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하게 견딘 ‘늦게 핀 꽃’…‘코치 10년’ 준비된 지도자의 자신감 “강원, 더 단단하게” [MK남해]

김영훈 MK스포츠 기자(hoon9970@maekyung.com) 2025. 2. 12.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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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감독직이지만 익숙하다. 그만큼 오랜 기간 K리그 무대를 경험했고, 그만큼 오랜 시간 지도자를 준비해왔다. 강원FC의 신임 감독 정경호의 이야기다.

지난 시즌 최고의 한 해를 보낸 강원이다. 돌풍의 한 해를 보내며 아무도 예상치 못한 상승세를 맞이했다. 개막 전까지 우승 후보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던 강원은 시즌 초반부터 공격적인 축구를 앞세워 K리그 판도를 바꿔갔다. 시즌 막판까지 울산HD와 선두 경쟁을 펼치며 우승을 향한 열의를 보였지만 최종 준우승에 머물러야만 했다.

새 시즌을 앞두고는 큰 변화의 바람이 분 강원이다. 팀의 핵심이었던 고교 슈퍼루키 양민혁, 리그 최고의 풀백으로 변신한 황문기, 팀의 후방을 든든히 지키며 필요한 순간 강력한 세트피스 한 방을 보여줬던 김영빈이 떠났다. 이에 맞춰 강원은 홍철, 윤일록 등 베테랑부터 김민준, 강윤구, 강준혁, 원희도 등 어린 선수들을 영입했다. 고민이 많았던 외국인 자리에도 마리오, 호마리우를 품으며 선수단을 강화했다.

사진=김영훈 기자
무엇보다도 사령탑 변화가 눈에 띈다. 2023시즌 강원의 잔류을 이끈 뒤 지난 시즌 구단 역대 최고 성적을 만든 윤정환 전 감독이 떠났다. 그리고 이전까지 수석코치였던 정경호 감독이 새롭게 지휘봉을 잡으며 새 시즌을 향한 기대감을 키워갔다.

정경호 감독은 감독으로서 첫 해를 보내지만 ‘초보 감독’이라는 수식어가 어울리지 않을만큼 K리그 무대 잔뼈가 굵다. 선수 시절 K리그 통산 238경기 30골 14도움을 기록했고, 국가대표로도 41경기 6골을 기록했다. 이후 2014년 모교인 울산대 코치를 시작으로 지도자의 길을 걸으며 성남FC, 상주상무, 강원에서 10년 동안 내공을 쌓아왔다.

강원도 삼척 출신으로 주문진중, 강릉상업고에서 선수 생활을 이어간 정경호 감독은 고향에서 첫 프로팀 지휘봉을 잡는다. 그는 그동안 쌓아온 경험을 토대로 부담보다는 즐거운 마음으로 선수단과 함께 강원의 색깔을 보여주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튀르키예에서 약 한 달 간의 1차 전지훈련을 마친 강원은 지난 4일 남해에서 2차 전지훈련에 돌입했다. 개막 전까지 팀의 완성도를 높이겠다는 각오다.

사진=김영훈 기자
“튀르키예에서 잘 훈련했다. 선수들의 몸 상태가 잘 준비 되어 있다. 튀르키예에서 유럽 팀들과 연습경기를 했는데 워낙 신체적으로 강해서 선수들이 느낀 점이 많았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좋은 훈련이었다. 작년 4주 훈련에서는 마지막 일주일이 지루했는데 올해는 선수들도 그렇고 4주가 금방 지나갔다고 느끼고 있다. 그만큼 잘 했으니 그런 분위기가 이어지는 것 같다.”

“공격적인 경기 모델은 작년하고 같다. 세부적인 부분을 선수의 장단점에 따라 변경했다. (황)문기, (양)민혁이, (김)영빈이가 떠났지만 새로온 선수들의 장점을 유연하게 쓰면서 살릴 부분을 살려가고 있다. 작년에는 실점도 많았다. 실점을 줄이는 부분들에 있어서 수비적인 초점을 맞추고 있다.”

사진=김영훈 기자
정식 감독으로서 처음 출발하는 정경호 감독이지만, 부담은 커 보이지 않았다. 그동안 코치 생활을 통해 다져왔던 노하우로 자신있게 도전하고자 하는 모습이었다. 정경호 감독은 ‘늦게 핀 꽃’을 비유로 들어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기에 준비되어 있는 만큼 쉽게 흔들리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중간중간 동기, 후배, 저보다 한 두살 많은 선배들이 일찍 감독이 됐다. 그래서 조바심을 느끼기도 했다. ‘나는 왜 지금 못하나’ 생각이었다. 나는 잘 준비됐다고 생각도 했었다. 하지만 돌아보면 그때 준비가 안 된 것 같다. 그래서 더 성숙하게 더 진득하게 마음을 비우고 성장하자고자 집중했다. 내가 감독이 됐을 때 진짜 명확한 나의 철학과 게임 모델을 갖고 있느냐 없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다. 당시 저는 그런 부분들을 다 갖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지금보니 한 참 멀었던 것 같다. 그때 감독직을 잡았다면 아마 실패했을 것이다. 지금도 해봐야 알겠지만 조금 더 성숙해지지 않았나 생각한다.”

“‘늦게 핀 꽃이 오래 간다’고 그랬다. 일찍 핀 꽃들은 날씨 변화나 시련들을 겪어보지 못해서 일찍 진다고 한다. 늦게 피는 꽃들은 그런 변화에 잘 적응이 되어 있다는 말들이 틀리지 않다고 생각한다. (이)정효 형, (유)병훈이 형과 같이 코치 생화을 오래했던 분들이 지도자를 잘 하고 있다. 이제는 축구계에서도 그런 부분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시기인 것 같다. 지도자 준비를 하면서 쉽지 않았다. 그래서 더 악착같이 연구하고 공부해왔다. 나만의 무기가 필요했고, 더 투자했던 것 같다. 그래서 지금은 과거보다는 잘 준비가 되어있지 않나 생각한다.”

사진=김영훈 기자
“울산대에서 첫 지도자 생활을 시작헀다. 당시 감독님께서도 저에게 많은 부분을 맡기셨고 성장할 수 있게 도와주셨다. 큰 도움이 됐다. 현재까지 다섯 분의 감독님을 모셨는데 모든 감독님들께서 역할을 주셨다. 지금 제가 확실한 철학과 비전을 갖게된 계기가 아닌가 생각하고 있다. 그렇게 시행착오를 겪어야 철학들이 바뀌고 새로 세워질 수 있다. 저는 그 단계를 잘 거친 지도자라고 생각한다. 확 무너지는 팀을 만들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악착같이 연구하고, 공부했다고 한 정경호 감독. 그는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은 일화를 공개하며 얼마나 간절하게 지도자의 삶을 준비하고 유지했는지 밝혔다. 정경호 감독은 끈질기게 탐구하고, 파고드는 성향이 지금까지의 자신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처음 이야기하는 것 같다. 울산대에서 첫 지도자 생활을 시작했는데, 당시 라이벌이 영남대였다. 그때 감독님이 김병수 감독님이었다. 당시 지도자 시작 후 유상철 감독님께서 처음으로 경기 준비를 맡겨주셨는데 0-4로 패했다. 내가 생각한 축구와 너무나도 달랐다. 그때가 2014년도였는데 이미 김병수 감독님은 더 나은 축구를 하고 계셨다. 내가 알고 있던 축구와 너무나도 달랐다. 경기하면서 구조적으로 잡을 수가 없었다. 자꾸 한 명이 비었다. 경기에서 내가 대응하지 못하는 모습에 너무 자존심이 상했다.”

“그래서 더 파고들어야 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영남대 영상을 찾아봤다. 화질이 좋지 않아 제대로 보이지도 않은 영상을 들여다봤고, 몰래 영남대 훈련장을 찾아가 어떻게 훈련하는지도 지켜봤다. 그때 감독님 스타일을 파면서 제 것으로 만드는 계기가 됐다. 제 지도자 생활에 전환점이 됐던 것 같다. 당시 김병수 감독님의 영남대는 전관왕이었다. 대회나가면 우승이었다. 자신감도 넘쳤고 틀이 확고하게 잡혀있었다. 그러면서 점점 경기를 치르면서 격차를 좁혀갔다. 다음 경기에서 0-2로 지고, 그다음에는 101로 미기고 그 다음이 되서야 이겼다. 그러면서 울산대에서도 우승도 경험하고 준우승도 많이하고 그랬다. 지도자를 처음 경험하면서 처음으로 많은 것들을 느낄 수 있던 전환점이었다.”

사진=김영훈 기자
지난 시즌 역대 최고 성적을 냈다는 부담보다는 준비된 만큼 강원 만의 확고한 모습을 K리그에서 보여주고 싶은 정경호 감독이다. 지난 시즌 보여줬던 기조를 지키면서 리딩 클럽이 될 강원을 목표로 한 단계씩 나아가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김병지 대표팀께서 감독 제의할 때 이야기한 부분이다. 지난해 성적을 보면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고 하셨다. 그래서 지난해 성적으로 올해도 똑같은 기준점을 삼으면 안 된다고 했다. 강원이라는 팀은 기복이 심했었다. 잘 할 때도 있었고, 못할 때도 있었다. 이제는 그런 기복을 줄이면서 조금 더 단단한 팀, 리딩 클럽으로서의 색깔을 만들어가야할 것 같다. 조직적으로 잘 어우러지는 팀을 만드는 것이 제 목표이고, 그렇게 성장시키는 것이 제가 해야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작년에 준우승했다고 올해는 우승해야 한다? 기본적으로 3위, 4위는 차지해야 하지 않나? 그 정도의 반열에 오르기까지는 아직 이르다고 보고 있다.”

“작년 기적같은 준우승을 하고 팬들이 많이 생기셨고, 인프라가 많이 변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강원이 이를 얼마나 잘 유지할 수 있느냐가 중요할 것 같다. 성적이 너무 떨어지지 않되, 강원이 기반을 잘 삼을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한시적으로 운이 좋아 잘 되는 팀이 아닌 조직적으로 탄탄한 그런 팀을 만들고 싶다. 그래서 오히려 부담이 없는 것 같다. 강원도의 인구는 수도권에 비해 적다. 민혁이와 같은 스타플레이어가 떠났지만 경기장에 1만명 가까이 팬들이 찾는다는 것은 엄청난 비율이다. 그래서 팬들께서 민혁이가 없다고 안 오는 것이 아닌 강원 팀 자체를 응원하는 문화를 만드는 것이 제 역할이라 생각한다.”

[남해=김영훈 MK스포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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