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을 내걸고 전국 구석구석을 누비는 사람들 [여책저책]
대한민국. 누구나 부를 수 있지만 쓰려면 마음가짐을 제대로 가져야 합니다. 국가대표 선수처럼 마치 국가를 대표해야 하는 느낌을 지울 수 없으니까요. 물론 부담감 때문에 쓰기를 주저하자는 뜻은 아닙니다. 잘 쓰자는 얘기죠. 이름이 이름인 만큼 말이죠.

전윤선 |나무발전소

휠체어를 타고 세계를 여행하는 이가 있다. 조금 많이 걸었다고 힘들다는 소리가 바로 나오는 일반인에게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 주인공은 ‘무장애 여행작가’ ‘장애계의 한비야’로 불리는 전윤선 작가다.
그는 20대 때 자전거로 국토종단, 한국 명산 등반 등을 하는 열성파였다. 그러다 20대 후반 희귀성 난치질환이 발병해 장애인이 됐고, 버킷리스트로 생각했던 인도 여행길에 올랐다. 그는 그곳에서 장애와 비장애의 경계를 부수는 체험을 접했다. 이후 휠체어를 타고 제주 올레길 완주는 물론, 유럽과 북미, 아시아, 호주 등 지구 곳곳을 누볐다.

저자는 장애 당사자의 시선으로 여행지를 살뜰히 관찰했다. 작은 두 바퀴가 갈만한 곳인지, 쉴 곳과 머물 곳은 어디인지, 장애인용 화장실은 어디에 위치해 있는지 등을 꼼꼼히 확인해 관광 약자에게 최적의 여행 코스를 담으려 했다.
저자는 정부가 ‘열린 관광지’로 조성한 곳을 우선 살폈다. 열린 관광지란 장애물 없는 관광지로 2015년부터 조성을 시작해 현재 도시 2곳과 전국 182개소가 있다. 저자가 확인 한 바에 따르면 열린 관광지는 일반 관광지에 비해 상대적으로 접근성이 높을 뿐, 완벽하게 열려 있는 곳은 아니었다.
전동휠체어가 아니면 단 한 발짝도 나서지 못하는 여행가에게 무장애 여행이란 언제, 어디서든, 느닷없이 떠나는 여행이 가능하다면, 그 여행은 곧 장애물이 없는 여행일 수 있다. 휠체어를 탄 여행객이 많아질수록 무장애 여행의 인프라는 더욱 좋아진다. 때문에 저자는 전동휠체어의 높이만큼 낮은 시선으로 미래의 희망인 무장애를 안내했다.

이용석 ‘더 인디고’ 편집장은 “전윤선은 닿을 수 없는 곳, 닿지 않는 곳에 ‘무장애’의 희망의 싹을 움트게 한다”고 했고, 윤혜진 경기대 교수는 “대한민국 구석구석의 다양한 풍경과 매력, 숨은 이야기를 무장애 렌즈로 포착해 모두가 함께 즐길 수 있는 여행의 경로를 밝게 비추고 있다”며 일독을 바랐다.
강신길 | 안나푸르나

섬을 제외한 남한지도 전체를 둘레로 크게 걷는 둘레길 도보는 그렇게 시작했다. 그렇게 걸으며 생생한 이야기를 담아 낸 책이 2021년 출간한 ‘대한민국 둘레길’이다. 당시 독자의 반응은 뜨거웠다. 출판사 또한 놀랐다. 코로나로 해외여행 길이 막히면서 트레킹이 고팠던 이들이 ‘대한민국 둘레길’을 읽고 그 장정에 따라서 나서기도 했다.
독자들은 당시 저자의 글에서 진짜 걸었던 자만이 느낄 수 있는 여행의 고단함과 잔잔한 감동을 공감했다. 이에 후속편에 대한 이야기가 이어졌고, 결국 ‘대한민국 둘레길’이 4년만에 탈고해 독자를 만나게 됐다.

저자는 그런 현실에 봉착할 때마다 지도에 의지해 조금이라도 의미가 있는 길을 새롭게 찾아서 삼남길과 영남길을 완주했다. 자신이 걸었던 길을 지도에 표시해놓았다가 이 책에 기록한 저자는 이런 과정에 대해 이미 선배들이 닦아놓은 길의 기록을 밟는 동시에 새로운 길을 만들어가는 것이라고 평했다.
삼남길은 다산 정약용의 해남과 강진에서 시작한다. 아름다운 다도해 풍광이 한눈에 들어오는 오솔길에는 도시에서 만날 수 없는 편안함 정서가 가득하다. 이 길은 과거를 보러 서울로 가는 길인 동시에 다산이 벌을 받고 유배를 왔던 길이기도 하다. 걸음이 닿는 곳마다 사연이 없는 곳이 없으며, 그 사연에 해당하는 절세의 비경에는 감탄이 머물 뿐이다.
전남 해남 땅끝마을에서 출발해 강진군, 영암군, 나주시, 광주광역시, 장성군을 거쳐 전북 정읍시, 완주군, 익산시, 충남 논산시, 공주시, 천안시를 지나 경기 평택시, 오산시, 수원시, 의왕시 그리고 서울 관악을 거쳐 마침내 도성인 한양 서울에 이른다.

기록에는 남아 있지만, 때때로 그 기록에서조차 사라지거나 훼손돼 길이 없을 때는 예전에 길을 통해 잇닿던 마을과 마을을 연결해서 어떻게든 이어 걸었다. 길은 길로써도 존재하지만, 마을과 마을을 연결하는 궤적 속에서 분명하게 존재하기 때문이다.
저자는 “길꾼의 길 탐험은 끝나지 않았다. 멈추지 않는다”며 “트레킹은 출발은 있지만, 목적지 닿으면 또 다른 목적지가 생겨나기 때문”이라고 길 여행의 묘미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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