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 법망에 들어왔지만, '사장님 권리금' 여전히 위험한 이유
2015년 법적 인정 받은 권리금
임대인 회수 방해 막는 조항도 있어
하지만 권리금 둘러싼 논쟁 여전해
관행적으로 공인중개사 거래하지만
현행법으로는 행정사가 담당해야
법 개정 추진 중이지만 국회서 낮잠
회색지대에 남아 있는 권리금 거래
# 어떤 일이든 하면 경험이 남습니다. 직장인이라면 이 경험을 연봉에 얹어 경제적 가치로 환산할 수 있을 겁니다. 자영업자라면 어떨까요? 장사를 하면서 쌓은 '노하우'나 '스펙'을 돈으로 계산할 수 있을까요?
# 네, 가능합니다. '권리금'을 통해서입니다. 문제는 '사장님 스펙' 권리금을 보호하는 시스템이 허약하다는 점입니다. 권리금 거래를 누가 맡아야 할지를 둘러싼 논쟁도 답을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10년 전 관련법이 생겼지만 자영업자가 권리금을 회수하는 건 여전히 어렵다.[사진 | 뉴시스]](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2/11/thescoop1/20250211111737576aaiv.jpg)
카페 사업을 한다고 가정해 볼까요? 먼저 커피 머신과 테이블을 사고 인테리어에 투자할 겁니다. 호객을 위해 광고도 하고, 손님들이 자주 방문하도록 스탬프도 준비하겠네요. 포인트를 쌓기 위해 손님들이 남긴 전화번호도 있을 겁니다. 카페를 정리할 때 이렇게 손에 잡히는 '설비'와 손에 잡히지 않는 '정보'는 또다른 운영자에게 필요한 재산일 겁니다.
이런 재산을 우리나라에선 '권리금'이란 이름으로 거래해 왔습니다. 가게 설비나 간판을 넘겨받는 것에서부터 '고객 리스트'를 받는 것까지, 권리금의 범위는 꽤 넓습니다. 가게 운영을 제법 잘해 온 자영업자로선 권리금이란 명목으로 노력의 대가를 보장받을 수 있을 겁니다.
누군가는 이렇게 물어볼지 모릅니다. "권리금은 불법 아닌가요?" 아닙니다. 자영업자끼리 관행적으로 거래하던 이 권리금은 2015년 상가임대차보호법에 관련 조항을 신설하면서 법망 안으로 들어왔습니다.
권리금을 규정한 상가임대차보호법 10조 3항을 살펴볼까요? "영업시설·비품, 거래처, 신용, 영업상의 노하우, 상가건물의 위치에 따른 영업상의 이점 등 유형·무형의 재산적 가치를 얻기 위해 지급하는 금전 등의 대가." 한마디로 '장사 노하우'까지 사고판다는 겁니다.
이 법엔 권리금을 보호하는 규정도 있습니다. 상가임대차보호법 10조 4에 따르면, 자영업자는 '계약 만기 시점으로부터 6개월 전' 권리금 회수 기회를 보호받습니다.
예를 들어봅시다. 현 세입자가 후임 세입자를 데려오면서 권리금을 받기로 했습니다. 이때 임대인(건물주)이 후임 세입자를 이유 없이 거절한다면 현 세입자로선 권리금을 받기 어려울 겁니다. 바로 이런 행위를 금지한 조항이 상가임대차보호법 10조 4입니다. 이를 위반해서 세입자에게 손해가 발생한다면 임대인은 그 손해의 배상책임을 져야 합니다.
그렇다면 햇수로 10년을 맞은 상가임대차보호법은 권리금을 제대로 보호하고 있을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권리금의 '조정신청'이 이뤄지는 경우는 여전히 드뭅니다. 국토교통부 상가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이하 상가임대분쟁위)에 매년 접수되는 분쟁 건수는 100건 이상입니다.

![[사진 | 뉴시스]](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2/11/thescoop1/20250211111740191ribl.jpg)
2022년 상가임대분쟁위에 접수된 조정 신청 건수는 179건, 그중 16건이 권리금 관련 분쟁이었고 성립한 건 1건(6.3%)뿐이었습니다. 2023년에는 146건 중 10건이 권리금 관련 조정 신청이었는데, 성립한 사건은 제로였습니다.
2024년(6월 누적 기준)엔 79건 중 3건이 권리금 조정 접수였습니다. 그중 단 1건(33.3%)만 성립됐습니다. 권리금 분쟁이 상가임대분쟁위로 넘어가더라도 '조정 성립 확률'은 7%를 밑돌았다는 겁니다.
이유가 뭘까요? 무엇보다 권리금 거래의 법적 테두리와 실제 현장의 간극이 조금 큽니다. 권리금을 거래할 때 세입자들은 일반적으로 공인중개사를 방문합니다. 건물 임차권뿐만 아니라 가게 설비와 노하우를 권리금을 주고 인수해 갈 사람을 공인중개사와 찾는 거죠. 권리금 거래가 대부분 임차 계약을 맺을 때 이뤄진다는 점을 감안하면 당연한 수순입니다.
하지만 법적으로 권리금 거래의 계약서는 '행정사'가 작성해야 합니다. 그러다보니 가게를 내놓은 자영업자로선 임대차계약서는 공인중개사에게, 권리금 계약서는 행정사에게 맡겨야 하는 불편함을 감수해야 합니다.
[※참고: 행정사는 다른 사람의 위임을 받아서 행정기관에 제출하는 서류를 작성하거나 제출을 대행하는 전문자격사입니다. 인가·허가 등을 위해 신고를 대리하거나 행정 관련 법령과 상담과 자문에 응답하기도 합니다.]
이 때문에 권리금 거래의 계약서를 행정사가 아닌 공인중개사가 해야 한다는 주장과 행정사가 맡는 게 법적으로 옳다는 의견이 충돌하고 있습니다. 먼저 권리금을 '공인중개사법'에 포함해야 한다는 의견을 볼까요?
지난해 9월 민홍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공인중개사법 일부 개정안'을 대표발의했습니다. 중개대상물의 범위에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에 따른 권리금을 포함하자는 게 핵심이었죠. 이 공인중개사법 개정안이 통과하면 공인중개사가 임대차 계약을 맺을 때 권리금을 함께 거래할 수 있는 길이 열립니다. 임차계약처럼 손해배상책임을 명확히 물을 수도 있겠네요.
반면 대한행정사회 측은 전문성을 우려하면서 "권리금 거래는 부동산 권리 관계만을 다루는 공인중개사가 할 수 없는 영역"이라고 주장합니다. 권리금은 부동산이 아니라 동산이나 재산권에 속한다는 겁니다.

여야 정치권이 탄핵정국에 휘말리면서 '공인중개사법 일부 개정안'은 국회에서 낮잠을 자고 있습니다. 아직도 소관 상임위에 머물러 있죠. 그래서인지 이참에 권리금을 보호할 수 있는 법적·제도적 시스템을 좀 더 명확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상가 권리금과 젠트리피케이션을 연구하는 구본기 구본기생활경제연구소장은 "권리금은 상가 임차인들이 자신의 재산을 위해 투자한 노력을 경제적으로 인정해주는 것"이라며 "권리금 거래를 보호할 수 있는 더 안전한 울타리가 더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자영업자는 언제쯤 노력의 대가인 '권리금'을 안전하게 거래할 수 있을까요?
최아름 더스쿠프 기자
eggpuma@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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