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형 선박 척척 만들고 순찰도 빈틈없이”…조선소 만능 일꾼, 정체가
무인·자동화로 인력난 해결
4족보행 로봇 ‘워치독’ 눈길
바닷바람이 더해진 추위도 잊은 듯 작업자들 움직임이 부산했다. 3년치 이상의 일감이 꽉 차 있어 완성된 블록을 쉴 새 없이 나르고 이후 공정을 이어 가야 제때 납기를 맞출 수 있어서다. 실제 조선소 모든 도크에는 건조 중인 선박과 해양플랜트가 꽉 차 있었다. 거제조선소에서 가장 큰 640m의 제3도크에서는 초대형 LNG선 4대를 동시에 건조하고 있었다.
16년 만에 찾아온 호황을 누리는 거제조선소에서는 미래형 조선소를 위한 준비도 동시에 진행하고 있었다. 본관 3층에 마련한 마린테크프라자에 들어서자 4족 보행 로봇 ‘워치독’이 마중 나와 반겼다. 마린테크프라자는 삼성중공업의 조선해양 미래 기술을 소개하는 전시관이다.
4족 보행 로봇 ‘워치독’은 암모니아 실증 설비에서 사람 대신 안전 순찰을 하기 위한 목적으로 삼성중공업이 자체 개발했다. 차세대 고부가가가치 선박인 암모니아 추진선을 개발하기 위해 암모니아 실증 설비를 거제 조선소에 세웠다. 독성을 가진 암모니아를 안전하게 관리하기 위해 로봇을 적극 활용할 계획이다.
삼성중공업은 전통 제조산업으로 손꼽히는 조선업이 본업이지만, 이미 20년 이상 로봇을 연구개발해왔다. 2023년 말에는 로보틱스 사업 분야를 팀 단위로 격상시켜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과거에 생산성 향상에만 초점이 맞췄던 로봇 개발은 최근 조선업의 인력난과 고령화를 고려해 ‘무인화·자동화’를 목표로 삼고 달려가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로봇 개발 투자를 매년 늘리고 있다. 지난해 연구개발 비용은 전년보다 3배 이상 늘었다. 올해도 작년보다 3배 가까이 증액했다. 최성안 삼성중공업 부회장이 2023년 대표로 취임한 후 자동화·무인화·디지털화를 통한 ‘24시간 운영 가능한 조선소’를 여러번 강조하면서 미래 조선소 전환을 위한 투자가 크게 늘었다.
이처럼 로봇 개발에 집중 투자하는 것은 중국의 매서운 추격 때문이다. 자국 정부 지원으로 세계 1위에 올라선 중국 조선업계는 한국이 우위에 있었던 액화천연가스(LNG), 메탄올을 비롯한 대체연료 선박 시장에서도 자동화 기술을 적극 도입해 빠른 속도로 기술격차를 따라잡고 있다. 최 팀장은 “중국은 한국 조선사 수준으로 자동화율이 올라왔을 만큼 정부 지원 아래 기술 투자에 힘을 쏟고 있다”고 우려했다.
조선업 로봇 개발 분야에서 조선소는 난도가 높은 분야다. 크기가 100m 이상인 경우가 대부부인 선박에 맞게 이를 자동화하려면 로봇이 함께 커져야 하고, 도크가 야외인 것도 개발·운영 측면에서 한계가 컸다.
이에 로보틱스사업팀은 내업(공장)부터 손을 봤다. 절단·용접을 포함한 일부 공정을 자체 제작한 로봇을 도입해 자동화에 성공했다. 2027년까지 공장 전체를 자동화하고 오퍼레이터의 수를 최소화할 방침이다. 이후 공장 밖 야드에서 일하는 외업에서도 수동 용접 비중을 줄일 계획이다.
또 다른 미래 기술은 자율운항 선박이다. 조선소 한쪽에는 지난해 11월부터 자율운항 연구를 위해 개발한 시프트-오토호가 정박해 있다. 12m 길이인 시프트-오토호는 자율운항 요소 기술을 설계 단계부터 적용한 12인승 규모의 실증 연구용 배다. 올해 초 미국 CES 2025에서 삼성 스마트씽스를 탑재한 이 보트를 공개하기도 했다.
구명조끼를 입고 배에 올랐지만 정작 항해사는 운전대를 잡지 않았다. 대신 연구원이 AI 스피커를 통해 “스마트씽스에서 출항 준비 모드 실행시켜줘”라고 음성으로 명령했고, 배는 자동으로 출항 준비를 끝냈다. 이어 이안을 명령하자 정박 중이던 배가 자동으로 움직이기 시작했고 미리 입력해둔 5개 경로대로 이동을 시작했다. 이날 조류가 거세 배는 때때로 요동쳤지만 시프트-오토는 예정된 미션을 20분 만에 모두 완수했다. 휴대기기를 통해 인터넷으로 조종할 수도 있고, 육지에서 원격제어도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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