코의 스프링트레이닝이 12일(한국시간) 투·포수 소집으로 시작된 가운데 북미 스포츠전문매체 ‘디 애슬레틱’은 12일(한국시간) 이번 스프링트레이닝을 보는 샌프란시스코의 주요 이슈 중 하나로 이정후를 뽑았다. ‘디 애슬레틱’은 전직 사이영상 수상자들인 로비 레이와 저스틴 벌랜더가 선발진에서 어떤 활약을 해줄 것인지, 이정후가 자신의 능력을 증명하고 슈퍼스타가 될 수 있을 것인지, 그리고 팀의 지명타자가 누가 될 것인지를 이번 스프링트레이닝의 관전 포인트로 뽑았다.
이정후에 대해 한 단락을 모두 투자했다. 그만큼 2025년 샌프란시스코에서 중요한 선수라는 것이다. ‘디 애슬레틱’은 “이정후가 대체 레벨의 선수인가, 아니면 스타가 될 것인가?”라고 제목을 달으며 다소 도발적인 세 가지 질문도 던졌다. 뜯어보면 이정후가 모두 올해 보여줘야 할 것들이다. ‘디 애슬레틱’은 이정후의 활약에 따라 샌프란시스코의 올 시즌 성적이 좌우될 것이라면서 이정후를 키플레이어로 뽑는 것을 주저하지 않았다.
‘디 애슬레틱’은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는 2023년 12월 그와 6년 1억1300만 달러의 계약으로 영입한 후 후자(대체 레벨의 선수가 아닌 스타를 의미)를 기대하며 그에게 돈을 지불하고 있으며, 이는 KBO리그 출신 선수에게 보장된 금액 중 가장 크다”면서 “자이언츠 관계자들은 키움 히어로즈에서 7시즌 동안 타율 0.340을 기록한 26세의 콘택트 장인에게 지난해가 조정의 해가 될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고 운을 뗐다.
이어 ‘디 애슬레틱’은 “안타깝게도 이정후는 외야 펜스와의 충돌과 왼쪽 어깨 탈구로 인해 37경기 만에 첫 메이저리그 시즌을 마감했다”면서 “코치진과 팀원들은 지난 시즌 이정후의 경기력이 매주 꾸준히 개선되고 있었으며, 이정후가 주전 중견수 겸 리드오프로서의 임무를 재개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올해 기대치를 적었다. 버스터 포지 신임 야구부문 사장 또한 12일 스프링트레이닝 개막에 맞춰 취재진과 만나 “이정후가 100% 상태로 캠프에 임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하지만 ‘디 애슬레틱’은 이정후에 대한 의심의 눈초리도 같이 제시했다. 우선 ‘디 애슬레틱’은 “장타력을 통해 배트 투 볼(콘택트를 의미) 기술을 보완하지 못한다면 오늘 날과 같은 야구 환경에서 콘택트에 집중된 타자가 얼마나 가치를 가질 수 있을까?”라고 물음표를 달았다. 최근 야구 환경은 스즈키 이치로가 엄청난 안타 개수를 기록하며 각광을 받았던 20년 전과는 또 다르다.
안타의 가치는 여전하지만, 출루율과 장타율이 부족한 타자는 세이버 매트릭스의 환경에서 공격 생산력이 크게 떨어진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 이치로도 그렇게 많은 안타를 때렸지만 장타력이 부족해 조정득점생산력(wRC+)과 같이 요즘 많이 참고하는 지표에서는 그렇게 높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이정후도 단순히 안타를 치고 나가는 것만으로는 wRC+나 OPS에서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없고, 이는 1억1300만 달러라는 가치에 미달한다는 게 ‘디 애슬레틱’의 논조다.
이어 두 번째로는 “이정후가 생산적인 주루를 가진 선수로 변신할 수 있을까?”라는 물음표였다. 이정후는 뛰어난 콘택트 능력과 리그 평균 이상의 중견수 수비를 동시에 보여줄 수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실제 지난해 이 가능성은 보여줬다. 다만 2개의 도루를 성공하는 와중에 세 번의 실패를 기록하기도 했다. 리그 평균 이상의 스프린트 스피드를 가지고 있기는 하지만 주루에서 가치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지는 못했다. 샌프란시스코는 기동력도 보강할 필요가 있는 만큼 리드오프를 맡을 이정후의 발도 중요하다.
마지막으로는 “가장 중요한 것은 이정후가 경기장에서 뛸 수 있을까?”라는 것이었다. 아무리 좋은 선수도 부상을 자주 당하면 그 가치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실제 이정후의 지난해 성과에서 가장 뼈아팠던 것은 부상으로 37경기밖에 뛰지 못했다는 것이다. 큰 어깨 부상이었고, 큰 수술로 오랜 기간 재활을 한 만큼 올해 건강하게 뛸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게 가장 큰 변수라는 지적이다. 이정후는 2023년에도 발목 부상으로 많은 경기에 나가지 못했다.
‘디 애슬레틱’은 이를 종합해 “아마도 이 모든 질문에 대한 답은 스프링트레이닝에서 나오지는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어쨌든 시즌의 뚜껑을 열어봐야 한다는 것이다. 이어 ‘디 애슬레틱’은 “하지만 단단한 캠프를 보낸다면 희망과 열정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그리고 자이언츠는 두 가지 모두에 대한 충분한 답 없이는 (포스트시즌을 놓고) 경쟁하거나 야구장을 팬들로 가득 채울 수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이정후가 올해 팀 성적을 쥐고 있다는 의미다.
이정후도 올 시즌에 대한 중요성을 잘 알고 있고, 지난해 부상으로 많은 경기에 결장한 만큼 큰 동기부여와 함께 시즌을 준비하고 있다. 수술을 받았던 어깨는 정상적으로 돌아와 스프링트레이닝 시작부터 전력으로 달릴 수 있는 준비는 끝났다. 이정후에게 증명의 시간이 찾아온 가운데, 시즌 초반 페이스가 가장 중요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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