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 겪은 자만이 극락 경험할 수 있어... 해 뜨기 전이 가장 어둡죠”

정시행 기자 2025. 2. 8. 0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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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주말]
[정시행 기자의 드라이브]
K 불교 새 얼굴로 재기한
‘뉴진스님’ 개그맨 윤성호
개그맨 윤성호씨는 승복 입고 EDM 디제잉을 하는 '스님 캐릭터'로 국내외 문화 종교계를 강타했다. 경기도 일산의 한 카페에서 조선일보와 인터뷰하며 디제잉 하는 몸짓을 해보이고 있다. /양수열 영상미디어 기자

아무도 상상하지 못했다. 키 183cm의 근육질 스님이 장삼 자락을 휘날리며, 클럽처럼 현란한 조명 아래 EDM(전자 댄스 음악)에 맞춰 방방 뛰리라곤. 젊은 남녀 수만 명이 그를 따라 합장한 채 무아지경에 빠져 “극락왕생!”을 외치리라곤. “부처핸섭(Put your hands up)!”이라며 부처님을 갖고 노는 난장판에 불교계가 화를 내긴커녕 같이 웃으리라곤. 영성과 속세의 경계를 허무는 파격이었다.

뉴진스님이라는 현상이 된 개그맨 겸 DJ 윤성호(49). 그에게 거창한 계획은 없었다. 스님 캐릭터는 살아남으려 시도한 수많은 실험 중 하나였다. “망한 줄 알았던 초기 공연이 소문나 국내외에서 연락이 올 때, 누군가 고약한 장난을 치는 줄 알았다”고 한다.

“윤성호가 아니어도 뉴진스님은 누구라도 될 수 있었을 거예요. 그의 인기는 내 것이 아닙니다. 무거운 삶을 무겁지 않은 방식으로 위로받고 싶은 대중이 만들어낸 현상이지요.”

하지만 윤씨가 ‘한물간 연예인’으로 무너지지 않으려 버틴 십수 년의 시간, 어디에 쓸지 몰라도 묵묵히 갈고닦은 개인기들, 완벽한 삶에서 비켜난 약점이 한데 버무려지지 않았다면 뉴진스님은 나오지 못했을 것이다. 모두 자기가 옳다고 외치는 시대, 공감과 위로로 가장한 강압과 갈라치기에 혼란스러워하는 이들에게, 그는 결이 다른 이야기를 들려준다.

고통을 견딜수록 무대가 빛난다

-각종 공연·축제로 스케줄이 빽빽하던데요.

“지난 연말 대만 공연까지 숨 돌릴 틈이 없었어요. 지금은 잠시 쉬어가는 시기예요. 저에겐 고통의 시간이란 뜻이죠.”

-쉬는데 고통이요?

“공연에서 몇 시간씩 뛸 수 있는 몸을 만들려면 가혹하게 운동하고 식단을 엄격히 조절해야 하거든요. 저를 보러 먼 길 온 분들께 ‘제대로 놀았다’는 느낌을 주려면, 스스로를 고통 속에 밀어 넣고 많은 준비를 해야 하죠. 사실 무대 위에선 안 힘들어요. 관객 환호를 받으면 도파민이 확 올라와 저절로 뛰게 되니까.”

2024년 4월 서울국제불교박람회에 등장한 뉴진스님의 디제잉. “클럽보다 힙하다”며 2030 MZ세대 사이에서 뜨거운 관심을 낳았고, 실제 불교 신자가 증가했다. /X

-일과가 어떤가요.

“새벽 6시에 스트레칭하고 오전 내내 근력 운동을 해요. 수년 전 불규칙한 일상에 불어난 몸을 정돈하려 16kg을 감량한 적이 있어요. 이제 그 루틴이 몸에 붙었어요. 오후엔 새 음반 작업이나 디제잉 연습, 중국어·영어 공부를 하고요.”

-뉴진스님 이미지 때문에 술·담배를 안 한다고 들었습니다.

“이미지 때문만은 아니에요. 힘들 때 술·담배에 의존하면 뭔가 해소되는 것 같지만 결국 몸과 마음이 더 망가지더라고요. 술은 약간 하는데 나이 들수록 숙취가 심해지네요.”

-부르는 곳이 많을 텐데요.

“뉴진스님으로 뜬 뒤 축하한다며 불러주시는 분이 많죠. 예전의 저라면 다 나갔을 거예요. 요즘은 일부러 노출을 줄이고 모임도 자제합니다. 여기저기서 대접받다 보면 들뜰 수 있고, 그러다 보면 실수도 할 것 같아서요.”

-클러버처럼 노는 겉모습과는 정반대군요.

“개그맨이란 어디서든 웃기려고 하죠. 뉴진스님은 유쾌하되 너무 까불지 않도록 욕심을 누릅니다. 처음엔 어색했는데, 이젠 내가 원래 이런 사람인가 싶을 정도로 편해요.”

윤씨는 조계종에서 정식 법명까지 받은 뉴진스님의 무게에 맞게 유쾌함과 진지함의 균형을 맞춘다고 했다. 술 담배를 하지 않고, 웃기고 까불고 싶은 개그맨으로서의 욕심도 누른다고. 다만 "24시간 스님으로 살 순 없으니, 뉴진스님은 어디까지나 '부캐'로 둔다"고 했다. /양수열 영상미디어 기자

개그맨이 걸친 장삼의 무게

‘뉴진’은 새롭다는 뜻의 영어와(new)와 나아갈 진(進), 새롭게 나아가라는 의미다. 걸그룹 뉴진스를 코믹하게 연상시키는 이 법명은 조계종에서 정식 수계식까지 열어 내려준 것이다.

-뉴진스님 덕에 불교가 힙(hip·새롭고 개성 있는)해져 젊은 불교 신자가 늘었다면서요. ‘원효대사가 환생했다’고도 하고요.

“아이고, 과한 말씀입니다. 원효대사께서 불경에 처음으로 음률을 넣어 거문고 뜯고 춤추며 포교했다지요. 신라 시대 귀족의 전유물이던 불교가 대중화됐고요. 겉보기에 공통점이 있다고 감히 제가 해골 물 마시고 깨달은 경지에 이르겠습니까.”

-진우스님(조계종 총무원장)이 출가 권유도 하셨잖아요.

“놀랐어요. ‘전 그저 젊은 친구들 많이 데려올 테니 나머지는 법력 높은 스님들이 알아서 해주시죠’ 했어요. 그랬더니 ‘장삼 입었을 때만큼은 진짜 스님이라고 생각해달라’고 당부하셨어요. 불교계가 뉴진스님을 포용해주신 만큼 누가 되지 않으려 노력합니다.”

지난해 4월 조계종 총무원장 진우스님이 '뉴진스님' 윤성호씨의 예방을 받고 합장주와 헤드셋을 선물하고 있다. 진우스님은 “젊은이들에게 새로운 불교, 젊은 불교를 알리는 데에 뉴진스님이 큰 역할을 해줘서 고맙다”고 했다. 불교계의 뉴진스님 포용 또한 큰 화제가 됐다. /대한불교조계종 제공

-지켜야 할 5계(戒)가 있죠.

“살생하지 말라, 남의 것 훔치지 말라, 거짓말 말라, 사음하지 말라, 술 마시지 말라…. 어려운 건 아니에요.”

-장삼이 무겁지 않나요.

“24시간 스님은 아니니까요. 자연인 윤성호는 고기도 먹을 수 있고 연애도 할 수 있죠. 그래서 ‘부캐(副캐릭터)’ 뉴진스님과 ‘본(本)캐’인 저를 분리합니다. 스님들께 기부할 땐 양복 입고 나타나 ‘제 쌍둥이 형이 스님이에요’ 하는 식이죠.”

-부캐가 잘나가도 본캐가 더 소중합니까?

“그럼요. 뉴진스님은 제 것이 아니지만, 윤성호를 끝까지 책임질 사람은 저뿐이니까요.”

-뉴진스님이 내 것이 아니다?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해요. 다른 누군가 뉴진스님으로 떴을지도 모르지요. 인기는 사람들이 만들어주는 거예요. 애초 온전한 내 것이란 없습니다.”

-수행한 겁니까?

“그냥 연륜이에요. 산전수전 겪으며 쌓인.”

‘빡구’의 인기, 내가 잘난 줄 알고

윤씨는 25년 차 개그맨이다. 패션·광고 모델로 데뷔했다가 ‘웃기는 본능’을 따라 길을 틀었다. 2005년 29세 때 KBS 개그콘서트에서 ‘빡구’로 스타덤에 올랐다. 허옇게 말라붙은 콧물을 그리고 나와 억울한 듯 “하지 마!”를 외치는 막무가내 캐릭터. 영구와 맹구를 잇는 3대 바보로 등극했다. 머리가 좋아야 할 수 있다는 바보 연기로 성공했지만, 이미지 변신이 쉽지 않다는 함정이 있었다.

윤성호씨가 2005년 개그콘서트에서 ‘빡구’로 인기 끌던 모습. 영구·맹구를 잇는 3대 바보였다. 윤씨는 "큰 인기를 얻었다가 잃어본 경험"이라고 표현했다. /KBS

-빡구 이후 한동안 다른 캐릭터 발굴이 안 됐죠?

“신인이 빡구로 확 떴어요. 그땐 내가 잘나서라고 생각했어요. 그 인기가 영원히 내 것인 줄 알았죠. 그런데 30대, 40대가 다 가도록 새로운 일이 안됐어요. 이렇게 ‘흘러간 왕년의 개그맨’으로 잊히나 싶었어요.”

-개그계가 침체됐지요. 비좁은 예능 무대에서 밀려나면 유튜브 채널을 개설하거나 이름 건 사업을 하던데요.

“저도 이런저런 유튜브 콘텐츠로 몇 년 버텼어요. 인기도 약간 끌었고요. 하지만 큰 무대에 올라 환호받는 건 내 인생에 다시 없을 것 같았어요. 그러다 야심 차게 준비한 새 콘텐츠까지 도둑맞았습니다.”

-그게 언제죠?

“2023년 2월, 딱 2년 전이네요. 자고 일어나 보니 수년간 공들여 만든 영상들이 싹 날아가며 채널 자체가 사라졌어요. 해킹을 당한 거예요. 너무 억울하고 화가 나 와르르 무너졌죠.”

-재기의 기회가 사라진 것 같았겠군요.

“아침마다 눈 뜨는 게 고통스러웠어요. 지진 나면 책상 밑에 숨잖아요. 마치 무덤 속에 기어들어가듯 좁고 어두운 책상 밑에 웅크리고 앉아 울었어요. 그나마 안전한 곳 같더군요.”

윤씨는 초년의 인기가 꺼진 후 40대 중반이 넘는 나이까지 십수년의 슬럼프를 겪었다. "그때 겪은 '인생의 쓴맛'이 없었다면 스님이라는 캐릭터도 와닿지 않았을 것"이라고 한다. /양수열 영상미디어 기자

-어떻게 다시 일어났습니까.

“쭈그리고 있는데 ‘해 뜨기 전이 가장 어둡다’는 말이 떠올랐어요. 불교에서 말하는 제행무상(諸行無常·모든 것은 변한다), 고통조차 영원할 수 없으며 아픔이 극에 달하면 끝날 때가 됐다는 뜻이지요. 기어 나와 운동부터 했어요. 몸을 괴롭히니 머리가 조금씩 맑아졌습니다.”

-전환점이 빨리 왔지요.

“두 달쯤 지났나, ‘5월 부처님 오신 날에 연등회 사회를 봐달라’는 요청이 들어왔어요. 라이브 무대는 4~5년 만이었죠. 나름 궁리해 승복 같은 한복을 입고, 마지막 순서로 디제잉을 잠깐 선보였어요.”

디제잉을 잘하는 비결

웬 스님이 전자 음악에 맞춰 셔플댄스 추는 이 영상이 확 퍼졌다. ‘#불교, 또 나 빼고 재밌는 거 하네’란 태그와 함께. 몇 개월 뒤 다른 행사에서 비슷한 공연을 하니 남녀노소 빠져들었다. 윤성호를 기억하나 싶어 익숙한 빡구 분장으로 바꿔 다시 무대에 올라가 봤다. 관객이 썰물처럼 빠져나갔다. 역시 망했구나. 그런데 2023년 말부터 대만·홍콩 등 외국에서 ‘승복 디제잉을 해달라’는 요청이 들어왔다. K불교의 새 얼굴, 뉴진스님이란 기막힌 부캐는 그렇게 탄생했다.

지난해 5월 부처님 오신 날 기념 연등회 공연 모습. 관객 수만명이 뉴진스님의 "부처핸섭(Put your hands up)!"에 따라 "극락왕생!"을 외쳤다. /뉴시스

-스님 분장이 꼭 맞던데요.

“하긴 제가 결혼을 했거나 아이가 있었다면, 지긋한 중년이 아니라 새파랗게 젊었다면, 스님 캐릭터가 와닿지 않았을 거예요. 인생의 쓴맛 다 본 개그맨이니 ‘이 또한 지나가리’를 읊어도 어색하지 않고요.”

-약점을 강점으로 바꾸려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약점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면 돼요. 그럼 남들이 불쌍해서 도와줄 수도 있고(웃음).”

-디제잉은 언제 배웠나요?

“정말 먹고살려고, 무대 설 기회를 어떻게든 만들어보려고 10년 전 배워둔 거예요. 염불로 디제잉할 줄은 몰랐지만요.”

-디제잉 잘하는 비결이라면.

“관객과의 소통이죠. 음악을 아무리 잘 알고 현란한 기술이 있어도, 관객 반응에 맞춰야지 자기 기분에 빠지면 안 돼요.”

지난해 5월 부처님 오신 날을 맞아 서울 종로구 조계사 앞 사거리에서 열린 'EDM 난장'에서 뉴진스님이 디제잉 하는 모습. 당시 그를 보러 MZ 젊은이 등 수십만명이 몰렸다. 무대를 조금 넓혀보자는 막연한 마음으로 10년 전 배워둔 디제잉이 뉴진스님의 필살기가 됐다고. /뉴시스

-중국어가 수준급이던데요. 뉴진스님이 대만·홍콩 등에 진출한 원동력이 됐지요.

“마흔 넘어 배웠는데, 2년 만에 HSK(한어수평고시·윤씨가 시험볼 당시 6급이 최고 등급이었다) 5급을 땄어요. 제가 외국어를 빨리 배우는 편이에요.”

-왜요?

“공부를 못했거든요. 수능 200점 만점에 78점 받았어요. 하지만 외국어는 모범생처럼 문법 틀릴까 걱정하면 안 돼요. 저처럼 겁 없이 뱉어야 금세 늘죠. 요즘은 영어 회화 연습해요.”

-뉴진스님이 영어권에도 진출하나요?

“그건 모르죠. 어쨌든 시간을 허투루 보내지 않습니다. 당장 앞이 안 보여도 포기하고 놔버리면 안 돼요. 어느 구름에서 비가 내릴지 몰라요. 준비가 돼 있으면, 생각 못 했던 기회가 그걸 딱 찾아와요.”

날 보고 울고 웃는 사람들

-왜 사람들이 ‘이 또한 지나가리’ ‘번뇌를 이겨내면 극락왕생’ 같은 후렴구에 열광할까요?

“그만큼 힘들고, 외롭고, 위로받고 싶다는 거겠죠. 의지할 곳이 필요할 때 찾는 게 종교니까요.”

-예민한 질문입니다만, 종교는 여전히 필요하다고 봅니까?

“저는 불교 집안에서 자랐고 기독교계 신학과를 다닌 적 있어요. 대단한 지식은 없습니다. 다만 어릴 때부터 어떤 초월적 존재가 항상 나를 지켜본다고 느꼈어요. 그것이 신(神)이든 우주의 기운이든. 그래서 나태하거나 악하게 살면 벌을 받는다, 고생해도 견디면 보답이 있을 거다, 그런 감성을 갖고 삽니다.”

윤성호씨는 불교 집안에서 자란 불교 신자이지만, 기독교계 신학과도 다녔다. "어떤 초월적 존재가 항상 나를 내려다보고 있다는 느낌을 가진다. 혼자 있어도 생각과 행동을 다잡게 된다"고 한다. /양수열 영상미디어 기자

-말레이시아·싱가포르에선 ‘뉴진스님이 불교를 희화화한다’며 공연을 막아 논란이 됐는데요.

“받아들이는 방식이 우리와 다른 것 같아요. 이해하고 인정합니다.”

-빡구일 때와 뉴진스님일 때 팬들 반응이 어떻게 다릅니까?

“남을 웃겨서 얻는 인기는 이미 누려봤어요. 뉴진스님이 되니 웃음만큼 눈물을 자주 봐요. 제가 경쟁에서 밀려나 힘든 시기를 버틴 데 대해 ‘내 이야기 같아 울었다’는 분이 정말 많아요. 각자의 문제를 저를 통해 투사하는 거죠. 저는 누굴 위로하려고 산 게 아닌데, 남들이 저에게서 위로와 답을 찾아내는 것 같아요.”

-요즘 사람들 가장 큰 고민이 무엇 같습니까.

“더 나은 삶을 찾는데, 방법을 모르겠다는 거지요.”

-더 나은 삶에 대한 욕구 때문에 불행해지나요?

“비교 심리, 경쟁심이 문제지요. 우리가 자신을 일론 머스크와 비교하겠어요? 나와 비슷한 이들이 조금 더 잘나 보일 때 괴로운 거죠. 한국이 선진국 중 자살률 1위인 게 그 때문 아닐까요?”

-어떻게 하면 그런 고통이 줄어들까요.

“많은 스트레스가 소셜미디어에서 나오는 것 같아요. 유튜브로 뜬 제가 이런 말 하는 게 어폐가 있습니다만(웃음). 저도 멘털이 약해 다른 연예인들 계정 보면 흔들리거든요. 연결된 지인 계정이 100개라면 그중 5명쯤 빼곤 스토리 팔로(새 게시물을 자동으로 보여주는 것)를 끊었어요. 남의 삶 몰라도 아무 문제 없습니다.”

머리를 터는 듯한 춤 동작은 '번뇌를 털어내는 모습'을 표현한 것이라고 한다. 윤씨는 "제행무상, 고통도 기쁨도 영원하지 않고 생멸하는 것"이라고 했다. 지금 뜨거운 뉴진스님의 인기조차 내 것이 아니며, 언제든 지나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양수열 영상미디어 기자

그릇을 비워야 새물이 들어와

-뉴진스님은 2030 MZ세대를 매료시켰지요. MZ와 소통하는 비결이 뭡니까.

“음… 일단 상대에게 너무 큰 관심을 안 둬요. 저도 어릴 때 어머니 잔소리 듣기 싫었거든요. 조언이란 게 상처 주기 쉬워요. 후배가 ‘저 이거 잘못 산 것 같아요’ 하면, 물건 사는 법을 질문하는 게 아니라 그냥 말이라도 해서 스트레스 풀고 싶다는 거예요. ‘어, 다음엔 잘 사’ 그러면 돼요. 다들 알아서 잘 커요. 그저 ‘칭감들’만 해주세요.”

-칭감들이요?

“칭찬하고, 감사하고, 들어줘라. 제 집 현관문에 써 붙여놓고 외출할 때마다 보는 문구예요. 인간관계를 바꾸는 명약이죠. 그것만 잘해도 굶어 죽지 않아요.”

-뉴진스님을 싫어하는 이들에게도 ‘칭감들’ 할 수 있습니까?

“세상에 안티 없는 사람이 어딨습니까. 뭘 비판하는지 제가 그 뜻을 알아주면 돌아올 거고요, 터무니없는 악평은 안 보면 그만이에요. 내가 잘못해서가 아니라 그 사람 마음이 그렇다는 거니까. 모두가 날 좋아해야 한다는 집착도 내려놔요. 방하착(放下着), 올해 제 신곡 제목이기도 해요. 들어보실래요?(잠시 감상)”

윤성호씨는 '칭감들', 즉 "칭찬하고, 감사하고 들어주라"는 문구를 집 현관문 앞에 붙여놓고 외출할 때마다 되새긴다고 한다. "그것만 잘 해도 굶어죽지 않아요."/양수열 영상미디어 기자

-무소유, 내려놓으라, 비우라, 멈추라... 이런 불교 콘셉트들이 흔히 소비되지만, 진짜 그렇게 살기는 쉽지 않죠.

“그런가요? 제 경험상 어떤 의도를 가지면 일이 엎어지는 경우가 많았어요. 누구나 자기만의 그릇이 있는데요, 꽉꽉 채우면 그릇이 깨져요. 그래서 저는 넘칠 것 같으면 미리 비워내려고 해요. 고인 물을 버려야 흐르는 맑은 물을 채울 수 있지요.”

-뉴진스님 인기 또한 지나갈 거란 생각을 합니까?

“생각합니다. 불안할 때도 있고요. 그래서 매일 마음 훈련을 해요. 이 모든 건 내 것이 아니다, 새로운 것이 계속 흘러들어올 거다....”

-아무리 버텨도 고통스럽기만 하다는 사람들에게 어떤 말을 해주겠습니까.

“이 또한 지나가리! 지금 폭풍 같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면 곧 좋은 일이 올 거라는 신호예요. 더 나빠지지 않기만 해도 다행이잖아요. 고통을 겪은 자만이 고통이 해소될 때의 극락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그게 씨줄 날줄 엮듯 반복돼서 삶은 재미있고, 찬란한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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