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협박은 기본, 감금·성폭력까지…‘데이트 폭력’ 계속 증가
법조계 “데이트 폭력, 가정폭력처벌법 보호 범위에 포함시켜야”
(시사저널=이태준 기자)

'데이트 폭력' 범죄 신고 건수가 3년 연속 증가세에 있다. 폭행은 기본이고, 감금·협박까지 일삼는 경우도 빈번하다. 전문가들은 데이트 폭력이 연인 사이에서 발생하는 폭력이라는 특수성 탓에 범죄로 인식되지 않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사회적으로 데이트 폭력이 범죄라는 인식 전환이 이뤄지지 않으면, 데이트 폭력 범죄는 앞으로도 계속 증가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부정적 전망도 함께 나온다.
11일 시사저널이 황정아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확보한 최근 3년간 데이트 폭력 신고 건수 현황에 따르면, 2022년 7만790건이었던 데이트 폭력 신고 건수는 2023년 7만7150건으로 증가했다. 다음 해인 2024년엔 8만8379건으로 신고 건수가 1만 건 넘게 폭증했다.
특히 데이트 폭력범 중 성폭력 범죄를 행한 인원의 증가세가 뚜렷했다. 2022년 274명이던 성폭력범은 2023년엔 453명으로, 2024년엔 529명으로 증가했다. 체포·감금·협박을 일삼은 데이트 폭력범도 상승세를 보였다. 2022년엔 1154명이었던 것이 2023년엔 1258명으로, 2024년엔 1427명으로 꾸준히 증가했다. 폭행·상해를 일삼은 데이트 폭력범 역시 2022년 9068명에서 2023년 9430명, 2024년 9832명으로 계속 늘어났다.
전문가들은 집계된 수치만으로도 데이트 폭력에 대한 심각성을 환기시킬 수 있지만, 실제 피해 사례는 훨씬 더 많을 것으로 본다. 피해자가 신고를 주저하거나 수사 과정에서 가해자와의 관계로 인해 입을 2차 피해를 우려하기에 신고를 머뭇거리기 때문이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접수된 신고 건수보다 숨겨진 피해 사례는 더 많을 것이다. 피해자들이 보복·응징에 대한 두려움 탓에 수사 기관의 도움을 받는 것을 두려워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한국여성의전화의 상담 통계에 따르면, 폭력 피해 상담 중 전·현 배우자, 전·현 애인 및 데이트 상대자가 가해자인 경우가 전체 상담 건수의 53.2%를 차지했다. 경찰청에 따르면 데이트 폭력 가해자는 20대가 36.8%로 가장 많았으며, 30대가 25.6%였고, 40대도 17.9%를 차지했다.
피해자들은 주로 20~30대 여성이다 보니, 신체적 폭력에만 그치지 않고 디지털 폭력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많다. 가해자가 피해자의 스마트폰 위치정보를 추적하거나, 사생활을 촬영한 사진이나 영상을 유포하겠다고 협박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형사 사건 전문 김예림 변호사는 "20~30대 데이트 폭력 범죄는 과거 데이트 폭력 범죄와 다른 양상을 보인다. 피해자에 대한 딥페이크 영상물을 만들어 배포하거나 성착취물을 만들어 협박하는 경우가 있다"며 "수사기관에서 데이트 폭력 범죄를 신고받으면 선제적으로 조치를 취하는 등의 해결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2차 가해 무서워요" 신고 후가 더 두려운 피해자
데이트 폭력 사건이 형사 처벌로 이어지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법적 제도상의 한계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데이트 폭력은 가정폭력처벌법의 보호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피해자가 일반 폭력 사건과 동일한 절차를 밟아야 하기에 경찰이나 법원으로부터 신속한 보호를 받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반의사불벌죄(피해자가 가해자의 처벌을 원치 않으면 형사처벌할 수 없는 범죄) 조항이 적용되는 사건에서는 피해자가 가해자와의 관계 회복을 이유로 처벌 의사를 철회하면 수사가 무마될 가능성이 크다. 데이트 폭력 사건을 진행해본 경험이 있는 변호사들은 많은 피해자가 가해자의 회유나 협박에 의해 결국 처벌을 포기한다고 입을 모았다.
지난해 1월부터 스토킹 행위자에 대한 접근금지 잠정조치 위반 시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이 가능해졌지만, 실시간 감독을 통해 대응하기엔 전담 인력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다. 김도우 경남대 경찰학과 교수는 "피해자를 실질적으로 보호할 수 있도록 보호 조치의 실효성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며 "정부 부처에서 전담 인력을 늘리고, 관련 예산을 증액하는 등의 조치를 해야한다"고 했다.
해외에서는 데이트 폭력 방지 및 피해자 보호를 위한 법적 장치가 촘촘하다. 영국은 2021년 '가정학대법'을 개정해 연인 관계에서의 모든 형태의 폭력을 법적 처벌 대상으로 포함했다. 신체적 폭력뿐 아니라 정서적 학대, 경제적 착취, 디지털 폭력까지 폭넓게 규정했다. 또 데이트폭력 가해자의 전자발찌 착용 및 실시간 모니터링 시스템을 도입해 재범 방지에도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프랑스 역시 데이트 폭력 가해자에게 접근금지 명령 위반 시 실형을 내리도록 하는 법적 제재를 마련했다. 피해자는 실시간으로 신고할 수 있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경찰과 즉각 연결될 수 있다.

"데이트 폭력, 연인 사이 다툼 아닌 범죄"
법조계에선 한국에서도 데이트 폭력을 가정폭력처벌법의 보호 범위에 포함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뿐만 아니라, 한국형 전자감시 시스템을 도입해 피해자 보호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다.
특히 피해자들이 2차 피해를 걱정하지 않고 증거를 제출할 수 있도록 디지털 증거 수집 지원 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고 본다. 가해자의 통신 내역, 위치 기록 등 디지털 증거를 신속히 확보할 수 있도록 경찰과 법원의 협조 체계를 개선하는 것이 골자다.
피해자 지원을 강화하기 위해 심리 상담과 법률 지원을 원스톱으로 제공하는 피해자 지원센터 확대도 시급한 과제로 꼽힌다. 검찰 출신 안영림 변호사는 "데이트 폭력은 단순한 연인 사이의 다툼이 아닌 심각한 범죄다. 재범률이 높은 만큼 초기 단계에서 강력한 대응이 필요하다"며 "피해자를 실질적으로 보호할 수 있는 제도적 개선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피해자는 계속해서 위험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형사 사건 전문 김소정 변호사 역시 "데이트 폭력 사건은 가해자가 피해자와의 정서적 친밀감과 유대 관계를 악용해 고소를 취하하도록 종용하는 경우가 많다. 데이트 폭력을 범죄라고 인식하고, 합의와 무관하게 강력한 처벌이 이뤄지도록 해야한다"고 조언했다.
데이트 폭력 범죄에 대한 입법부의 반응은 아직 없다. 황정아 의원이 지난 1월13일 '교제폭력처벌법'과 '범죄피해자권리보호2법'을 대표 발의했지만, 법안은 계류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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