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의 진화’ 타웅 아이와 필트다운인 [강석기의 과학풍경]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고인류학에 별 관심이 없더라도 중고교 시절 배운 오스트랄로피테쿠스라는 이름은 낯설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주류 학계는 어린 유인원 화석이라며 수십년 동안 고인류로 인정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당시 주류 학계는 인류 진화에서 뇌가 커지는 게 먼저라고 생각했고(타웅 아이의 뇌는 유인원 크기다) 유라시아가 아니라 흑인이 사는 아프리카가 인류의 기원지가 되는 것도 내키지 않았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강석기 | 과학칼럼니스트
고인류학에 별 관심이 없더라도 중고교 시절 배운 오스트랄로피테쿠스라는 이름은 낯설지 않을 것이다. 현생인류가 속하는 호모속 인류보다 먼저 등장한 오스트랄로피테쿠스속 인류에는 유인원과 인간의 특성이 섞여 있다. 지난주 학술지 ‘네이처’는 1925년 2월7일 최초로 오스트랄로피테쿠스 화석이 보고된 지 100년을 맞아 그 의미를 되새기는 사설과 에세이를 실었다.
이야기는 1924년 11월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시작한다. 31살에 요하네스버그 비트바테르스란트대 의대 해부학과 교수로 부임한 레이먼드 다트는 한 학생이 원숭이 두개골이라고 가져온 화석이 고인류임을 알아차리고, ‘아프리카의 남쪽원숭이’라는 뜻의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아프리카누스(Australopithecus africanus)라는 학명을 붙인 논문을 이듬해 네이처에 발표했다. 대여섯살로 추정된 주인공은 나온 마을 이름을 따 ‘타웅 아이’(Taung child)라는 애칭으로 불렸다.
당시 알려진 가장 오래전 고인류는 1891년 인도네시아에서 발굴된 ‘자바인’으로, 현생인류에 가까운 호모 에렉투스였으므로 인류가 유인원과 갈라진 시점과 공백이 컸다. 따라서 인간과 유인원의 특성이 혼재한 오스트랄로피테쿠스의 발견은 ‘잃어버린 고리’를 찾은 획기적인 사건이었다. 그러나 주류 학계는 어린 유인원 화석이라며 수십년 동안 고인류로 인정하지 않았다.
지금 생각하면 이해하기 어려운 일인 게 타웅 아이의 두개골에는 직립의 증거가 있기 때문이다. 즉 척수가 두개골로 들어가는 구멍인 대공이 유인원처럼 두개골 뒤에 있지 않고 현생인류처럼 아래쪽에 있다. 그럼에도 당시 주류 학계는 인류 진화에서 뇌가 커지는 게 먼저라고 생각했고(타웅 아이의 뇌는 유인원 크기다) 유라시아가 아니라 흑인이 사는 아프리카가 인류의 기원지가 되는 것도 내키지 않았다. 게다가 1912년 영국 필트다운에서 발견된 두개골 화석이 이들의 예측에 맞았기 때문에 이쪽을 잃어버린 고리로 보는 학자도 많았다.
그러나 1936년 남아프리카의 스테르크폰테인 동굴에서 성인 오스트랄로피테쿠스 두개골 등 화석이 잇달아 나오면서 고인류라는 주장이 점점 힘을 얻었다. 게다가 1953년 필트다운인이 현생인류의 머리뼈와 오랑우탄의 아래턱뼈로 짜깁기한 가짜라는 게 드러나면서 치명타를 입었다.
진화론의 창시자 찰스 다윈은 1871년 펴낸 책 ‘인간의 유래’에서 “고릴라나 침팬지는 현재 인간의 가장 가까운 친척이므로 인간의 초기 조상도 다른 곳이 아닌 바로 아프리카에서 살았을 가능성이 어느 정도 있다”고 썼다. 다트는 1925년 논문에서 타웅 아이가 다윈의 가설을 입증했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사실 다윈은 인류의 대표적인 특징인 큰 뇌와 작은 턱, 직립보행이 같이 진화했거나 뇌가 커지는 게 주도했다고 추정했다. 타웅 아이는 직립과 턱이 작아지는 게 먼저이고 뇌는 한참 뒤 호모속 인류가 등장하면서 커졌음을 보여준다.
다트의 타웅 아이 논문은 편견이나 권위에 사로잡히지 않고 데이터 해석에 충실해야 한다는 과학자의 기본을 잘 보여주는 예가 아닐까.
Copyright © 한겨레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 윤석열 “계엄 때 군인들이 오히려 시민에 폭행 당해”
- 대전 초등생 살해 교사 “어떤 아이든 상관없이 같이 죽으려했다”
- 윤석열 아전인수…“재판관님도 그렇게 생각할 것 같은데요”
- ‘트럼프 관세’ 다음 타깃은 자동차·반도체…수출기업 비상
- 헌재, 윤석열 쪽 ‘한덕수 증인신청’ 기각…13일 8차 변론
- ‘야당이 박수 한번 안 쳐줬다’ 윤석열에…“국힘 데리고 북한 가라”
- 남자 컬링 4강 진출…여자 대표팀은 중국 꺾고 5연승 순항
- 경찰·기자 위협한 ‘격투기 선수 출신 유튜버’ 입건
- 시리아, 트럼프 팔레스타인인 강제 이주 제안에 “심각한 범죄”
- 인권위 직원 “김용원·이충상 오고 분위기 경직…인권 가치 지킬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