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평택항서 숨진 청년 노동자…법원 “동방이 고용주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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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4월 평택항 항만물류회사 '주식회사 동방' 사업장에서 일하던 이선호(당시 23살)씨가 300㎏짜리 컨테이너에 깔려 숨졌다.
지난해 아리셀 참사처럼 직업소개소를 통한 복잡한 고용 형태가 참극의 원인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던 가운데, 이씨와 함께 일한 이씨의 아버지와 이주노동자들이 불법 노동자 공급 방식으로 일해, 동방 노동자라는 판결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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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만에 ‘묵시적 근로계약’ 인정

2021년 4월 평택항 항만물류회사 ‘주식회사 동방’ 사업장에서 일하던 이선호(당시 23살)씨가 300㎏짜리 컨테이너에 깔려 숨졌다. 지난해 아리셀 참사처럼 직업소개소를 통한 복잡한 고용 형태가 참극의 원인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던 가운데, 이씨와 함께 일한 이씨의 아버지와 이주노동자들이 불법 노동자 공급 방식으로 일해, 동방 노동자라는 판결이 나왔다. 직업소개소를 통한 중간착취형 불법 노동자 공급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6일 서울중앙지법 민사48부(재판장 김도균)는 이씨 아버지 이재훈씨와 노동자 4명이 동방을 상대로 낸 임금 청구 소송에서 동방과 노동자들 사이의 ‘묵시적 근로계약’ 관계를 인정하고 이들이 동방의 정규직 노동자로서 받아야 할 임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9일 판결문을 보면, 이들은 수년 동안 동방과 ‘인력공급계약’을 체결한 직업소개소 ‘우리인력’을 통해 평택항 동방 사업장에서 동방 관리자 지시에 따라 항만 하역 검사, 컨테이너 수리·청소 등의 업무를 해왔다. 우리인력은 동방의 요구에 맞춰 일일 인력을 공급하면서 일당 10만~11만원 가운데 수수료(1만2천~1만5천원)와 식대(5천원) 등을 제하고 노동자들에게 지급했다.
이들의 고용관계가 쟁점이 된 가운데 재판부는 우리인력이 ‘유료직업소개’가 아닌 ‘노동자 공급’ 사업을 했고, 노동자와 동방 사이에 묵시적 근로계약 관계가 성립한다고 봤다. 재판부는 “우리인력은 노동자들과 동방 사이에서 업무 수행의 독자성 등을 갖추지 못한 채 동방의 일부 역할을 대행했을 뿐이고, 동방이 종속적인 관계에 있는 노동자들로부터 근로를 제공받고 임금 지급을 실질적으로 책임지고 있었다”고 판단했다. 노동자들이 우리인력과 근로계약을 체결하지 않았고, 동방의 지휘·감독을 받아 일했다는 점이 근거가 됐다.
앞서 노동부와 검찰은 이들의 관계를 ‘노동자 파견’으로 보고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무허가 파견)로 우리인력·동방을 약식기소했고, 법원은 약식명령했다. 노동자 파견은 노동자가 파견사업주와 근로계약을 맺고 파견사업주가 아닌 사용사업주(원청업체)의 지시를 받는다. 이때 파견사업주는 노동자 임금, 노무 관리 등 기본적인 사용자 책임을 진다. 이번 판결은 ‘동방→우리인력→노동자’ 식의 파견 관계가 아니라, ‘동방→노동자’ 간 근로계약을 인정하고 우리인력은 현행법상 불법인 노동자 공급 사업을 했다고 판단한 것이다.
산업단지를 중심으로 직업소개소들이 10% 이상 수수료를 떼는 방식으로 일용직 노동자를 공급하는 불법이 만연해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됐다. 현행 직업안정법은 중간착취를 막기 위해 노동조합이 아닌 사업주의 노동자 공급 사업을 금지하고 있는데도 근절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소송을 대리한 권영국 변호사(정의당 대표)는 “사용자가 누구인지 모호하게 만드는 불법 노동자 공급이 만연해 있다”며 “노동부는 사용자의 책임을 제대로 묻기 위해 불법 노동자 공급 사업에 대한 전수조사를 진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박태우 기자 eh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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