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4시간 줄서도 "하오!"…무역전쟁에 금 모으는 중국인들
치솟는 가격·안전자산 선호 심리에 금 사재기…
실물 금 거래 늘어나고 은행 골드바 모두 매진
"여기서부터 네 시간(240분) 정도 기다리셔야 합니다."
미안한 표정을 한 직원이 중국에서도 고가인 '에비앙' 생수를 건네며 말했다. 빼곡하게 줄을 선 중국인들 사이로 다른 직원들이 간식거리를 반짝이는 쟁반에 받쳐들고 돌아다니며 허기를 호소하는 사람들에게 나눠주고 있었다. 구불구불 줄잡아 50~60명의 사람들이 입장을 기다리는 이곳은 베이징 최고 금융중심가 궈마오(國貿站) 한 호텔 1층 금 전문점 라오푸황진(老鋪黃金). 기다리라는 안내를 받으면서도 중국인들의 표정에선 짜증이나 불편의 기색보단 금을 사게 됐다는 설렘과 기대감이 먼저 보였다.
중국인들의 금 사랑은 유별나다. 한국에선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한 금 제품이 존재하고, 이 금을 사고파는 형태도 여러가지다. 실제 금을 주고받진 않고 금을 보유하고 있다는 일종의 주식증서를 발급받는 형태로 '조각투자'하는 방식도 중국에선 일반적이다. 소비자가 손에 쥐지 않고 금을 사는 거다. 적은 돈으로 금을 살 수 있고 보관부담이 없다. 반면 사기에 노출될 리스크가 있다. 실제 최근 한 대형 금 브랜드 매장이 문을 닫으며 실물을 보유하지 않고 권리만 판 사실이 드러나 문제가 커졌었다.
경제상황이 어려워지다보니 투자 트렌드도 달라지는 분위기다. 중국인들이 불안 요소가 가장 작은 '순금 실물'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투자리스크 최소화 '불황형 투자'의 단면이다.
중국 현지선 라오푸황진에 중국인들이 몰려드는 것 역시 이런 트렌드가 반영된 흐름으로 본다. 라오푸황진은 중국서 '고법금'이라 부르는 전통 금세공 기법으로 유명하다. 판매가 대부분 실물 금 제품으로 이뤄진다는 뜻이다. 라오푸황진 주변에는 다양한 글로벌 귀금속 브랜드들이 입점해 있지만 대부분 매장은 직원들을 제외하면 비어있었다. 순금을 파는 매장에만 중국인들이 북적였다.
이런 흐름은 대표적 투자용 금 제품인 골드바(금괴)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이날 현재 중국 공상은행(ICBC) 앱 금 판매 섹션엔 5g, 20g, 50g, 100g, 200g 제품이 모두 매진된 상태다. 우체국은행 등 다른 금융기관의 금 판매 채널들도 모두 사정은 마찬가지다. 중국 경제매체 제일재경은 "대부분 은행 골드바 소매 물량은 매진됐고 '사전예약' 사례도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2019년 트럼프 1기 당시 미중 무역분쟁이 전개되자 금값은 처음으로 온스당 1500달러(2019년 8월)를 넘어섰다. 이듬해인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속에서는 금값이 처음으로 2000달러(2020년 8월)를 넘어섰었다. 이제는 3000달러를 향해 간다. 지난 11일 금값은 전일 대비 1% 상승해 온스당 2942.71달러를 기록했다. 사상 최고다. 코멕스(COMEX) 금선물도 거래 중 온스당 2968.5달러로 신기록을 썼다.
중국 금 시세도 치솟는다. 대표적 중국 금 브랜드인 저우셩셩(周生生) 순금 제품 가격은 같은 날 그램당 890위안(약 17만7000원)으로 전일 대비 20위안 가까이 상승했다.
중국 경제상황을 감안하면 중국 내 안전자산 수요는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미국과 강대 강 관세전쟁에 기운차게 나서는 듯 보이지만 중국 내수경기 위축은 이제 심각한 상황에 접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내에선 그래서 금 과잉 투자에 대한 경고의 메시지가 나온다. 중국 상하이금거래소는 11일 "가까운 미래에 금 가격에 영향을 미칠 불확실한 요소들이 많으니 투자자들은 리스크 예방에 최선을 다해달라"고 경고했다.
베이징(중국)=우경희 특파원 cheerup@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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