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60조원 투자 보따리 챙긴 美... 관세 피하고 안보 챙긴 日

도쿄/성호철 특파원 2025. 2. 9. 1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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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이시바 정상회담 성과는
지난 7일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가진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 대통령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악수하고 있다. 두 정상은 회담 후 발표한 공동 성명에서 “미·일 관계의 새로운 황금기를 열겠다”고 했다. 일본은 1조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를 약속했고, 미국은 일본에 핵우산 제공을 비롯한 안보 지원을 확인했다. /AP 연합뉴스

7일 미국 워싱턴DC에서 1시간 50분 동안 열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 간 정상회담에서 미국은 1조달러(약 1460조원) 대미(對美) 투자 약속을 비롯한 경제적 실리를 챙겼고, 일본은 유일한 동맹국인 미국에서 핵우산과 같은 안보 약속을 재확인받는 성과를 얻었다. 상호 관세와 같은 껄끄러운 주제는 묻어두고 서로 이득이 되는 정책과 약속을 주고받은 것이다.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를 내세운 트럼프 정권에 일본이 약속한 1조달러 투자는 깜짝 선물에 가깝다. 미국 투자 1위 국가인 일본은 앞으로 도요타자동차, 이스즈, 일본제철과 같은 민간 기업이 주도해 현재 7833억 달러(2023년 기준)인 투자 금액을 25% 정도 더 늘리겠다고 약속했다. 이시바 총리는 트럼프에게 “정치인뿐만 아니라 민간인 중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을 기뻐하는 사람이 많다”며 도요다 아키오 도요타자동차 회장을 언급했다. 곧장 도요타자동차의 대규모 미국 투자 계획을 제시하며 “미국에 더 많은 투자를 하고 고용을 창출하고 싶다”고 했다. 이시바 총리는 미국 방문 전 고등학교·대학 동창인 도요다 회장과 만나 투자 계획서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알래스카산(産) 액화천연가스(LNG) 대량 구매 약속은 일본이 트럼프 대통령의 에너지 수출 확대 정책을 지원하겠다는 제스처다. 트럼프는 LNG 신규 수출 허가를 동결했던 바이든 전 대통령의 조치를 취임 첫날 해제했다. 일본은 연간 7200만t을 수입하는 세계 2위 LNG 수입국이지만 미국산 비율은 10% 미만에 불과하다. 일본은 호주(약 40%)와 동남아(약 20%)의 비율을 낮추고 미국산을 높이면 되기 때문에, 별다른 손해 없이 ‘생색’을 낼 수 있는 카드였다. 일본은 바이오에탄올과 같은 다른 미국산 에너지의 수입 증대에도 나설 예정이다. 트럼프는 “일본이 조만간 기록적인 규모의 LNG 수입을 시작할 것”이라며 “우리는 알래스카 파이프라인을 얘기하고 있다”고 했다.

그래픽=양인성

미국의 인공지능(AI) 전략인 스타게이트를 일본 정부가 지지한다는 약속도 정상회담에서 거론된 것으로 알려졌다. 5000억달러를 투입하는 스타게이트 프로젝트에는 미국 오픈AI·오러클과 함께 일본 소프트뱅크그룹도 참여하고 있다.

경제적 선물의 대가로 일본은 안보에 필수적인 5가지 약속을 받아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동맹국인 일본의 방위를 위해 미국의 억지력·방위력을 100% 제공하겠다”고 발언했다.

회담 후 발표한 공동 성명에는 미국이 핵우산을 포함해 일본 방위에 확고하게 관여한다는 내용이 명기됐다. 중국이 영유권을 주장하는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가 일본 영토라는 미국의 지지도 재확인했다. 미·일 안보조약에 따른 미국의 방위 의무가 일본 영토인 센카쿠열도에 적용된다는 내용을 공동 성명에 넣은 것이다. ‘북한 비핵화’와 ‘힘과 강압에 의한 중국의 현상 변경 시도 반대’도 공동 성명에 포함됐다. 일본이 중시하는 다자간 협력인 한·미·일 협력과 쿼드(Quad)에 대한 트럼프 정권의 지지도 이끌어냈다. 쿼드는 미·일·호주·인도가 참가하는 대중국 견제 안보협의체다.

그래픽=백형선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와 일본의 방위비 추가 증액, 상호 관세 부과와 같은 껄끄러운 문제는 여전히 불투명한 상태다.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는 지난달 바이든 전 정권의 불허로 좌절된 상황이다. 이시바 총리는 “단순한 인수가 아니다. 투자해서 언제까지나 미국 회사로 남아있을 것”이라고 제안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제철이) US스틸에 매우 흥미로운 일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투자’와 ‘인수’에 대한 명확한 의미가 불명확한 상태다.

일본이 우려한 추가적인 방위비 증액 요구는 없었다. 트럼프는 방위 예산을 GDP 대비 2%까지 증액하겠다는 일본의 계획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트럼프는 “이번 주 일본에 10억달러에 가까운 군사 장비 판매를 승인했다”며 “(일본이 방위비 증액에) 추가적으로 노력하길 기대한다”고 했다.

미국이 10일 또는 11일 단행할 상호 관세 부과도 여전히 불분명한 상태다. 트럼프는 “만성적인 무역 적자는 미국 경제를 저해하는 만큼 바로잡을 것”이라며 “일본과 무역 적자는 1000억달러 이상이며 신속하게 해결할 것”이라고 했다. 이시바는 미국이 관세를 부과할 경우 보복관세로 대응할지 묻는 질문에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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