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야, 올핸 기대하지마"..코코아값 폭등에 OO 초콜릿도 타격 [르포]

밸런타인데이를 앞두고 서울 중구 방산시장에서 소비자가 초콜릿 재료를 들여다보고 있다. 사진=노유정 기자

[파이낸셜뉴스] 경기 악화에 원료 가격 상승으로 밸런타인데이에 수제 초콜릿을 만드는 소비자의 구매 패턴도 바뀌었다. 고급 재료를 파는 도매시장은 손님의 발길이 줄었고, 상대적으로 저렴한 저가 키트에 지갑이 열렸다.

밸런타인데이를 일주일여 앞둔 지난 6일 서울 중구 방산시장은 손님이 없어 찬바람이 불었다. 초콜릿 재료 도매시장이 있는 방산시장은 수제 초콜릿이 인기였던 10여년 전에는 평일에도 인파로 북적였다. 그러나 트렌드가 변하면서 이곳을 찾는 발길이 줄어들기 시작했고, 최근에는 경기 침체와 초콜릿 원료인 코코아의 가격 상승으로 특히 손님이 감소했다.

제과제빵 재료 도매상에서 10년 가까이 일했다는 이모씨(48)는 "빼빼로데이랑 밸런타인데이가 대목인데 한창 '수제 초콜릿 붐'일 때보다 매년 손님이 반씩 줄어드는 것 같다"며 "예전에는 늘 사람이 많았는데 요즘은 손님이 하루 10팀 정도 온다. 오늘은 오전이 다 지나도록 손님이 없다"고 말했다.

특히 초콜릿의 주 원료인 코코아 시세가 폭등해 소비자들의 고민은 깊어졌다. 지난해 12월 20일 기준 코코아 선물가격은 t당 1만2565달러(ICE 선물거래소 기준)를 기록했다. 지난 수십년간 t당 2000달러대를 유지해오다 5~6배 폭등한 것이다. 지난 한해만 172% 급등했다.

10여년 전 제과점을 운영한 적 있다는 이모씨(35)는 이번엔 선물용 수제 초콜릿을 만들기 위해 재료도매상을 찾았다가 고민에 빠졌다. 그는 '커버춰 초콜릿' 다크(500g·1만6000원)와 화이트(500g·1만7000원) 각 2봉지를 두고 1봉지씩만 구매할지를 곰곰히 생각했다. 이씨는 "주변 지인에게 선물하려면 2봉지씩 사야 모자라지 않고 넉넉할 것 같은데 가격이 너무 비싸서 혹시 재료가 남으면 너무 아까울 것 같아 고민"이라고 했다. 그는 끝내 통아몬드(1kg·1만4000원), 코코아파우더(100g·4500원)과 함께 커버춰 초콜릿을 1봉지씩 구매했다.

반면 저렴한 가격의 아성다이소 수제 초콜릿 키트는 잘 팔리는 모습이었다. 이날 오후 2시 서울 중구 다이소 매장에서 만난 김모씨(20)는 밸런타인데이를 앞두고 진열된 초콜릿 가운데 1만2900원의 과일초콜릿 만들기 키트를 집어들었다. 그는 "직접 초콜릿을 만들어본 적은 없지만 가격이 싸고 간편해 보여서 '만들어볼까'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세트 하나만 사면 만들 수 있고 처음 해보는 사람으로서 가격 부담이 적다"고 말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도 '다이소 초콜릿 만들기' 관련 게시글이 수십개 검색됐다.

다이소에선 수제 초콜릿 키트뿐 아니라 커버춰 초콜릿 또한 120g에 3000원으로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고 있었다. 다이소 관계자는 "원물 가격이 올라도 유통과정의 거품을 없애고 비용을 최소화해 가격과 품질을 유지하고자 한다"며 "박리다매와 광고·마케팅 최소화 등을 통해 균일가로 선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방산시장에서 도매상을 20년 했다는 상인 윤모씨(64)는 "다이소 커버춰 초콜릿 제품 표기를 보면 외국에서 원료를 가져와 국내 공장에서 만든 제품"이라며 "이곳에서 파는 상품은 벨기에, 프랑스 등 해외 브랜드 원료 제품으로 서로 다른 카테고리로 봐야 한다. 가격 차이는 제품의 차이에서 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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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syj@fnnews.com 노유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