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비뉴스] "호수 위 달 그림자"…알고보니 '일제시대 판결문'에
< '호수 위 달 그림자' 알고 보니 >
[기자]
최근 가장 유명해진 표현이죠. 윤 대통령이 계엄 사태 불법성이 없었다고 부정하면서 했던 이야기인데, 먼저 들어보고 시작하겠습니다.
[탄핵심판 5차 변론 (지난 4일) : 이번 그 사건을 보면은 실제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는데 뭐 지시했니, 지시를 받았니, 뭐 이런 얘기들이 마치 그 어떤 호수 위에 떠있는 달그림자 같은 걸 쫒아가는 느낌을 좀 많이 받았고요.]
평소 직설 화법을 쓰는 것으로 알려졌고 또 자주 격노하는 것으로 알려진 윤 대통령이 비유적이고 시적인 표현을 썼기 때문에 좀 화제가 됐죠.
또 자주 사용하지 않는 관용적인 표현이 아니라서 그 출처에 대해서도 관심이 커졌습니다.
[앵커]
"호수 위 달그림자를 쫓는 것 같다"… 이런 표현이 자주 쓰이는 것은 아니어서, 어디에서 나왔던 표현인가 궁금했는데 혹시 그 출처를 찾았습니까?
[기자]
그렇습니다. 말씀해 주신 것처럼 우리나라에서 이 표현을 자주 쓰는 인사들, 인원들이 많지 않죠.
알고 보니까 일본에서 그 표현의 흔적을 발견했습니다.
1988년 일본 닛케이 신문의 경제 칼럼인데 그 칼럼의 앞부분은 1937년 도쿄 지방 재판소의 주식 조작 혐의 판결문에 인용하면서 시작합니다.
이런 내용인데요. 주식 가격의 정상적인 시세를 확정하려는 것은 이를 비유하자면 마치 물속에서 달그림자를 움켜잡으려고 하는 것과 같다.
이는 하나의 주관적인 시도로서 어쩌면 허용될 수 있겠지만 모든 사람에게 적용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이게 90년 전. 그러니까 일제 강점기 당시의 판결문이기 때문에 좀 이해하는 데 어려운 측면도 있고 문어체가 있는데.
한마디로 얘기하면 주가 조작 혐의가 무죄다, 무혐의다. 이런 얘기인 겁니다.
[앵커]
일본에서 판사가 무죄 판결을 내리면서 마치 물속의 달그림자 잡으려는 듯하다, 이런 비유를 쓴 거군요.
[기자]
당시의 사건이 뭐였냐면 일제의 고위직들이 주가조작으로 부당이득을 취했다고 해서 무더기로 기소가 됐습니다.
그런데 고문을 해서 허위 자백을 받거나 증거의 신빙성이 떨어진다고 해서 결국에는 대부분 다 무죄 판결을 받았는데 결국에는 일본의 일제 사법부가 신뢰를 받게 되는 사건이다, 이렇게 평가하고 있더라고요.
참고로 지난해 일본의 NHK에서도 이 사건을 드라마화했는데 상당히 인기를 얻었습니다.
당시 그 판사가 이렇게 얘기를 하는데요.
물에 비친 달그림자를 잡으려는 것과 같다는 대사를 실제로 합니다.
[앵커]
이게 일본에서는 예전부터 꽤 많이 자주 쓰였던 표현인 건가요?
[기자]
그렇습니다. 앞서서 제가 보여드렸던 칼럼 다시 보시면 이런 문구가 또 있습니다.
물속의 달그림자를 움켜쥐려는 것이라는 표현은 피의자의 무죄 판결을 전하는 신문 기사들의 헤드라인으로 자주 사용된다고 적혀 있습니다.
결국 윤 대통령이 아까 보셨던 일본 드라마를 봤는지 또는 이 칼럼이나 판결문을 직접 구해서 읽었는지 아니면 또 누군가에게 들었는지 지금은 확인할 수는 없지만 탄핵 기각을 염두에 두고 이런 표현을 역사 속에서 끄집어온 게 아니냐는 분석이 있습니다.
다만 일본과 달리 국회 탄핵소추단은 증거를 조작하거나 고문을 한 게 아니기 때문에 과연 이 표현이 앞으로 한국에서도 한국 언론들의 헤드라인을 장식하고 많은 사람들, 많은 인원들이 쓰는 관용적인 표현이 될지는 두고 봐야 된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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