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착카메라] 직원 나이 합치면 2700살…이런 노인 일자리 어떨까요?

정희윤 기자 2025. 2. 7.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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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은퇴 이후 일자리를 찾지 못하고 무기력에 빠지는 고령층이 많습니다. 아직 충분히 일할 수 있는 나이이고 뭐든 하고 싶다고 말하지만, 이들을 위한 일자리는 턱없이 부족합니다.

밀착카메라 정희윤 기자가 현장을 둘러보며 이 문제 취재했습니다.

[기자]

김이 모락모락 나는 강추위를 녹여줄 만둣국이 나왔습니다.

근처 직장인부터 어르신까지 손님으로 붐비는 이 식당.

평균 연령 75세 직원들이, 직접 요리하고 나르는 백반집입니다.

소속 직원 36명의 나이를 모두 합치면 무려 2700살입니다.

지난 2023년 10월 한 지자체가 시작한 '시장형 어르신일자리 사업'의 일환입니다.

[단골손님들 : 깨끗하고 깔끔하고 정성이 또 들어가시고. 어르신들이 하시니까 손수 만두 같은 것도 다 빚어가지고…가격대비 믿을만하고 싸고.]

폭풍같은 점심시간이 지나고, 오후 두 시 반이 돼 서야 점심을 먹습니다.

끼니 때를 놓쳐도 직원들은 행복합니다.

[김송자/72세 (주방 경력 40년 직원) : 사람이 움직여야지 사는 활동력이 생기잖아요. 남 밥 해주는 게 얼마나 즐거운 일이에요. {일주일에 하루인데도 그렇게 생활에 활기가 돌아요?} 그렇죠. 내가 내일은 일을 하러 가야지. 그럼 아침부터 부지런히…할 일이 없으면 퍼져요.]

72세 인생 중 40년을 주방에서 보낸 김송자 씨.

한식 조리사 자격증까지 있지만, 다른 식당 일자리를 찾긴 쉽지 않았습니다.

[김송자/72세 (주방 경력 40년 직원) : 100세까지 인생이라는데 이제 한창 일할 나이라고. 근데 안 써주잖아요 젊은 사람들은. 일반 식당에서는…]

++++

또 다른 활기가 넘치는 곳에 왔습니다.

평균 75세 이상의 미용사들과 65세 이상의 손님들만 이용할 수 있는 이곳.

서울의 다른 미용실과는 다른 가격과 이런 분위기로 운영되다 보니 이미 이번 달 예약은 꽉 찼습니다.

[조은희/미용실 원장 : 어머님이 '박경애' 어머님? {네.} 어머님은 오늘 처음 뵌 것 같은데요.]

머리 하기 전후 대기 공간은 미용실 이름대로 '사랑방'입니다.

[건강하세요. {감사합니다.} 건강이 최고예요.]

문을 연지 6년 째, 이 미용실에선 대화가 끊이지 않습니다.

[이정애/73세 (단골손님) : 다른 사람한테 못 할 이야기도 가서 이렇게 얘기하면 위로도 해주고. 왜냐하면, 공감대가 있으니까 내 얘기 같고. 우울증 걸릴 일이 없어요.]

드디어 차례가 된 손님.

자리를 옮겨서도 '인생 이야기'는 계속됩니다.

[방경혜/76세 (6년 차 직원) : 그러면 남매 중에서 이렇게 다섯 명을 낳은 거예요, 손자 손녀를? {네, 아들이 셋. 저는 또 시어머니 입장이지만 친정엄마 입장에서는…} 많이 낳으면 싫어하지. {애 키우다가 인생 다 보낼 거냐고.}]

이 미용실 최고령, 86세 장영순 미용사는 1962년에 자격증을 딴 후 63년 째 가위질을 하고 있습니다.

[장영순/86세 (최고령 미용사) : 내가 할 수 있는 데까지. 아프지만 않으면 할 수 있는 데까지 하지. 내가 노인이라고 못하고 나이가 많아서 뭐 그런 거 생각 안 해.]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어르신 일자리'이다 보니 1명 당 월 20시간까지만 일할 수 있는 게 아쉬운 부분입니다.

[안문숙/77세 (6년 차 직원) : (고용) 인원수가 딱 제한적이잖아. 내가 더 한다면 다른 사람이 또 피해를 보잖아요.]

여전히 일할 능력이 충분한 고령층 비중이 늘면서, 이들의 장점을 살린 일자리 사업을 '기획'하고 '실험'해보는 시도가 더 늘어나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입니다.

일하는 게 행복하다, 힘이 닿는 한 계속하고 싶다.

이번에 만난 어르신들의 공통된 이야기입니다.

사람은 누구나 노인이 됩니다.

이미 대한민국은 초고령 사회지만 이렇게 어르신들이 행복할 수 있는 공간은 여전히 부족합니다.

[작가 강은혜 / VJ 장준석 / 영상편집 김영선 / 취재지원 박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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