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탄핵 정국 속 수사기관 간 권리 다툼, 국민들 ‘혼란’ 더 키운다 [김숙정의 권리장전]
수사권·기소권·수사종결권 등 명확히 법제화할 필요
(시사저널=김숙정 변호사)
수사기관이 가진 권한 중 가장 강력한 것은 무엇일까? 대부분은 체포와 구속 같은 강제 수사를 떠올릴 것이다. 하지만 수사의 시작과 끝을 결정할 수 있는 '수사종결권'이야말로 수사권력의 핵심이다. 수사를 종결하는 결정에는 크게 범죄 혐의가 인정되어 재판에 부치는 '기소(공소제기)', 범죄 혐의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부족해 재판에 부치지 않고 수사를 끝내겠다는 '불기소'로 구분된다. 이러한 수사종결은 사건 관계인들의 법적 지위와 일상을 결정짓는 매우 중대한 처분이다.
피의자는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극도로 불안정한 상태에 놓인다. 갑작스러운 압수수색이나 체포·구속 가능성에 대한 두려움, 가족과 지인들이 참고인으로 소환될 수 있다는 심리적 부담, 수사 범위의 확대 가능성, 기소 여부에 따른 향후 재판 진행 등 모든 것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일상생활 자체가 불가능할 정도다.
피해자 역시 힘겨운 시간을 보낸다. 단순히 수사기관에 출석해 진술하는 것을 넘어, 피해 사실을 입증하기 위한 자료 수집과 정리에 수사기관 못지않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때로는 대면하기조차 고통스러운 피의자와의 대질조사도 감내해야 한다. 결국 피의자에 대한 기소 여부는 피해자에게 사법 정의의 실현이자 피해 회복의 시작점이 된다는 점에서 그 중요성이 크다.
수사종결권의 분산은 2021년 1월 검경 수사권 조정을 통해 본격화되었다. 그간 검사가 독점해 왔던 수사종결권이 경찰에도 일부 부여된 것이다. 경찰은 '불송치' 결정권을 통해 범죄 혐의가 인정되지 않는 사건을 독자적으로 종결할 수 있게 되었다. 다만 범죄 혐의가 인정되는 사건은 여전히 검찰에 '송치'해 검사의 최종 판단을 받아야 한다. 여기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새롭게 가세하며 수사종결 구도는 더욱 복잡해졌다.
수사권력의 핵심 '수사종결권' 두고 해석 달라
강제 수사 못지않게 수사를 누가 어느 시점에 어느 범위에서 종결할 것인지, 종결하지 않고 캐비닛에 넣어둘 것인지 결정하는 것은 중요한 권력이다. 그 권력을 한 기관만 행사하는 것을 막기 위해 기존에 검사가 종국적으로 행하던 결정을 일부는 경찰에, 일부는 공수처에 떼어주는 식으로 수사권 조정이 이루어졌으나, 이는 지금 새로운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최근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수사 과정에서 공수처가 검찰에 '공소제기 요구'를 한 것이 대표적이다. 공소제기 요구는 수사권은 있으나 기소권이 없는 공수처의 법적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등장했다. 그러나 이는 공수처법에 근거 규정이 없는 제도다. 공수처법은 단지 "관계 서류와 증거물을 서울중앙지검 검사에게 '송부'하여야 한다"(제26조 제1항)고만 규정할 뿐이다. 이는 형사소송법상 경찰의 '송치' 제도와는 본질적으로 다르다(형사소송법에 의하면 경찰은 범죄의 혐의가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지체 없이 검사에게 사건을 '송치'하고, 관계 서류와 증거물을 검사에게 '송부'하여야 한다).
이러한 법적 공백에 대해 각 기관은 사건사무규칙으로 임시방편적 해결을 꾀하고 있다. 공수처는 '공수처 사건사무규칙'으로 '공소제기 요구' 제도를 도입했고, 검찰은 '검찰사건사무규칙'을 통해 이를 경찰의 '송치'와 유사하게 해석하는 실정이다.
문제는 이러한 편의적 해석이 법적 구속력을 갖지 못한다는 점이다. 공수처의 '공소제기 요구'에 대해 검찰이 따라야 할 법적 의무도, 처리기한도 명시되어 있지 않다. 실제로 검찰은 공수처의 공소제기 요구 결정에도 보완수사를 한 후 일부분을 불기소하는 등 그 범위와 사실관계를 다르게 구성해 기소하기도 했고, 공수처가 공범 중 일부를 기소하고 일부에 대해서는 기소 권한이 없어 이첩하더라도 불기소하기도 했다. 어느 경우에나 공수처는 자신과 판단을 달리한 검찰의 결정에 불복할 수단조차 없다.
이러한 문제점은 이번 윤 대통령 구속기간 연장 문제에서도 드러났다. 기존에 대검은 기소권이 없는 공수처가 경찰과 동일한 지위에 있다는 입장을 취했다. 공수처와 경찰의 지위를 동일하게 보는 입장에 의하면 경찰과 마찬가지로 공수처도 영장청구권이 없어 검찰청 검사가 대신 구속영장을 청구했어야 한다. 나아가 공수처가 구속사건을 검찰에 송치하면, 공수처의 구속기간이 남아있다 할지라도 검찰에 송치된 날부터 새로이 10일을 기산하고, 추가로 최대 10일 연장이 가능하다는 논리로 이어진다.
하지만 공수처에는 영장청구권이 있다. 이번 사태에서는 공수처가 직접 구속영장을 청구했고, 검찰에 공소제기 요구를 하였으며, 검찰은 공수처의 구속기간을 이어받아 추가로 구속기간 연장을 신청했다. 공수처 검사와 검찰청 검사가 동일한 지위에서 검찰권을 행사해 형사소송법에 따라 구속영장을 청구했고, 법원에 의해 영장이 발부되었으므로, 구속기간도 나누어 쓸 수 있다는 논리로 이어지는 것이다.
입법 과정에서 간과된 중대한 공백들 드러나
공수처가 직접 청구한 구속영장을 법원이 발부하면서, 대검이 종래 주장했던 공수처의 경찰 지위는 사실상 무력화되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공수처가 구속기간 10일을 채우지 않고 공소제기 요구를 했을 때 검찰은 사건을 원점에서 다시 검토하고 보완수사가 필요하다는 취지로 구속기간 연장을 신청했다. 이는 수사를 궁극적으로 종결할 권한이 검찰에 있다는 선언적 의미를 담고 있다. 그러나 법원은 이러한 검찰의 구속기간 연장 신청을 불허했고, 이로써 검찰의 추가 수사 의지에 제동이 걸린 것이다. 이는 공수처의 수사 결과를 존중하고 신속한 사건 처리가 필요하다는 법원의 판단으로도 해석될 수 있다.
이번 법원의 구속기간 연장 불허 결정은 또 다른 쟁점을 부각시켰다. 수사종결과 공소제기는 단순히 수사의 마침표가 아닌 재판의 시작이기 때문이다. 공수처의 공소제기 요구에 따라 검찰이 기소할 경우, 법정 공방 과정에서 검찰이 얼마나 실효성 있는 공소유지를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자칫 '공수처의 판단에 따른 기계적 기소'라는 논리로 공소유지 책임을 회피할 여지도 있다. 더욱 근본적인 문제는 공수처법과 관련 법령들이 공소유지 책임과 재판 결과에 대한 최종 책임 소재를 명확히 규정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는 입법 과정에서 간과된 중대한 공백이라 할 수 있다.
이번 현직 대통령에 대한 구속 기소는 그동안 공수처와 검찰 사이에서 수면 아래 잠복해 있던 문제들을 한꺼번에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법의 공백을 편의적으로 해석하며 운영되던 수사종결 체계의 맹점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것이다. 수사기관 간 책임 전가식 사건 이첩, 동일 사안에 대한 상충된 판단, 장기화하는 수사로 인한 사건 관계인들의 고통은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문제다. 이제는 수사종결권의 행사 주체와 범위, 그리고 그에 따른 책임 소재를 명확히 법제화할 필요가 있다. 국민의 기본권 보장과 법적 안정성 확보라는 형사사법의 궁극적 목적 아래, 실효성 있는 수사권 조정이 이루어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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