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시진핑 '관세 2차전' 총성…7년전엔 극적 봉합까지 18개월
1차 때처럼 미국 우세, 중국 카드 마땅찮아
중국이 10일(한국시간 10시 오전 1시·미 동부시간 9일 오전 11시)부터 미국의 보편관세 부과에 맞서 보복관세를 시행하면서 미중 2차 관세전쟁이 본격화됐다. 관세 부과 전까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극적 담판 합의가 이뤄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지만 이날 중국의 보복관세가 예정대로 시행된 이후에도 정상간 대화 조짐을 포함해 양국의 입장이나 반응은 포착되지 않는다.
트럼프 대통령이 집권 2기 들어 동맹국에도 관세 부과를 압박하는 상황과 맞물려 한국을 비롯해 세계 각국이 'G2'의 2차 관세전쟁 장기화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게 됐다.
지금까지 상황을 종합하면 미중 대치 국면은 상당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트럼프 대통령이 캐나다와 멕시코에 대한 관세를 유예하면서 사실상 중국만 겨냥하게 된 '핀셋 관세'와 중국의 보복관세가 충돌한 양상이지만 트럼프 1기 행정부 당시 벌어졌던 1차 관세전쟁(2018~2020년)에 비하면 아직은 수위가 높은 편이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 기간 공언했던 60% 추가 관세에 크게 못 미치는 10% 관세를 추가하고 중국은 미국산 석탄과 LNG(액화천연가스) 등 8개 품목에 15%, 원유·농기계·대형 자동차 등 72개 품목에 10% 관세를 추가하는 등 '품목별 표적 관세'로 맞서면서 이제 막 탐색전을 시작한 단계라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4일 중국의 보복관세 발표 당일 취재진과 만나 "괜찮다"고 말한 것도 아직까지는 심각한 수준이 아니라는 의중을 내비친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 3일 트럼프 대통령이 제안했던 "24시간 내 정상 간 대화"에 중국 당국이 적극적이지 않은 것도 비슷한 이유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선 추가 관세 인상 카드를 내놓을 여유가 있고 중국 역시 또다른 대응 조치를 활용할 수 있는 만큼 서로 상대가 내놓을 추가 카드를 좀더 지켜보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는 얘기다.
통상분야 한 전문가는 "미중 1차 관세전쟁의 경우 트럼프 1기 행정부가 2018년 7월 340억달러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관세를 부과하면서 시작돼 2020년 1월 '1단계 무역 합의안' 서명으로 봉합되기까지 18개월이 걸렸다"며 "양국의 조치에 따라 달라질 수 있겠지만 이번에도 1차전 수준의 시간은 걸릴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현재 전략적 구도에선 1차전 때와 마찬가지로 미국이 우세하다는 게 객관적인 평가다. 양국의 교역 상황부터 그렇다. 미 상무부에 따르면 중국의 대미 무역흑자는 지난해 2954억달러(약 430조원)에 달했다. 1차 관세전쟁 당시인 2018~2020년보다 더 확대됐다. 관세전쟁이 장기화할수록 중국이 받는 타격이 커진다는 얘기다.
트럼프 대통령이 쓸 수 있는 카드도 많다. 지난 1일 서명한 행정명령에 따라 의회의 승인 없이도 대중국 관세를 추가 부과할 수 있다. 이 행정명령에는 "상대국이 보복관세를 부과할 경우 추가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1차 관세전쟁 때도 미국이 다섯 차례에 걸쳐 관세를 잇따라 부과하면서 결국 중국이 손을 들었다.
1차 관세전쟁 패전의 상처가 또렷한 중국 입장에서는 섣불리 강경대응에 나서기도, 협상 테이블에 앉기도 쉽지 않다는 얘기가 나온다. 당시 합의는 중국이 2020~2021년 미국 제품 구매를 최소 2000억달러(당시 환율 기준 231조원) 늘리면 트럼프 행정부는 기존 관세는 유지하되 추가 관세 부과를 보류하는 수준으로 이뤄졌다.
합의문에는 지식재산권 보호와 강제 기술이전 문제, 농업, 금융서비스, 통화 및 환율 등 분야에서 중국의 구조적인 개혁과 변화에 대한 미국 측 요구도 담겼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관세 부과 배경으로 마약성 진통제 펜타닐의 미국 유입 문제에 중국의 대처가 부족하다는 점을 들고 나온 것도 중국 정부 입장에선 곤혹스러운 대목으로 꼽힌다. 미국과 국경을 맞댄 캐나다나 멕시코와 달리 중국은 취할 조치가 마땅찮다. 어떤 조치라도 내놓을 경우 그동안 자국 화학업체에 보조금 등을 통해 미국에 유입되는 펜타닐의 원료 생산을 지원했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을 인정하는 모양새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도 중국 정부의 선택지가 많지 않다.
1차 관세전쟁 때보다 양국의 대치 국면이 더 오래 지속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기업가 출신으로 국가 경영도 거래의 일환으로 보는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 문제를 빠른 시일에 타결하려고 하지만 7년 전 백기투항의 트라우마가 있는 중국 지도부는 세부 의제를 정하는 데 여전히 신중한 분위기"라고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집권 2기 들어 동맹·우호국에도 동시다발적으로 관세를 앞세운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를 압박하는 상황에서 미중의 관세 2라운드 장기화는 한국을 포함한 세계 각국에 또다른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심재현 기자 urm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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