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이 당신을 구했다”… 트럼프 녹인 이시바 ‘아부의 기술’
7일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열린 미·일 정상회담에서 이시바 시게루 총리는 트럼프 미 대통령에게 “매우 진솔하고 강한 의지를 가진 지도자” “신이 당신을 구원했다” 같은 각종 아부 발언을 쏟아냈다. 미 매체 뉴욕타임스는 “이시바의 발언은 트럼프에게 큰 만족감을 주었고, 트럼프는 입이 귀에 걸리도록 웃었다”며 “(이시바가) 트럼프에게 구애하려 아부의 기술(the Art of Flattery)을 끌어안았다”고 보도했다.
이시바 총리는 정상회담이 시작되자 트럼프 대통령이 선거 유세 당시 겪었던 총격 사건을 언급하며 그를 칭찬하기 시작했다. 그는 “지난해 7월 암살 시도에도 굴하지 않는 모습에 큰 감동을 받았다. 당신이 일어나서 하늘 높이 주먹을 치켜든 것을 기억한다”며 “하느님께서 당신을 어떤 사명을 위해 구원하셨다고 느꼈을 거라는 걸 깨달았다”고 했다.
이시바 총리의 아부 발언은 정상회담 직후 가진 공동 기자회견에서도 이어졌다. 그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첫 회담이었는데 트럼프의 첫인상이 어땠느냐”는 질문을 받자 마치 유명 연예인을 본 것처럼 반응했다.
이시바는 “이번에 직접 만나기 전까지 오랫동안 TV에서 트럼프를 봐 왔기 때문에 그런 유명 인사를 실제로 만난다는 것은 굉장히 흥분되는 일이었다”며 “TV에서 보던 트럼프는 강한 인상을 주었고 때로는 무서울 정도로 강한 성격을 가진 분이라고 느꼈지만, 실제 만나 보니 매우 진솔하고 강한 의지를 가진 지도자임을 느낄 수 있었다”고 했다. 그러자 트럼프 대통령은 크게 웃었다.
민감한 질문도 잘 피해 갔다. 한 미국 기자가 “만약 트럼프가 일본산 제품에 관세를 부과한다면, 일본은 보복 관세를 부과할 계획이 있느냐”고 이시바에게 묻자 이시바는 “가정적인 질문에는 답변할 수 없다. 이게 일본 정부의 공식 답변”이라고 했다. 옆에 있던 트럼프는 “와우”라고 감탄사를 내뱉으며 “굉장히 훌륭하고 좋은 대답”이라고 연신 만족감을 나타냈다.
이시바 총리는 이날 미국산 액화천연가스(LNG) 대량 수입 계획을 언급하면서 전임 조 바이든 행정부가 LNG 해외 수출을 하지 않았다는 점을 비판하기도 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첫날부터 즉각적으로 LNG 수출을 허용해 주었고, 이것은 일본에 정말 좋은 소식”이라며 “일본은 미국과의 무역 적자를 개선하는 데 기여하고 싶다”고 했다. 또 트럼프가 일본에 국방비를 GDP 대비 3%로 증액할 것을 요구할 것에 대비해 미리 “2027년까지 국방비를 2배 올리기로 했다”고 자국 방침을 밝히며 선수를 쳤다. 그러면서 “미국이 일본에 요구해서 결정한 것이 아니다”라며 “일본이 자체적으로 결정한 것이며, 우리 스스로 책임을 지고 국방비를 늘려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이시바는 최선을 다해 트럼프를 칭찬하고 아부를 통해 웃음을 유발했다”며 “이시바는 긴장으로 이어질 수 있는 관세 질문을 철저히 차단했고, 트럼프에게 아첨하려는 것이 아니라면서도 무역 흑자를 줄이기 위해 미국에서 더 많은 에너지를 수입하겠다고 맹세했다”고 보도했다.
일본 매체들에 따르면, 이시바는 손주가 10명 있는 트럼프의 환심을 사기 위해 실제로 착용 가능한 맞춤형 ‘황금 사무라이 투구(兜·가부토)’를 주문 제작해 트럼프에게 건넨 것으로도 알려졌다. 투구 가격은 약 16만8000엔(약 160만원)으로 이시바 측은 작년 11월 미 대선에서 트럼프가 당선되자마자 조기 정상회담을 타진하며 전통 공예 상점에 제작 주문을 넣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시바 측은 업체에 “최대한 금색으로 제작해 달라”고 했는데, 이는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리조트와 뉴욕 트럼프타워 실내를 금빛으로 꾸민 트럼프 개인 취향에 맞춘 것이라고 일본 언론들은 전했다. 앞서 아베 신조 전 총리도 트럼프에게 금을 칠한 ‘혼마’ 골프채를 선물한 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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