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살아나는 HD현대·한화 간 KDDX 갈등…"또 소송전 갈 수도"

K-방산 수출 경쟁력 강화를 위해 협력으로 가닥을 잡은 것 같았던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이 다시 세간의 도마 위에 올랐다.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조감도) 사업자 선정이 임박하면서 다시금 양 사의 신경전이 서서히 수면 위로 오르는 분위기다.
과거 KDDX를 두고 소송전까지 불사하던 양 사는 작년 11월 관련 소송을 모두 취하하며 화해 분위기를 조성했다. 정기선 HD현대 부회장과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이 사전 교감이 있었다는 후문도 나왔었다. 이 때문에 더 이상 논란은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지만, 석 달도 채 안돼 또 다시 갈등 국면이다.
업계에서는 해외 수주를 위해 원팀 시너지를 발휘해야 하는 상황에서 또다시 소송전이 재연될까 우려하고 있다.
9일 업계에 따르면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은 내달 상반기 중으로 예측되는 KDDX 최종 사업자 선정을 두고 더 유리한 고지에 오르려는 치열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예를 들어 지난 4일 국회에서 열렸던 '국내외 함정 사업 발전적 추진 방향 모색을 위한 토론회'에서 양사는 KDDX 건조 방식에 대한 상반된 주장을 내놓았다.
HD현대중공업은 선도함의 기본설계를 담당한 업체가 관행대로 수의계약을 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놓았고, 한화오션은 경쟁입찰로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양사는 토론회 사전 미팅 당시 논란이 될 만한 KDDX 소송 관련 발언을 피하기로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실제로는 지켜지지 않았다.
업계 전문가들은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출범으로 해양방산 분야에서 한미 협력 강화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이 같은 갈등을 대내외에 보여주는 것이 긍정적이지 않다고 지적하고 있다. 미국 뿐 아니라 필리핀, 사우디아라비아, 폴란드 등에서 향후 3~5년 내에 수상함 발주가 관측되고 있기에 원팀 시너지가 절실하다는 이유에서다.
한 업계 전문가는 "일본과 프랑스 등 해외에서는 하나의 모델을 가지고 나라를 대표해서 수주 활동에 나선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두 업체가 같은 잠수함을 팔겠다고 경쟁하는 양상이라 해외에서 의아해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해 11월에는 10조원 규모의 호주 호위함 사업 입찰에서 양사가 모두 탈락하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이에 양사는 정치권은 물론 여론의 거센 비난을 받았다. 이후 양사는 서로에 대한 고소·고발을 취하했다.
하지만 최근 분위기를 보면 KDDX에 대한 갈등은 잠시 봉합됐을 뿐인 것으로 보인다. 7조8000억원에 이르는 막대한 사업비가 걸린 만큼 막판까지 치열한 물밑 신경전이 이뤄지고 있는 양상이다.
업계 관계자는 "소송 취하가 같이 일해보자는 의사를 보여준 것이지만, 공동 설계에 대한 양사의 입장은 다른 것으로 보인다"며 "양사 모두 기술력이 탄탄해 큰 문제는 없어 보이지만 효율성이 떨어지는 점과 관행을 뒤집는다는 측면에서 방위사업청도 쉽게 결정내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KDDX는 2030년까지 6000톤급 '미니 이즈스함'을 국내 기술로 설계·건조하겠다는 목표로 추진 중인 대규모 사업이다. 함정 사업은 개념설계→기본설계→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후속함 건조로 나눠 진행되는데, KDDX의 개념설계는 한화오션이, 기본설계는 HD현대중공업이 각각 수행했다.
한편 지난 3일 산업통상자원부가 KDDX를 건조할 수 있는 자격을 양사 모두 인정하면서 공은 이제 방사청으로 넘어왔다.
업계에서는 총 6척의 물량을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이 각각 3척씩 나눠 수주하는 방식을 유력하게 점치고 있다. 다만 방사청 개청 이후 한 번도 시도되지 않았던 방식이기에 어떤 결정을 내리든 또 다시 논란은 불거질 것으로 보인다.
복수의 업계 관계자들은 "방사청은 효율보다 공정과 투명성이 원칙"이라며 "최악의 경우는 내달 열리는 방위사업추진위원회의 결정에 한쪽이 불만을 품고 이의 제기나 법적 대응에 나서는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임주희기자 ju2@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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