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이익이 정의: 트럼프발 '자유기업 자본주의' 위험한 실체
트럼프 자유기업 자본주의 1편
USAID·다양성 제도 폐지하고
해외 뇌물 수여 수사도 중지
트럼프의 여러 정책 공통점
미국내 기업 비용 줄여주는 것
밀레이 대통령이 사상적 근거
위험한 자유기업 자본주의
# 트럼프 2기는 예상대로 속도전에 나섰다. 10일에는 철강 관세를 부과하면서 외국 부패행위 방지법도 중지했다. 아울러 해외 원조를 중단하고, 다양성 정책을 폐기했다. 이들은 언뜻 전혀 다른 정책처럼 보인다.
# 하지만 완전히 다른 듯한 트럼프의 정책은 의외로 선명한 지점을 가리키고 있다. 바로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이 주장한 '자유기업 자본주의(Free enterprise capitalism)'의 세계관이다. 더스쿠프가 트럼프가 꿈꾸는 세상을 들여다봤다. 그 첫번째 편이다.
![트럼프 2기가 쏟아내는 정책들은 언뜻 달라 보이지만,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사진 | 뉴시스]](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2/12/thescoop1/20250212110929967fecz.jpg)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트럼프는 2월 첫째주 국제비상경제권법을 근거로 캐나다·멕시코·중국에 보편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한 후 하루 만에 중지해 '협상용 카드'가 아니냐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트럼프 1기에서처럼 '농담 같지만 농담이 아닌' 그의 행동은 10일(현지시간) 철강·알루미늄 수입에 25%의 관세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하면서 다시 현실이 됐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0일 '트럼프의 철강 관세에 대한 진실'이라는 사설에서 "트럼프의 고문단은 이런 관세가 협상용 칩이 아니라 경제적으로 전략적인 행위라고 주장하지만, 미국 제조업체와 노동자들에게 해를 끼치는 것을 전략이라고 할 수 있나"라고 비난했다.
신문은 트럼프 1기에서 철강에 25%, 알루미늄에 10% 관세를 부과했던 영향을 복기했다. 2016년 12월 미국의 철강 생산능력 활용도(공장가동률)는 72.4%였는데, 관세 부과 후 16개월 만에 78.5%로 상승했다.
하지만 이는 미국 경제 전체에는 나쁜 영향을 미쳤다. WSJ는 관세 부과 여파로 2018년 자동차회사 GM 근로자들의 1인당 성과급이 750달러 줄었고, 철강으로 못·철사를 만드는 공장 두 곳에서 해고를 포함해 200명이 퇴사했다고 보도했다. 그렇다고 철강·알루미늄 산업의 고용이 늘어난 것도 아니다. 현재 철강업계는 2018년보다 고용이 3만5000명이나 줄었다.
신문은 미국 내 철강 생산 능력의 하락만이 유일하게 당시와 비슷하고, 철강회사들은 관세를 부과해 수입품 가격이 오를수록 수익이 증가하는 유일한 부류라고 적시하며 "많은 사람들(미국인)을 희생시키면서 소수에게 이득을 몰아주는 가장 뻔뻔한 종류의 정치적 지분 추구"라고 비난했다. GM과 미국 철강회사의 차이점은 GM의 해외 생산량이 2003년 이후 50% 이상을 차지했지만, 미국 철강회사들은 해외 생산거점 자체가 없다는 점이다.
그런데 WSJ가 비판한 것처럼 트럼프 대통령이 이렇게 많은 미국인 근로자를 희생시키면서까지 보호하려는 것은 대체 무엇일까. 트럼프가 강력하게 추진하는 다른 정책들에서 단초를 찾을 수 있다. 대체로 경제 정책처럼 보이지 않지만, 실제로는 트럼프가 꿈꾸는 미국 경제에서 빠뜨릴 수 없는 것들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기업과 기업인이다. 사상으로 보면, 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이 주창한 '자유기업 자본주의(Free enterprise capitalism)'다. 밀레이 대통령의 자유기업 자본주의는 국가를 불편한 존재로 여기고, 기업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추구하며, 사회정의는 폭력적이고, 불공평한 것으로 깎아내린다.

먼저, 미국 법원이 지난 7일 중단 명령을 내린 국제개발처(USAID) 폐지를 살펴보자. USAID는 1961년 존 F. 케네디 대통령이 개발도상국들의 원조를 확대해 소련의 국제적 영향력을 축소하려고 만든 해외원조 담당 기구다. 공교롭게도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이끄는 정부효율부가 이 기구의 폐지를 가장 먼저 추진했다. 지출을 효율화하겠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런데 미국이 관여한 해외 원조 프로젝트 수나 개발도상국들 사이에서 갖는 지위에 비해서 USAID의 예산은 터무니없이 작아 보인다. USAID 직원은 1만명이고, 지난해에만 800개 이상의 해외 원조 프로젝트를 진행했는데, 지난해 예산은 441억 달러였다. 미국이 USAID를 통해서 경제안보 및 기타 목적으로 원조금을 분배했다는 트럼프와 머스크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예산 부족은 더욱 심해 보인다.
USAID가 홈페이지를 폐쇄하기 전까지 올려놓은 자료를 보면 부족한 예산으로도 거대한 기구가 굴러가는 이유를 알 수 있다. 바로 기업들의 자금이다. USAID는 미국 인터넷 장비‧서비스 기업 시스코와 함께 60개 이상 국가에서 저소득 지역 인터넷망 구축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미국의 비영리 사회투자회사인 루트캐피탈과는 아프리카의 100여개 농업 기업들과 원조 사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코카콜라와는 개발도상국 23만명에게 물을 공급하는 원조사업을 2005년 이후 진행하고 있다. USAID가 미국 회사나 미국에 사업 근거지를 둔 회사로부터 지원받는 자금 규모를 밝히고 있진 않지만, 적어도 이 기구의 1년 예산보다는 훨씬 클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의 계산대로 USAID 기구를 폐지하면, 기업들은 지금까지 쓰던 예산을 절감할 수 있다. 기업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여기는 자유기업 자본주의의 철학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트럼프가 10일 "미국 기업이 외국 공무원들에게 뇌물을 주는 것을 금지하는 법률인 '외국 부패 행위 방지법(FCPA)' 이행을 일시 중단하라"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 풀이할 수 있다.
1977년 발효된 법률 FCPA의 골자는 미국인이나 미국 회사, 미국에 상장한 외국 기업들이 해외 공무원에게 뇌물을 주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1988년부턴 뇌물 전달이 해외에서 이뤄져도 처벌하는 것으로 범위가 확대했다. FCPA를 위반하면 최대 징역 15년을 부과하고, 뇌물 금액의 3배 혹은 25만 달러를 벌금으로 내야 한다. 미국 법무부는 위반 행위를 2023년 17건, 2024년 24건 적발했다.
![시민들이 미국 워싱턴DC에 있는 국제개발처(USAID) 본부 앞에서 폐지에 반발하는 피켓을 들어 보이고 있다. [사진 | 뉴시스]](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2/12/thescoop1/20250212110932910wnbq.jpg)
'포드햄 로 리뷰'에 2011년 11월 게재된 'FCPA: 금지하기엔 너무 큰'이라는 논문은 "FCPA에 적발된 기업을 연방 정부 계약에서 배제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지만, 이런 강력한 제재는 사용되지 않고 있다"며 "계약 담당자가 처벌받기는 하지만 회사에는 벌금만 부과하면서 이제 FCPA법은 미국 기업들에 일종의 사업상 비용이 됐다"고 주장한다.
FCPA가 수십년간 미국 기업들에는 솜방망이 처벌을 내렸다고는 해도 해외 공무원들의 부패를 줄이는 데는 큰 역할을 했다. 래니 브로이어 전 미국 법무부 차관은 2010년 연설에서 "매년 미국 기업들이 전 세계적으로 지불하는 뇌물이 1조 달러에 달해 경쟁을 방해하고 글로벌 시장을 훼손해 왔다"며 "(FCPA와 같은) 햇빛은 최고의 살균제"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트럼프가 FCPA의 이행을 중지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하면서 미국회사 혹은 미국에 상장한 회사들은 벌금 대신 뇌물을 줄 수 있는 길이 열렸고, 이는 기업의 비용 절감에 큰 도움을 줄 것으로 보인다. 사회정의를 본질적으로 불공평한 생각으로 여기는 '자유기업 자본주의'의 철학 그대로다.
문제는 트럼프가 꾀하고 있는 '자유기업 자본주의'의 사례가 이뿐만이 아니란 점이다. 또 다른 사례는 2편에서 이어나가보자.
한정연 더스쿠프 기자
jeongyeon.han@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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