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바꾸모바 "소속팀서 선발전 출전막아 金 못딸뻔" 폭로
전남체육회의 부당조치 비판
"팀에서 금지해 동료는 못나와
나는 불이익 감수하고 강행"
전남체육회 "선발방식 바꾼
연맹에 항의 차원에서 불참"
◆ 2025 하얼빈 동계 아시안 게임 ◆
러시아에서 귀화해 한국 국가대표로 2025 하얼빈 동계아시안게임에서 바이애슬론 첫 금메달을 딴 예카테리나 압바꾸모바(34·사진)가 하마터면 출전하지 못할 뻔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는 이번 대회 국가대표 선발전 출전을 막았던 소속팀 전남체육회에 대한 강한 불만을 털어놨다.
지난 11일 중국 헤이룽장 야부리 스키리조트에서 열린 동계아시안게임 바이애슬론 여자 7.5㎞ 스프린트 경기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압바꾸모바는 다음 날인 12일 매일경제와 인터뷰에서 "경기가 끝난 뒤 국가대표 팀원들의 행복한 얼굴을 볼 수 있어 기뻤다"는 소감을 밝히며 "이 메달이 존재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고 작심 발언을 했다.
그는 "지난해 11월 아시안게임 국가대표 선발전이 진행됐을 때 소속팀에서 아무런 설명이나 논의 없이 경기에 참여하는 것을 엄격히 금지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소속팀의 결정에 한국 바이애슬론 최고 선수인 우리 팀 소속 3명이 아시안게임에서 메달을 놓고 경쟁할 기회를 잃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티모페이 랍신, 알렉산드르 스타로두프츠 등 러시아에서 귀화한 다른 팀 동료들은 선발전에 불참해 하얼빈 동계아시안게임에 출전하지 못했다.
소속팀의 금지에도 압바꾸모바는 하얼빈 동계아시안게임 출전을 강행했다. 그는 "국제 무대에서 국가를 대표하는 것이 내 우선순위이자 주요한 목표였다"면서 "내 인생에서 가장 어려운 선택이었고 그만큼 스트레스가 극심했다"고 밝혔다. 이어 "내 경력과 직업, 팀, 급여 등 모든 것을 걸고 이 결정을 했다. 그리고 난 선발전을 통과했고 한국을 위해 메달을 갖고 돌아간다"고 덧붙였다.
어려운 여건에도 압바꾸모바는 동계아시안게임 준비에 몰입했고, 종합 국제 대회에서 첫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그는 "러시아에서 귀화해 문화적 차이로 나와 함께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잘 안다. 신병국 국가대표 감독을 비롯해 한국에서 바이애슬론을 처음 시작할 때 큰 도움을 준 김종민 전 바이애슬론연맹회장, 현재 국제대회에 참가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지원을 아끼지 않은 이혁렬 연맹회장의 도움이 없었다면 이 길을 계속 갈 수 없었을 것"이라며 "이번에 따낸 금메달은 내 것이 아니라 우리 팀 모두의 것"이라고 공을 돌렸다. "대회 이후에 내 소속팀은 사라질 것 같다"며 걱정스러워한 그는 "내게 가장 중요한 목표는 예전과 마찬가지로 월드컵 대회와 내년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이다. 난 한국에 최고의 결과를 가져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 같은 압바꾸모바의 주장에 소속팀인 전남체육회 관계자는 선발전 불참 결정을 했던 당시 상황을 돌아보고 적극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애초에 아시안게임 국가대표 선발전은 5차까지 진행하기로 했지만, 바이애슬론연맹이 지난해 11월 갑자기 전지훈련지에서 두 차례 더 평가전을 해서 아시안게임 국가대표를 뽑겠다고 일방적으로 통보했다. 원점에서 다시 국가대표를 선발하는 게 특정 선수를 밀어주려는 것 같은 생각이 들었고 이해하기 어려웠다"며 "연맹에 항의하는 차원에서 대표 선발전을 안 나가기로 방침을 정했다. 그러나 압바꾸모바와 당시 의사소통에 차이가 있었던 것 같다. 압바꾸모바가 개인적으로 선택해 선발전에 나섰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표 선발전 방식 변경에 대해 김상욱 전남체육회 바이애슬론팀 감독은 "대한체육회에서 엔트리 제출 시한을 미루면서 롤러 스키로 진행했던 기존 선발전에서 실전 스키로 여는 것이 더 좋겠다고 판단해 진행했다. 당시 경기력향상위원회에서 모두 인정했던 사안"이라고 말했다.
바이애슬론은 크로스컨트리 스키와 사격이 결합된 종목으로 그동안 한국은 불모지나 다름없었다. 2017년 1월 특별귀화로 한국 국적을 취득한 압바꾸모바는 처음 출전한 동계아시안게임에서 한국 바이애슬론의 역사를 새로 썼다.
[하얼빈 김지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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