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발 ‘토허제 해제’ 기대감…서울 아파트 또 오르나요? [집문집답]

전정윤 기자 2025. 2. 11.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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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상욱의 집문집답] 서울 토지거래허가제 해제 검토
서울 송파구 잠실의 아파트 단지 모습. 연합뉴스
# 채상욱의 집문집답은?

채상욱 커넥티드그라운드 대표는 유튜브 채널 ‘채상욱의 부동산 심부름센터’, 네이버 프리미엄콘텐츠 ‘아파트 가치&가격 연구소’를 운영하는 애널리스트 출신 부동산 전문가입니다. 정부와 국회, 민간의 다양한 자문위원회에서도 활동하고 있습니다.

부동산 동향이나 정부 정책, 시장 전망 등을 알고 싶으신 분은 집문집답의 문을 두드려주세요. 한겨레 이메일 ggum@hani.co.kr로 질문을 보내 채택되시면, 격주로 화요일 오전 11시마다 채상욱 대표가 정확한 정보와 예리한 통찰을 바탕으로 독자님들의 궁금증을 풀어드립니다.

☞최근 부동산에 무슨 일이 있었을까?

안녕하세요, 한겨레 집문집답 운영자인 소심한 무주택자 김소심입니다. 한동안 진정 분위기였던 서울 부동산 시장이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 기대감으로 다시 들썩이는 모양새입니다. 9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을 보면, 지난 1월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2250건으로 2023년 12월 1871건 이후 가장 적었습니다. 통상 거래가 줄면 가격도 낮아지지만, 지난 6일 한국부동산원의 ‘주간 아파트값 동향’을 보면,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이 6주 만에 보합에서 다시 상승으로 전환했습니다. 2월 첫째 주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이 설 연휴 전인 2주 전에 견줘 0.02% 올랐는데요, 송파(0.13%), 서초(0.06%), 마포·용산(각각 0.05%) 등이 올랐습니다. 송파구 잠실동 리센츠와 엘스 아파트 일대는 당장 집주인들이 매물을 거둬들이고, 호가를 높이고 있는 상황입니다. 송파는 수도권 전체를 통틀어 유일하게 0.1%대 상승률을 보였고 설연휴 전후로 매매 호가가 2억원가량 뛰었습니다.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도 매매가가 1억~1억5000만원 가까이 상승했고, 호가는 2~3억원가량 뛰었습니다. 반면 노원과 강동(각각 -0.03%), 은평구(-0.01%) 등은 떨어졌구요.

부동산 전문가들은 거래가 위축된 상황에서 다시 가격이 꿈들거리는 배경으로 오세훈 서울시장의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 검토 발언을 지목합니다. 오 시장은 지난 14일 “서울의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을 해제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며 공식석상에서 처음으로 해제 구상을 밝혔습니다. 그 이후 갭투자 문의가 급증하는 등 서울 일부 지역 아파트값이 오름세로 돌아섰다는 분석입니다.

Q. 토지거래허가구역이 되면 토지거래 때 구체적으로 어떤 제약이 생기는 건가요?

A. 토지거래허가제는 그 이름에서처럼, 일정면적 이상의 토지(주택)를 거래할 때 허가를 받아야 하는 제도입니다. 2020년 6.17 대책으로 서울 일부 지역에 도입되었습니다. 현재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는 대지면적 6㎡의 주택을 취득하려면 시·군·구청장의 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또 주택 매수자의 세대원 전원이 무주택자이거나, 보유하고 있는 주택을 모두 팔아야 합니다. 계약일로부터 3개월 이내에 잔금을 치르고, 잔금일로부터 6개월이 지나기 전에 입주해야 하고, 이후 2년간 실거주해야만 허가를 받을 수 있습니다. 재건축 조합의 경우도 지위양도가 일정 기준을 충족하지 않는 이상 불가능해집니다. 실거주 목적이 아니고서는 매매 거래를 할 수 없기에, 전세를 끼고 집을 사는 갭투자가 불가능하고 투기목적의 접근이 차단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다만, 경매나 보류지 등에 대해서는 적용되지 않기에, 토지거래허가제 이후 일반인들의 경매시장 참여가 증가했습니다.

토지거래허가구역은 한 번에 최장 5년 이내로 횟수 제한 없이 지정할 수 있는데, 국토부와 서울시는 강남 일대와 압구정 등 대규모 정비사업 추진 지역의 허가구역을 1년 단위로 재지정하고 있습니다. 2023년 아파트가 아닌 건축물에 대해서는 토지거래허가제를 해제했습니다.

Q. 서울의 경우 2020년 6월에 잠실 일대 국제교류복합지구 및 인근 지역인 강남구 청담·삼성·대치동과 송파구 잠실동 전역을, 2021년 4월에는 정비사업 예정지인 압구정·여의도·목동·성수동 등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해 묶어뒀습니다. 지정 당시 어떤 논란이 있었는지, 실제로 정책 효과가 있었는지 알고 싶어요.

A. 토지거래허가제는 거래 편의성을 떨어뜨리고, 단기 과열을 잠재우려는 목적으로 오랫동안 도입되어 왔습니다. 2020년에도 6.17 대책으로 첫 등장하였고, 당시 코로나의 경제충격을 만회하기 위해 제로금리화를 추구하며 유동성을 공급하던 시기여서 수요억제 목적으로 도입되었습니다. 도입 당시부터 집주인들은 재산권 침해라고 반발했고, 실거래 목적으로만 매매가 허가되는 탓에 구축 아파트 거래가 위축되고 신축은 더 크게 오르는 부작용도 나타났습니다. 전세 물량 감소로 전셋값도 올랐다는 비판도 있었습니다.

토지거래허가제 평가는 복합적이어야 하는데, 토허제 만으로 가격을 안정화하지 못해서 실패라는 비난은 일차원적입니다. 2020년 6월~2021년 11월의 코로나 초강세 기간동안 실제로 서울토허제 지역보다는 수도권 역세권 중심의 주택가격 강세가 나타나며 토허제가 적절히 기능을 발휘했습니다. 또한 토허제 지역과 아닌 지역간 지리적 격차가 거의 없는 서초구와 강남구의 경우, 이후 서초구의 주택가격이 강남구보다 초과 상승하는 데 큰 영향을 준 것으로 시장이 평가합니다.

Q. 서울시가 이르면 이달중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 대상을 확정해 발표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데요, 지금이 강남·송파 토지거래허가구역을 해제하기에 적절한 시점인가요? 지금도 집값이 가장 비싼 강남·송파 일대부터 해제하는 건 괜찮을까요?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된 지역이 원래 주택가격이 가장 높은 데다, 2017~2020년 상승율도 가장 높았던 지역에 지정한 것인만큼, 해제도 해당 지역을 하는 것이지 주택가격이 높은 지역을 일부러 해제하는 것이 아닙니다. 해제 권한자인 서울시의 설명에 따르면, 지난 5년간 토지거래허가제를 운용해왔고 단기적으로는 거래량과 가격안정 효과가 있었으나, 시간이 지날수록 그 효과가 떨어진다는 결론이 나왔기 때문입니다.

Q. 반면 서울시는 강북구 모아타운 대상지 3곳, 양천·광진구 각 2곳, 구로·서대문·서초·성북·중랑구까지 총 12곳을 오는 18일부터 5년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한다고 발표했어요. 강남·송파는 정책 효과가 없어 해제를 검토한다면서, 오히려 집값이 안정된 다른 지역을 토허제로 지정하는 건 앞뒤가 안 맞고 형평성에 어긋나는 것 아닐까요?

A. 이유없는 토지거래허가제 지정은 없으며, 지정의 사유는 충분합니다. 2020년 이후의 토지거래하거구역은 서울시의 주력 주택사업들로 인해서 주택시장이 과열될 우려가 있거나, 그린벨트 해제 예정지역 등을 제한하거나, 2017~2020년 주택가격 초과상승 지역에 지정하는 등 근거가 있었습니다. 2024년 토허제 재지정도 근거가 있었으며, 앞으로 해제를 한다면 해제의 명분과 근거가 또 제시될 것입니다. 한편, 제도 하나로 주택시장을 좌지우지 하거나 그런 영향이 있을거라는 사고는 지양해야 합니다. 이미 2017~2021년을 거치면서, 또 2008~2012년을 거치면서 정책의 중요성만큼 정책의 무용성도 드러났기 때문입니다. 토허제조차도 초창기 2년 정도는 충분한 영향을 주었으며, 중장기적으로 영향력이 떨어지기에 해제의 필요성이 드러난 것입니다.

Q. 정부 대출규제 등으로 간신히 급등세를 멈춘 서울 부동산이 다시 폭등하거나, 강남·송파 등 ‘똘똘한 한채’ 현상이 심화되지는 않을까요?

A. 토지거래허가구역이 해제되는 경우, 과거 주택 수요가 위축되었던 이들 지역의 주택 매매거래가 활성화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반면, 토허제 기간 동안 반대급부를 누린 지역에서는 일부 수요 위축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수요는 어디서 갑자기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총 수요적 관점에서 본다면 플러스 마이너스가 존재합니다. 강남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한 이후 서초구의 가격상승률이 강남구를 앞질렀습니다. 재건축완료 입주단지가 증가하는 등 서초구의 기초체력 영향이나 입지환경에 대한 고평가 부분도 있으나, 토지거래허가구역이 아닌 서초구로 수요가 집중되는 경향이 존재했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토허제를 해제하는 경우, 다시 해제지역으로 수요가 넘어갈 가능성이 존재합니다. 따라서 해제 후에는 강남구에 수요집중 효과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또한, 똘똘한 한채라는 현상은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인해 발생한 것이 아닙니다. 주택시장이 위축되고, 피크아웃 논란으로 지방소멸 이슈가 등장하면서 심화된 현상입니다.

토허제를 해제함으로써 가장 큰 수혜가 예상되는 주택군은 재건축입니다. 특히 서울시 및 국토부가 재건축을 활성화하려는 의지를 크게 보이고 있는 와중에 토허제가 풀리는 경우, 재건축 시장이 과열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이번에 허가구역 해제 대상에서 재건축 추진 단지는 제외될 가능성이 크다는 예측도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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