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다 “계엄 선포한 적 없다” 할라 [편집국장의 편지]

변진경 편집국장 2025. 2. 10. 0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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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공수특전여단: 여단장 지휘 차량에 소총용 5.56㎜ 실탄 550발, 권총용 9㎜ 실탄 12발 적재한 상태로 국회로 출동.

유사시 1대대가 쓸 소총용 5.56㎜ 실탄 2만3520발, 2대대가 쓸 소총용 5.56㎜ 실탄 2만6880발 탄약 수송차량에 적재 후 즉시 공급 가능하도록 준비.

소총용 5.56㎜ 실탄 960발, 권총용 9㎜ 960발 적재해 국회로 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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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시사IN〉 제작을 진두지휘하는 편집국장이 독자들에게 보내는 편지입니다. 우리 시대를 정직하게 기록하려는 편집국장의 고민이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국회 본회의에서 비상계엄 해제를 의결한 2024년 12월4일 새벽 계엄군이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철수하며 준비해온 온 물건들을 옮기고 있다. ⓒ연합뉴스

제1공수특전여단: 여단장 지휘 차량에 소총용 5.56㎜ 실탄 550발, 권총용 9㎜ 실탄 12발 적재한 상태로 국회로 출동. 유사시 1대대가 쓸 소총용 5.56㎜ 실탄 2만3520발, 2대대가 쓸 소총용 5.56㎜ 실탄 2만6880발 탄약 수송차량에 적재 후 즉시 공급 가능하도록 준비.

707특수임무단: 헬기 12대에 병력 96명. 소총용 5.56㎜ 실탄 960발, 권총용 9㎜ 960발 적재해 국회로 출동.

수도방위사령부 예하 제35특수임무대대: 선발대 16명. 소총 15정, 권총 15정, 저격소총 1정. 5.56㎜ 보통탄 1920발, 5.56㎜ 예광탄 320발, 9㎜ 보통탄 540발, 슬러그탄 30발, 엽총용 산탄 30발, 섬광폭음수류탄 10발, 5.56㎜ 공포탄 360발 소지한 채 국회 인근 여의도공원 주차장 도착.

대테러 초동조치부대 11명: 소총 11정, 권총 9정, 드론재밍건 1정. 5.56㎜ 보통탄 975발, 9㎜ 보통탄 330발, 5.56㎜ 공포탄 330발 소지한 채 국회 1문 인근 도착.

대테러 후속부대 51명: 소총 44정, 권총 22정. 5.56㎜ 공포탄 1320발 소지한 채 성산대교 북단 도착. (···)

위 목록은 윤석열의 ‘죄명: 내란 우두머리’ 공소장에 적힌, 2024년 12월3일 동원된 비상계엄 병력과 무기들이다. 지면을 너무 많이 잡아먹어 모두 적지 못했다. 공소장에 적힌 실탄 수를 다 더해보면 5만7735발에 이른다. 그 총알들이 모두 국회, 선관위 인근은 물론 시민들이 다니고 머물던 공원과 한강 다리 등지에서 ‘적재’된 채 대기하고 있었다.

군인에게 총과 실탄은 무엇인가. ‘적’을 쏘기 위한 도구다. 그들에게 그날 ‘적’은 누구였던가. 본회의장에 모인 야당 국회의원이었을까, 계엄군을 막아선 시민들이었을까. 저 수만 발의 실탄 중 단 한 발도 사용되지 않았던 것은 천만다행이지만, 그 일을 ‘다행’이라고 부르는 것 자체가 이미 대한민국 역사의 처절한 비극이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윤석열이 탄핵심판 재판정에서 했다는 말이다. 국회에서 의원들을 끌어내라 지시한 적도, 기재부 장관에게 ‘비상입법기구 설치’ 쪽지를 건네준 사실도, 언론사 단전·단수를 지시한 기억도, 국정원 차장에게 정치인 체포를 명한 일도 없다고 주장한다. 숱한 증거와 증인에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이러다 “계엄군이 출동한 적 없다”라거나 “비상계엄을 선포한 적이 없다”라는 변론까지 나올지도 모르겠다. 이런 궤변을 요리조리 그럴싸하게 포장해 우리가 똑똑히 목격한 장면들조차 “호수 위 달그림자”로 가스라이팅하는 세력은 지금도 몸집을 불리고 있다.

있던 일을 없다 하고 없던 일을 있다 하는, 희망과 망상의 경계를 지워버린 슬픈 영혼들의 어깨를 흔들며 정신 차려라 흔들어댈 무기는 결국 단 하나, ‘팩트’뿐이다. 수만 발의 총알보다 더 강력한 그 무기를 〈시사IN〉은 부단히 적재(積載)해나갈 것이다.

변진경 편집국장 alm242@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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