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배추·브로콜리·케일 ‘인돌’ 성분 불안감 해소에 도움” [건강한겨레]

김보근 기자 2025. 2. 10. 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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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 ‘듀크-NUS의과대학’ 등 연구 결과
장내 미생물 유발 화합물인 ‘인돌’이 불안감을 해소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인돌은 양배추, 브로콜리, 케일 등 십자화과 채소에도 많이 존재한다.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 프로바이오틱스(장내 유익균) 제품을 먹는 시대가 올 수 있다.’

싱가포르에 위치한 ‘듀크-NUS의과대학’과 싱가포르 국립신경과학연구소 연구진의 함께 진행한 최근 연구 결과 내용이다. 연구진은 장내 미생물과 인간의 불안감 사이의 중요한 연관성을 발견하고 지난 2월5일 국제학술지인 'EMBO 몰리큘러 메디신(분자 의학)'에 연구 내용을 게재했다.

사실 장내 미생물이 뇌에 영향을 끼친다는 점은 이미 많은 연구에서 밝혀진 바 있다. 장과 뇌는 미주신경으로 직접 연결되어 있다. 이것을 ‘장뇌축’(gut-brain axis)이라고 한다. 12쌍의 뇌신경 중 10번째 신경인 미주신경은 가장 길고 복잡한 신경이다. 뇌에서 시작하여 귀, 목, 심장, 폐, 위장관 등에 연결되어 있다. 이 미주신경을 통해 장내 미생물이 가지고 있는 정보가 뇌에 전달되기도 하고, 뇌의 신호가 장에 전달되기도 한다. 물론 장에서 뇌로 가는 정보의 양이 훨씬 많다. 그만큼 장의 건강이 뇌의 건강을 좌우할 수 있다는 것을 뜻한다.

이번 논문의 큰 성과는 장내 미생물에 의해 만들어진 여러 물질 중 인돌(Indoles) 화합물 성분이 특히 불안감 해소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밝힌 것이다. 인돌은 재스민과 같은 식물의 꽃에 들어있는 성분으로, 브로콜리, 양배추, 케일 등 십자화과 채소에서도 많이 발견된다. 또한 인돌은 필수 아미노산인 트립토판 대사산물로 우리 몸의 장에서도 자체 생산되기도 한다. 인돌은 항암에도 좋은 효과를 보이는 물질로 알려져 있다.

싱가포르에 위치한 ‘듀크-NUS의과대학’의 연구 개념도. 미생물이 없는 생쥐는 불안감이 높지만(왼쪽 쥐), 생쥐에게 인돌을 투입하면 불안감이 낮아진다(오른쪽 쥐). 듀크-NUS의과대학 제공

‘듀크-NUS의과대학’ 연구진은 우선 ‘장 건강이 뇌 건강에 영향을 준다’는 사실을 다시 확인했다.

연구진은 무균 환경에서 ‘살아 있는 미생물에 노출되지 않은 사람들’이 ‘살아 있는 미생물이 있는 사람들’보다 불안과 관련된 행동을 더 많이 보인다는 것을 관찰했다.

연구진은 여기에 더해 어떤 미생물이 불안에 더 영향을 주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무균 생쥐를 활용한 검사를 진행했다. 무균 생쥐에게 장내 미생물을 통해 만들어진 ‘인돌’을 주입했다. 그 결과 ‘인돌’이 생쥐의 불안행동을 상당히 낮춘다는 점을 밝혀냈다. 무균 생쥐에게 인돌을 투여했을 때, 불안감을 일으키는 기관인 편도체의 활동이 감소하는 것을 확인한 것이다.

이 연구의 주저자 중 한명인 싱가포르 국립신경과학연구소 연구부의 스벤 페터슨 교수는 “인돌의 불안 감소 기능은 인간의 출생 직후부터 이루어진다”며 “출생 뒤 신생아는 배고픔 등으로 인한 불안감에 노출되는데, 이때 모유에 섞여 있는 미생물이 인돌 생산을 돕는다”고 설명했다. 이를 통해 아이의 불안감이 감소한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 결과로 ‘프로바이오틱스로 불안감을 치료할 수 있는 길’이 열릴 가능성이 높아진 것으로 내다봤다. 예를 들어, 인돌을 식이 보충제로 섭취하거나 인돌을 생성하는 장내 미생물을 섭취하면, 인돌 성분이 미주신경을 통해 뇌에 전해짐으로써 불안 관련 장애를 치료할 수 있게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듀크-NUS 의과대학의 연구 담당 수석 부학장인 패트릭 탄 교수는 “우리의 연구 결과는 정신과 약물을 견딜 수 없는 사람 등이 불안 관련 질환을 앓고 있을 때 큰 치료효과를 볼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다”며 “정신 건강은 뇌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장에도 있다는 것을 상기시켜준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앞으로 ‘인돌 기반 프로바이오틱스나 보충제’가 인간에게 불안 치료제로 효과적으로 사용될 수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임상 실험을 계속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연구진은 이를 입증하게 된다면 이는 “정신 건강 관리의 새로운 시대의 시작을 알릴 수 일”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새로운 임상 결과가 나오기 전이라도 인돌 성분이 많은 브로콜리, 양배추, 케일 등 십자화과 채소를 자주 섭취해보는 것은 좋은 식습관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채소 성분이 몸에 주는 영양상의 긍정적 효과는 다양하게 확인된 상태에서, ‘불안감을 덜고 안정감을 높이는 기능’도 더해진다면 ‘일석이조’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김보근 선임기자 tree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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