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삽 뜨면 `갑(甲)` 바뀐다더니"… 입주 임박해도 공사비 분쟁

이윤희 2025. 2. 11.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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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 중단·입주 지연 이어져
원자잿값·팬데믹·고금리 영향
정부 '정비사업 계약 개정' 예고
[연합뉴스]

공사비 급등으로 인한 현장 곳곳의 잡음이 새해까지 이어지고 있다. 입주를 몇달 앞둔 강남권 단지에서까지 공사비 증액을 둘러싼 발주자(조합)와 시공사 간 갈등이 불거졌다. 많게는 가구당 억 단위가 넘는 증액 공사비 부담에 공사가 중단되고 입주가 지연될 가능성마저 제기된다.

11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오는 6월 입주가 예정된 서울 서초구 메이플 자이(신반포4지구 재건축) 조합이 시공사인 GS건설이 공사비 갈등을 빚고 있다. GS건설은 지난해 12월 4860억원의 공사비 증액을 요청했다. 조합원이 2921가구임을 감안해 단순계산하면 가구당 약 1억6000만원이 넘는 금액이다.

이중 2288억원은 인허가기관 요청과 법령 준수, 특화 설계 등에 따른 추가 공사비다. 커뮤니티와 운동시설 등 기반시설 공사 비용이 여기에 포함된다. 나머지 2571억원은 물가 상승 등에 따른 인상 요구분이다. 조합은 물가와 금융비용 상승에 따른 인상 요구분은 수용 불가 입장이며 GS건설은 서울중앙지방법원에 공사대금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조합 측은 설계변경 등에 따른 추가 공사비 2288억원에 대해서는 한국부동산원에 공사비 검증 신청을 했다. 서울시 코디네이터(중재자) 파견도 요청했다.

GS건설이 이 조합에 공사비 인상을 요청한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2023년 GS건설은 최초 계약 공사비 9352억원에서 1조4000억원으로 인상을 요구했다. 당시 조합은 1980억원 증액에 합의를 했다.

이 곳 외에도 수도권 곳곳에서 공사비 갈등은 진행 중이다. 서울 성북구 장위자이레디언트(장위4구역 재개발) 공사 현장에서도 공사비 증액 협의가 진행 중이다. 조합은 대의원회 및 총회에서 309억원의 증액안 확정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 해 초 GS건설은 장위4구역재개발조합에 공사비 약 722억원 증액을 요청했다. 9월께 GS건설은 공사 중지 예고 호소문을 붙이기도 했다. GS건설은 인상분을 지난 7월 기준 483억원까지 조정했으나 합의가 불발됐고, 서울시의 중재로 240억원으로 진행되는 듯했으나 이 또한 GS건설이 수용하지 않았다. 이 사업지에서만 2015년 8월 1256억원 증액부터 시작해 총 네번의 증액 요청이 있었다.

삼성물산 건설부문과 HDC현대산업개발이 컨소시엄으로 참여한 서울 송파구 잠실 래미안 아이파크(잠실진주아파트 재건축) 공사비도 최근 세번째 공사비 인상에 합의했다. 이번에는 588억원을 더 올려주기로 했는데, 이로써 공사비는 최초 계약의 두 배 수준(1조3817억원)까지 올랐다.

또 GS건설은 경기 광명시 철산자이 더 헤리티지(철산주공 8·9단지 재건축) 조합에도 공사비 1032억원 추가 지급을 요청했다. 서울 서초구 반포동 삼호가든5차 아파트는 최근 공사비를 10% 증액한 3.3㎡당 990만원으로 다시 입찰 공고를 냈다. 앞서 작년 7월 평당 900만원에 시공사 입찰을 진행했지만 응찰한 건설사가 없어서다. 지난해에는 '단군 이래 최대 재건축 단지'라고 불리는 둔촌주공 재건축 아파트 올림픽파크포레온이 입주 예정일을 한 달 앞두고 시공사업단(현대건설·HDC현대산업개발·대우건설·롯데건설)과 공사비 갈등을 빚으면서 공사가 일주일가량 중단된 바 있다.

건설사는 장기간 이어진 고금리 기조와 코로나19 팬데믹,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여파로 물가와 원자잿값, 인건비 등이 감당하지 못하는 수준으로 올라 공사비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이 매달 집계하는 건설공사비 지수는 지난 10년간 약 1.5배 올랐다. 실제로 지난해까지 3년 새 26%나 상승했다.

서울 시내 정비사업 조합 관계자는 "착공에 들어가면 갑을(甲乙)관계가 바뀐다는 말이 있다. 사업 수주 전까지는 합리적인 공사비와 공기 엄수를 약속한 시공사에서 입주 전 '공사비를 더 달라', '공사를 중단하겠다'고 하는 일이 이제 비일비재하다"면서 "공사가 중단되고 입주가 늦어지면 그에 따른 금융 비용 등이 또 늘어나고 일반분양 입주자들의 불만도 커지기 때문에 조합의 협상력도 떨어진 상태"라고 전했다.

이에 대해 한 건설사 임직원은 "물가 상승으로 원가율이 높아져 대형 건설사들의 실적이 휘청일 정도다. 건설사도 최초 요구한 금액 정도는 아니더라도 적정 수준에서 협의를 해서 가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정부는 건설사들에 최초 입찰제안서에 '공사비 변동 기준'을 포함하도록 할 방침이다. 국토교통부는 이달 중 이 같은 내용의 '정비사업 계약업무 처리기준' 일부개정안을 행정예고할 예정이다.

이윤희기자 stel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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