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의 콧김’ 뿜는 활화산 아래…묘하게 평온한 소도시의 매력

가고시마=안인석 객원기자 2025. 2. 12. 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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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가고시마 여행

수년 전부터 새로운 여행 트렌드로 떠오른 소도시 탐방 열기가 식지 않는다. 지방 소도시에서 로컬 감성을 체험하며 힐링하려는 사람이 늘었기 때문이다. 특히 가까운 일본은 도시 범위가 넓어지고 N차 여행이 일반화됐다. 한적한 소도시인 마쓰야마가 가고 싶은 여행지 순위에 오르고, 걸그룹 뉴진스 멤버 하니의 교토 작은 어촌마을 여행 브이로그가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일본 본토의 가장 남쪽에 있는 가고시마는 국가적 명승으로 선정될 정도로 멋진 정원과 근대 유산을 간직한 시마즈 가문의 별장 센간엔과 활화산 사쿠라지마, 겨울 골프를 즐기기 좋은 골프장과 먹거리로 인기 높은 관광지다. 사진은 센간엔과 사쿠라지마.


여행업계도 일본 소도시 여행 상품을 잇달아 내놓는다. 최근 부산 여행사 와이투어앤골프가 부산발 가고시마 전세기를 띄웠다. 설 전후 4항차로, 좌석은 일찌감치 매진됐다. 전세기에 동승해 가고시마를 둘러봤다. 가고시마시는 일본 본토의 가장 남쪽인 가고시마현의 현청 소재지이다. 한겨울에도 섭씨 5~18도 정도의 온화한 날씨로 프로구단들이 겨울 전지훈련지로 자주 찾는 곳이다.

가고시마의 랜드마크 센간엔 본관. 일본 대표 영주 시마즈 가문의 별장이다.


◇시마즈 가문의 별장, 세계문화유산 센간엔

가고시마 관광권역은 가고시마 시내와 이소 지역, 사쿠라지마 지역 3개로 나뉜다. 가고시마 여행의 첫 번째는 단연 이소 지역의 센간엔(仙巌園)이다. 가고시마의 역사와 지역 특성을 가장 잘 대변하는 랜드마크이다.

센간엔은 일본을 대표하는 다이묘(영주) 시마즈 가문의 별장이다. 시마즈 가문은 가마쿠라 시대부터 에도 시대까지 약 700년간 남부 규슈를 통치한 무사이자 귀족 집안이다. 센간엔은 19대 당주였던 시마즈 미츠히사가 1658년 조성했다. 전체 규모는 약 5만 ㎡. 긴코만에 우뚝 선 가고시마의 상징 사쿠라지마 화산을 배경으로 바다까지 정원으로 품었다. 국가 명승으로 지정됐을 만큼 아름다운 풍경이다. 저택 주변으로 연못과 정자를 배치하고 갖가지 바위와 잘 정돈된 정원수가 조화를 이룬다. 센간엔 내부에는 철제 대포를 제조하던 반사로 터, 각종 신사와 비석 등 유적이 흩어져 있다. 조경수와 개울 사이로 난 산책로는 아기자기한 일본 감성을 그대로 느낄 수 있다.

관람을 마친 후 전통문화체험관에서 유리 세공을 해보기도 하고, 레스토랑과 카페가 있어 전통음식을 맛볼 수 있다. 카페에서는 독특한 잠보모찌를 판다. 2개의 꼬챙이가 박힌 한입 크기의 떡으로 방문객들은 꼭 먹어보는 명물이다.

센간엔이 유명한 이유가 정원 때문만은 아니다. 이곳은 일본 근대화의 시발점이다. 정원을 둘러보고 나오면 왼쪽에 일본의 근대유물 쇼코슈세이칸(尚古集成館)이 있다. 일본에서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서양식 기계공장 건물이다. 19세기 중반에 지어져 근대 공업화의 발상지로 여긴다. 지금은 시마즈 가문의 역사와 근대화 사업 등을 소개하는 박물관으로 운영한다. 에도시대에 만들어진 유리세공품인 사쓰마 키리코와 공장 가동 당시의 기계 등 1만 점을 전시한다. 2015년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바로 옆에는 사쓰마 키리코의 제조 과정을 둘러볼 수 있는 공장이 있다.

◇도시 곁에서 꿈틀대는 활화산 사쿠라지마

센간엔을 봤다면 다음은 가고시마의 상징 사쿠라지마를 만날 차례다. 사쿠라지마는 해발 1000m 정도의 활화산이다. 60만 명이 주변에 산다. 지금도 정상에서는 끊임없이 화산 연기가 뿜어나온다. 가장 최근에는 지난해 2월 분화해 5000m 이상의 분연이 관측됐다. 그러나 도시는 평온하다. 오히려 활화산을 명물로 홍보하며 관광객을 끌어들인다. 사쿠라지마는 원래 섬이었지만 1914년 대분화로 분출된 용암이 흘러 동쪽의 오스미반도와 연결됐다.

시내에서 가고시마 사쿠라지마 화산을 바라볼 수 있는 시로야마 전망대.


사쿠라지마는 시내에 있는 시로야마 전망대에서 감상하는 게 제격이다. 해발 100m에 불과한 야트막한 산이지만 사쿠라지마뿐만 아니라 시내 전체를 360도 조망이 가능하다.

화산을 직접 느껴보려면 페리를 이용해 사쿠라지마섬으로 들어가야 한다. 가고시마항 터미널에서 사쿠라지마까지 페리가 15~20분 간격으로 운행한다. 15분이면 도착한다. 밤에도 1시간마다 운행해 24시간 접근이 가능하다.

해발 370m, 4부 능선에 위치한 유노히라 전망대는 관광객이 사쿠라지마에 접근할 수 있는 가장 가까운 곳이다. 매캐한 냄새와 함께 용암과 화산재가 만든 잿빛 산 능선은 마치 검은 공룡의 등줄기를 보는 듯하다.

사쿠라지마 투어는 아일랜드뷰 버스로 한 시간이면 돌아본다. 섬을 떠나기 전 나기사공원 족욕탕에 들르자. 가고시마의 온천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활화산 덕분에 시내 어디서든 온천이 솟는다. 웬만한 호텔은 온천을 무료로 제공한다.

◇가고시마의 골프장과 먹거리

온화한 날씨 덕분에 겨울 골프를 위해 가고시마를 찾는 이들이 많다. 이번에 라운딩한 곳은 가든CC와 유노우라CC이다. 가든CC는 2개 코스 18홀짜리 회원제 골프장으로 전장은 6247야드이다. 구릉지에 조성돼 페어웨이에 완만한 기복이 있다. 가든이라는 이름처럼 자연석을 그대로 살려 일본식 정원을 보는 듯한 풍경이 아름답다. 홀에 따라서는 사쿠라지마 조망도 가능하다. 겨울이지만 관리 상태는 나쁘지 않았고 난도 있는 그린은 적당히 빨라 퍼팅이 좋은 골퍼라면 좋아할 만하다.

가고시마의 골프장 유노우라CC 18번홀. 온화한 날씨 덕분에 겨울 골프를 위해 찾는 이들이 많다.


유노우라CC 역시 2개 코스 18홀짜리다. 전장은 7000야드. 일본 골프장 전문 아코디아그룹이 운영한다. 야자수를 비롯한 아열대 나무가 많아 남국의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특히 코스 곳곳에 자리 잡은 대형 워터헤저드가 두려움보다는 아름답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업다운이 심하지 않은 구릉지역에 조성됐지만, 쉽지 않은 코스가 중급 이상 골퍼들에게는 공략하는 재미를 느끼게 한다. 김대곤 와이투어앤골프 대표는 “가고시마는 일반인에게는 비교적 덜 알려진 관광지이지만, 일본 근대화의 발상지이자 활화산을 도시에 품은 이색적인 매력이 있다”며 “특히 기후가 온화해 겨울 골프를 즐기기에도 그만이다”고 설명했다.

▮흑돼지 샤브샤브와 톤토로라멘

가고시마식 라멘 ‘톤토로’.


가고시마 먹방을 즐기려면 덴몬칸으로 가야 한다. 남규슈 최대의 번화가인 덴몬칸은 유명 음식점과 쇼핑시설이 즐비하다. 가고시마의 특산물 흑돼지 샤브샤브는 꼭 먹어봐야 한다. 육질이 쫄깃하면서도 담백하다. 가고시마식 라멘인 톤토로라멘도 추천한다. 돈코츠라멘은 호불호가 갈리지만, 톤토로라멘은 돼지뼈 닭뼈 야채로 낸 육수가 부담 없어 자꾸 들이켜게 된다.

디저트로는 시로쿠마가 있다. 특제 시럽을 뿌린 눈꽃빙수에 여러 가지 과일을 토핑으로 올려 먹는 과일빙수이다. 연유의 달달함과 과일의 상큼함이 조화롭다. 원조인 ‘덴몬칸 무자키 본점’은 겨울에도 웨이팅을 각오해야 한다.

전통적인 일본 거리를 느껴보고 싶다면 메이잔보리를 찾으면 된다. 노면전차 ‘아사히도리’역에서 걸어서 2~3분 거리다. 수십 년 전 거리 모습을 간직한 레트로 분위기가 이색적이다. 옛날 모습 그대로인 가게도 있고 건물을 개보수한 음식점과 일본식 주점 등은 현지인들도 즐겨 찾는 곳이다.

술이 한잔 생각난다면 포장마차촌인 가곳마 후루사토 야타이무라를 찾을 일이다. 가고시마추오역에서 걸어서 5분 거리에 있다. 흑돼지 토종닭 해산물 등 제철 식재료로 만든 요리가 안주로 제공된다. 술은 당연히 가고시마의 특산품 고구마 소주다.

가고시마 기념품을 사려면 시내 가고시마 브랜드숍을 이용하는 게 좋다. 공항 면세점은 이름만 국제공항 면세점이지 아주 작다.

▮교통편

가고시마행 항공편은 인천공항에서 직항이 있지만 부산에서는 없다. 후쿠오카로 들어가 신칸센을 이용하는 게 가장 빠르고 합리적이다. 렌터카를 이용하면 후쿠오카에서 가고시마까지 3시간 이상 걸린다. 게다가 고속도로 이용료도 만만찮다. 왕복으로 1만 엔이 넘는다.

가고시마 시내에서 관광지를 이동하는 방법은 노면전차와 시티뷰 버스가 있다. 한 칸짜리 노면전차는 관광지 느낌을 물씬 느끼게 한다. 가고시마역에서 출발하는 2개 노선이 있다. 요금은 170엔. 시내 관광에는 시티뷰 버스 이용을 권한다. 명소 19곳을 도는 순환 셔틀이다. 한 바퀴 도는 데 한 시간쯤 걸리며 타고 내리는 게 자유롭다. 교통카드 ‘CUTE’를 이용하면 노면전차와 시영버스, 사쿠라지마 페리까지 한 번에 이용할 수 있다. 1일권(1300엔)과 2일권(1900엔)이 있다. 교통카드는 모든 관광안내소에서 판매한다. 웬만한 호텔에도 자동판매기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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