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재료·환율·인건비 다 오르는데'..가격인상 자제하라는 정부

[파이낸셜뉴스] "내수회복과 민생안정의 핵심은 물가안정인데 정부가 기업에 일방적으로 협조를 요청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생각한다. 다만 국민 입장에서 납득할만한 정도의 물가인상을 해달라."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11일 서울식품산업협회에서 17개 주요 식품 기업이 참가하는 간담회 모두 발언을 통해 "미국 신 정부가 들어섰고 전세계 공급망 위기 이야기가 나오고 환율 리스크도 있어 식품 업계로서는 어려운 상황"이라며 이 같이 말했다.
이날 간담회는 농림부가 △2025년도 식품산업 정책방향 설명 △업계 애로사항 청취 및 해결 방안 논의 △미국 신 정부 출범 등 대내·외 환경 변화 상황 공유 △물가 안정을 위한 협력 방안 강구 등을 위해 마련했다.
CJ제일제당, SPC삼립, 남양유업, 농심, 동서식품, 동원 F&B, 대상, 롯데웰푸드, 롯데칠성음료, 매일유업, 빙그레, 삼양식품, 샘표식품, 오리온, 오뚜기, 일화, 풀무원식품 등 총 17개 주요 식품사의 대표 및 임원 등이 참석했다.
농림부는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기업의 원가 부담을 위해 △주요 수입 원재료에 대한 할당 관세 확대 적용 △수입부가가치세 면세 연장 △원료구입 자금 등을 지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현재 코코코생두, 커피농축액, 설탕, 오렌지농축액 등 13개 품목에는 할당관세를 적용 기업들의 수입 관세 부담을 낮춰졌다. 최근 가격이 급등한 커피, 코코아 등은 수입 부가가치세 10% 면세를 2023년 12월부터 올해 말인 2년 동안 유지할 계획이다.
다만 정부의 물가인상 자제 당부와 이 같은 지원이 실제로 기업들의 가격 인상을 막기에는 역부족이란 지적이 나온다. 농림부는 2023년 추석을 전후한 9월초, 10월, 2024년 5월 등에도 식품사를 소집해 같은 당부를 했었다. 일부 기업의 경우 정부의 압박에 일부 품목의 가격을 내리기도 했지만 대부분 매출 규모가 작은 제품 위주로 '보여주기 식'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가격은 그대로 두고 용량을 줄이는 '슈링크플레이션'도 나타났다. 정부가 이번에 지원 대책으로 내놓은 할당 관세 확대 적용 등 대책도 1~2년전과 판박이다.
당시에도 정부가 가격만 통제할 경우 기업이 국내 대신 해외의 질 나쁜 원자재를 저렴하게 사용하거나, 정부의 통제가 느슨해지면 풍선 효과만 커질 수 있다는 비판이 나왔다. 실제로 식품 업계 일각에서는 "최근 탄핵 국면 등으로 정부 정책의 컨트롤 타워가 흔들리자 가격을 올리는 업체들이 속속 늘어나고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또 식품업계에서는 통계청이 가공식품 물가를 조사하는 매달 10~20일은 피해 가격을 올리는 꼼수가 유행하고 있다는 말도 돈다. 가공식품의 경우 정부 물가통계에서 가중치가 높아 최대한 정부의 눈치를 피해 가격을 올리는 것이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치적 리더십이 흔들리면 기업 입장에서는 나중에 새로운 리더십이 들어왔을 때 더 올리기가 여럽다고 판단해 이럴 때 가격을 올릴 가능성이 있다"며 "정부가 물가에 신경을 쓴다는 사인을 보낼 수는 있지만 강제로 물가 인상을 막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중국과 미국의 관세전쟁으로 인한 공급망 변화, 관세 인상에 따른 물가 인상 압박이 더 심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송 장관은 간담회 후 이어진 기자들과 만나 "아직 관세의 품목, 세율 등 불확실한 상황이 많아 농식품부는 테스크포스를 만들어 현재 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시나리오별 대응 방안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hwlee@fnnews.com 이환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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