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오타쿠들 취미래?”…이 작지만 큰 세계, 갤러리서 대접받는 예술 작품으로 [퇴근 후 방구석 공방]
이승환 기자(presslee@mk.co.kr) 2025. 2. 8. 15:48
[퇴근 후 방구석 공방- 85화 ‘모형강사 김두영 작가’]
“모형제작이 ‘취미’의 영역을 넘어 ‘미니어처 아트’분야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목표를 향해 한 걸음씩 나아가고 있고 분명히 목표지점에 다다를 수 있다고 생각해요.” - 튜닝타임즈강좌 모형강사 김두영 -

수많은 모델러들의 스승인 15년 차 ‘전업’모형 강사인 ‘김두영 작가’는 백화점과 관공서 문화센터 강의를 시작으로, 현재는 대학 평생교육원에 이르기까지 전국 각지에서 모형 문화의 대중화를 위해 쉼 없이 달리고 있습니다.

단순히 조립과 도색 기술을 가르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모형이 가진 이야기와 표현력을 알리며 취미를 넘어선 예술 분야로서의 모형을 추구하는 김두영 작가를 만나봤습니다.
인사동의 갤러리에 입성한 ‘모형’

“작년 6월 ‘제20회 평화예술제’에서 ‘미니어처 아트’ 분야가 신설됐어요. 저를 포함해 7명의 작가가 총 9점의 작품을 출품했고, 종로구청장상 1명, 특선 3명, 입선 3명이 선정됐어요. 이후 인사동 갤러리에서 전시도 열렸고요. 같은 해 12월 ‘통일미술대전’에서도 10명의 작가가 참여해 특선과 입선에서 좋은 성과를 거뒀습니다.”

“사실, 2023년에 평화예술재단에서 이 제안을 처음 들었을 때 ‘이게 가능할까?’라는 생각부터 들었습니다. 회화, 조형, 문학이 중심인 예술제에서 모형이 설 자리가 있을까 싶었죠. 하지만 인사동 관계자들이 프라모델과 피규어도 전시할 가능성을 열어주면서 길이 보이더라고요. 작가들과 논의한 끝에 2024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할 수 있었어요.”

“저는 29년 동안 모형을 만들고 15년 넘게 교육을 해왔습니다. 프라모델을 단순한 취미로만 보던 시선을 바꾸고, 하나의 예술로 인정받게 하는 것이 목표였죠. 이번 평화예술제와 통일미술대전에서의 전시는 기존의 모형 전시와는 완전히 다릅니다. 보통은 업체나 커뮤니티가 주최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번에는 통일부와 평화문화재단이 주최거든요. 수상자들에게는 공식적인 이력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큽니다.”

“또한, 참여 작가들이 주목받고 작품이 알려지면서, 더 많은 사람이 도전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고 있어요. 이런 흐름이 이어진다면, 모형 문화도 더 대중화될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올해도 같은 행사가 열릴 예정인데, 열심히 준비해서 좋은 작품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새로운 장르에 도전하는 즐거움

“30년 정도 프라모델을 만들어 왔어요. 대학 1학년 때부터 시작했으니까 꽤 오래됐죠. 디자인을 전공했고 자동차 디자이너가 되고 싶었거든요. 디테일이 좋은 자동차 스케일모형들을 만들고 뜯어보면서 공부를 많이 했었거든요. 천리안, 하이텔 모형 동호회에서 활동도 하고 연합 전시도 하면서 모형의 매력에 점점 빠지게 되더라구요. 꾸준히 자동차만 만들다가 에어로, 건프라, 밀리터리에 눈을 뜨게 되면서 정말 엄청나게 다작했어요.”

“그렇게 새로운 장르들을 접하다 보니 전에는 최대한 정교하게 실물에 가까운 모형을 만들던 것들을 융합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미니어처, 프라모델, 인형. 장르를 융합시켜 새로운 장르를 만들어 내는 거죠.”

“예를 들어 탐사 로봇인데 증기 기관으로 움직인다든가, 탱크인데 증기 피스톤으로 굴러간다든가 하는 거죠. 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요소들을 조합하면 오히려 더 흥미로운 결과물이 나와요. 비행기와 자동차를 접목하고 건담에 탱크를 붙이는 게 이상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저는 그런 고정관념을 깨고 싶었어요. 처음에는 단순히 재미로 조합해보다가, 점점 그럴듯하게 만들기 위해 자연스럽게 새로운 디자인을 추구하고 개조하게 되더라구요.”

“그러게 다양한 장르를 건드리다 보니 넨도로이드라는 인형이 눈에 들어오더라구요. 일본의 굿스마일컴퍼니에서 제작하는 디포르메(deformed) 스타일의 피규어 시리즈인데 애니메이션, 게임, 만화 등의 캐릭터들을 귀엽게 만들어 놓은 인형이죠. 여기에 오비츠 인형 (가동 피규어 또는 구체관절 인형)을 접목한 ‘넨비츠‘ 라는 새로운 장르를 시도했는데, 반응이 좋았어요.”

“이렇게 다양한 인형을 만들어보면서, 남성만 대상으로 했던 수업을 여성분들에게도 맞추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동안 인형이나 피규어를 좋아하는 여성들이 많다는 걸 알게 되었고, 다양한 사이즈의 인형들을 만들었죠. 제 아내가 인형을 만들거든요. 그 작업을 통해 많은 작가들과 교류하게 됐어요. 그렇게 서로의 작업을 배우며, ‘넨비츠’ 수업도 자연스럽게 시작되었습니다.”

“넨비츠 작업을 하기 시작하면서 여성 수강생들이 많아졌어요. 모형이라는 취미가 남자들의 전유물이 아니었던 거죠. 넨도로이드를 베이스로 자신이 원하는 캐릭터로 커스텀을 하고 배경을 만들고 꾸미는 작업. 모든 게 다 모형작업이고 창작작업이거든요.”
튜닝타임즈 강좌

“취미로 즐기던 모형제작을 직업으로 갖게 된 계기는 2009년쯤 지인을 통해서 동작구 문화센터에서 프라모델 수업 의뢰가 들어왔고, 출강을 시작하면서였어요. 처음엔 10살 이하 아이들을 대상으로 시작했지만, 나중엔 AK 플라자, 신세계, 롯데, 용산 아이파크몰 등 대형 백화점 문화센터와 정원예술대학 평생교육원에서 수업하고 있어요.”

“수업하다 보면 수강생들끼리 서로 영향을 많이 끼치더라고요. 건담을 만들던 사람이 탱크를 보고 흥미를 가지거나, 탱크를 만들던 사람이 건담에 관심을 가지는 식으로 자연스럽게 장르 간의 교류와 융합이 이뤄지기도 합니다. 한 장르만 고집하지 않고, 다양한 것들을 시도하면서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분위기가 형성되는 거죠.”

“결국, 모델링 작업도 장르를 넘나들면서 창의적인 시도를 하는 과정에서 더 넓은 가능성이 열린다는 거고, 그런 환경이 조성될 때 사람들이 더 재미있게 몰입할 수 있어요. 모든 수강생이 서로 소통할 수 있는 ‘튜닝타임즈 강좌’라는 모임도 생겼죠. 수강생이 많을 땐 70~80명까지 있었어요. 수강생 중 정말 실력이 출중하셨던 몇 분은 전업모델러로 전향하신 분들도 계시고요.”
모형, 창작의 도구

“우리나라 모델러들의 완성도와 테크닉은 세계적인 수준입니다. ‘WMMF’ 같은 전시에 출품된 작품들을 보면 , 디테일 하나하나까지 엄청나게 정교하게 재현하는데, 이걸 보면 진짜 감탄이 터져나오죠.”

“스토리를 개연성 있게 풀어내는 능력이 더해진다면 더할 나위 없을 정도예요. 작품을 제작하는 스킬이 뛰어나도, 이야기가 없는 모형은 감정적으로 와닿기 어려운 경우가 많거든요. 요즘은 그런 흐름도 많이 바뀌고 있고, 스토리가 있는 작품들도 점점 늘어나고 있어 고무적입니다.”

“다만, 아직도 완전한 창작(오리지널 디자인)의 영역은 부족한 건 사실입니다. 창작적인 작업은 미술관이나 설치 미술 쪽에서나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고, 모형 제작 쪽에서는 아직 그런 분위기가 덜 형성되어 있어요.”

“모델러들이 기술력뿐만 아니라 창작과 스토리텔링까지 함께 발전하면 더욱 강력한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 거라 확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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