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급식 한우 최저가격 보장제…“농가도 학생도 든든”
지역 전체농가 대상 전국 첫 도입
올해 지육단가 1만4500원 보장
용도별로 부위 공급 골고루 소비
경기 침체와 사료값 급등으로 한우농가가 어려움을 겪는 와중에 ‘학교급식 한우 최저가격 보장제’를 도입한 기초자치단체가 있어 주목받는다. 충남 아산시는 지역학생에겐 고품질 ‘아산 한우’를 공급하고 농가의 경영안정을 도모하겠다며 이 제도를 도입했다. 농가 규모와 상관없이 누구나 참여할 수 있고, 농가·지방자치단체·학교·공급업체가 합의해 가격 구간을 정한 ‘전국 최초’의 사례라는 평가가 나온다.
◆ 올해 지육단가 1㎏당 최저 1만4500원 보장=올해 아산시는 한우고기 학교급식 공급단가의 최저가격을 지육단가 기준 1만4500원으로 잠정 결정했다. 시는 6일 한우농가·학교·공급업체·지자체가 참여하는 ‘2025∼2026년 한우 품목선정 및 가격결정 실무협의회’에서 최저가와 최고가(1만9499원)를 포함한 학교급식 예상 공급단가를 발표했다. 공급단가는 최고·최저가 범위 안에서 축산물품질평가원의 ‘2주 전국 원비(1B)등급 3대 공판장 평균단가’를 고려해 변동된다.
아산시는 2023년 2월 ‘한우 학교급식 최저가격 보장제’를 도입했다. 전액 지자체 예산으로 ‘한우’에 한해 지역 전체 농가를 대상으로 시행한다는 점에서 사실상 ‘전국 최초’다.
협의회에서 단가가 정해지면 고기 공급업체가 갈비·등심·안심 등의 부위에 따라 적정 이윤을 붙여 학교에 납품한다. 기관간 분업도 매끄럽다. 시 학교급식지원센터는 학교 계약과 보조금 지급, 축산물 공급업체 선정과 계약·관리를 맡는다. 공급업체는 한우 해체 보고서를 작성하고 학교 발주규격에 부합하게 가공한다. 공급업체 가운데 하나인 아산축산농협은 지역 전체 한우 정보를 수집한 뒤 도축할 한우를 선정해 출하하도록 한다.
◆ 농가 참여 활발, 학교·학생은 반색=제도가 시행된 지 2년밖에 되지 않았지만 농가·업체·학교의 만족도는 높다. 아산시 농식품유통과에 따르면 지난해 370농가가 참여해 모두 580마리를 공급했다. 지난해 시 전체 유치원, 초·중·고등학교가 한우고기 매입에 쓴 예산만 38억원에 이른다.
도고면 신통리에서 한우 160마리를 키우는 윤희정씨(47)는 “연간 학교급식에 15∼20마리를 낼 수 있다는 믿음이 생겨 영농 계획을 짜는 데 많은 도움이 된다”면서 “앞으로 한우 품질을 더욱 높여 납품 마릿수를 늘리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고 말했다.
온양풍기초등학교 관계자는 “제도 도입 후 공급업체간 담합 등을 걱정하지 않게 됐다”면서 “무엇보다 아산 한우를 학생들이 믿고 먹을 수 있게 돼 기쁘다”고 했다.
◆ 용도별 공급부위 정해 ‘소비 불균형’ 해소=쇠고기 용도별 공급부위를 한데 묶어놓은 것도 눈길을 끈다. 특정 부위만 소비가 활발하게 이뤄지는 불균형을 막아보자는 취지다. 가령 국거리로는 양지·앞다리·목심·우둔·사태, 장조림용으로는 앞다리·설도·우둔 부위를 다양하게 섞어 보낼 수 있게 한 것이다.
조준형 아산축협 유통사업본부장은 “메뉴에 따라 공급 부위를 정해놓으면 소 한마리를 도축한 후 다양한 부위를 비슷한 시기에 소비할 수 있어 이득”이라고 설명했다.
생산자단체도 아산시의 최저가격 보장제 도입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민경천 전국한우협회장은 “아산시 사례는 최고·최저 가격 지지선을 설정해놔 예기치 않은 외부 환경 탓에 가격이 급락하는 것을 방지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앞으로 한우고기 공공급식 확대와 도매가격과 소매가격 연동, 한우 최저 생산비 보장방안의 실례가 될 수 있다”고 했다.
다른 지자체로 확산하는 것이 쉽지 않을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충남의 한 군 단위 지자체 관계자는 “아산시는 인구 자체가 많고 젊은층이 계속 늘어나 제도도입이 순탄했을 것”이라면서 “사육마릿수보다 인구수가 적은 군 단위는 한우 최저가격을 보장하기가 어려울 수 있다”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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