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 다 끝낸 K2전차 변속기 … 규정 하나 못바꿔 국산화 늦어져

안두원 기자(ahn.doowon@mk.co.kr) 2025. 2. 10. 17:39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최근 방문한 경남 창원 국가산업단지 내 SNT다이내믹스 공장.

SNT다이내믹스 관계자는 "국산 변속기가 K2전차에 들어간다니 힘겨웠던 지난 시간들이 떠오르며 감회가 남다르다"고 말했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창원 국가산단 SNT다이내믹스 공장 가보니
시험평가 320시간 운용 규정
13시간 모자란다고 퇴짜 맞아
규정 고치면 감사·조사 받을라
공무원도 과도한 기준 손 못대
변속기 성능 인정한 튀르키예
한국 정부보다 앞서 공급계약
정부 뒤늦게 방위사업법 개정

◆ 2025신년기획-도약하는 K방산 ◆

김종도 SNT다이내믹스 기술연구소장이 변속기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창원 안두원 기자

최근 방문한 경남 창원 국가산업단지 내 SNT다이내믹스 공장. 1976년에 지어진 고풍스러운 건물이지만, K2전차에 탑재하는 국산 파워팩(엔진+변속기)의 산실이다.

사실 K2전차 파워팩은 한때 '국산화 실패'의 상징으로 세간에 알려진 적이 있다. 2005년 시작한 K2전차 개발은 변속기만 빼고 한참 전에 성공한 상태여서다. 이 때문에 '개발만 20년째'라는 수식어가 붙었다.

드디어 지난 3일 SNT다이내믹스는 방위사업청을 상대로 변속기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K2전차 탑재용으로 현대로템에 보내면 파워팩으로 조립된다. SNT다이내믹스 관계자는 "국산 변속기가 K2전차에 들어간다니 힘겨웠던 지난 시간들이 떠오르며 감회가 남다르다"고 말했다. 현대로템 관계자도 "국산 변속기를 적용한 K2전차를 일정에 맞게 납품할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전차 변속기는 초정밀 기계다. 김종도 SNT다이내믹스 기술연구소장은 "K2전차용 변속기는 내부가 부속품 8000여 개로 가득 차 있는 무게만 2.5t짜리 정밀 기계"라며 "1500마력짜리 엔진으로 달리는 전차의 전진, 후진, 방향 전환 같은 구동과 제어를 평지, 경사로, 험지에 구애받지 않고 해내야 한다"고 설명했다. 전차 강국 독일도 내구성을 갖춘 1500마력 변속기를 개발하는 데 10년이 걸린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 소장은 "군의 요구 수준인 1500마력보다 더 높은 1700마력까지도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사연도 많다. K2전차용 변속기가 기준을 통과하지 못해 실패를 거듭하던 2022년에 튀르키예에서 먼저 연락이 왔다. 튀르키예가 개발하던 전차에 SNT다이내믹스의 변속기를 고려한다는 내용이었다. 자신들의 시험평가 기준을 통과하면 쓰겠다고 했는데, 2023년 1월에 SNT다이내믹스와 정식 계약을 체결했다. 한국에서 시험평가를 못 통과하던 파워팩 변속기가 외국에서 먼저 인정받은 셈이다.

한국 정부가 튀르키예보다 늦게 성능을 인정한 것은 내구성 시험평가 기준이었던 '320시간 연속 운용'에 얽매인 탓이었다. 개발 중이던 국산 변속기가 시험평가에서 성공한 시간은 기준보다 4% 모자란 307시간이었다.

튀르키예가 한국산 변속기 성능을 인정했지만 정작 한국에선 320시간이 족쇄로 작용한 셈이다. 무기 개발 담당 공무원 입장에선 중간에 규정을 바꿔 업무 진전을 위해 재량권을 행사하면 즉시 감사와 조사 대상이 됐다. K2전차의 2차 양산을 시작한 2015년에는 국산 변속기를 사용할 계획이었지만, 320시간 규정에 가로막혀 일정이 하염없이 지연됐다.

하지만 불합리한 기준에 대한 지적이 빗발치자 결국 정부는 지난해 5월 방위사업법을 개정해 '고도의 기술 수준을 요구하는 연구개발 계약으로서 성실하게 이행해도 목적 달성이 어렵다고 인정되는 경우'(46조의5 제2항)에는 계약 변경이 가능한 것으로 바꿨다.

이후 지난해 10월 28일 열린 방위사업추진위원회는 직권으로 K2전차 파워팩에 국산 변속기를 사용하기로 결정했다. 튀르키예가 동일한 변속기에 허가를 내준 지 3년 넘게 지난 뒤였다.

파워팩

엔진과 변속기를 결합해 모듈(패키지 구성)로 만든 구동체계. 전투 현장에서 고장이 나더라도 쉽게 교체를 하기 위해 모듈로 제작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전투용 차량 대부분은 파워팩을 구동체계로 사용 중이다.

[창원 안두원 기자]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