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율, 사교육비의 무게에 눌린다

"자녀의 질에 대한 투자는 자녀 수를 감소시키는 요인"

【베이비뉴스 이유주 기자】

사교육비 지출은 ▲일·가정 양립의 어려움 ▲여성의 학력 및 경제활동의 참여 증가 ▲주거비 상승과 함께 저출산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실제로 인구보건복지협회의 '저출산 인식 조사'(2022)에서 청년층은 자녀를 원하지 않는 주된 이유로 '육아 및 교육비와 같은 경제적 부담'(57%)을 들었다.

사교육비 부담이 출산율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베이비뉴스

사교육비 부담이 출산율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와 주목을 받았다. 지난 5일 김태훈 경희대 경제학과 교수가 제37회 인구포럼(한국보건사회연구원·서울대 국가미래전략원 주최)에서 발표한 '사교육비 지출 증가가 출산율에 미치는 영향' 연구 결과를 살펴보면 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가 1% 증가할 경우 합계출산율이 약 0.19~0.27% 감소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2007년부터 2023년까지의 사교육 및 출산 데이터를 이용해 도출한 결과다. 

사교육비는 둘째, 셋째 이상 자녀의 출산에 훨씬 더 큰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사교육비 1% 증가할 때마다 둘째, 셋째 자녀의 합계출산율 각 0.30~0.46%, 0.52~0.81%씩 감소했다. 

이와 관련해 경제학자 게리 베커(Gary Becker)의 '자녀의 수와 질의 상충관계' 이론을 따르면 자녀 1명당 치출되는 금액(자녀의 삶의 질을 위한 투자)이 증가하면 부모는 자녀의 수를 늘리는 것이 더욱 부담스러워진다. 이어 이러한 투자는 출산율 감소를 초래하고 출산율 감소가 다시 투자의 증가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초래한다.  

김태훈 교수는 "사교육비 지출 증가는 자녀의 질에 대한 투자 증가를 나타내며, 이는 베이커 모형에 따라 자녀의 수를 감소시키는 요인"이라며 "동아시아 국가들에서도 상황은 유사하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2022년 국제 시사 주간지인 'The Economist' 보도에 따르면 일본 부부들이 자녀를 적게 두는 가장 큰 이유로 자녀 양육과 '교육 비용'을 꼽고 있다. 이에 대해 교육 연구자 루시 크리한(Lucy Crehan)은 이러한 문제들이 아시아의 다른 지역에서는 더 심각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같은 문제는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임금 격차가 높은 노동시장의 이중구조와 맞닿아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이번 포럼에 토론자로 참석한 김은정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사교육비 지출 문제는 노동시장 이중구조와 함께 바라볼 필요가 있다. 이중구조가 심화될수록 더 나은 일자리를 얻기 위해 교육비(투자비용) 지출이 증가할 수밖에 없다"며 "비정규직 비중이 높은 국가일수록 출산율이 낮아지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사교육비 부담 완화 및 출산율 증가를 위한 정책은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과 함께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한편, 한국의 사교육비 지출은 2015년 이후 증가 추세를 보이며 23년 기준 초·중·고등학생의 학생 1인당 평균 사교육비는 월 43만 4000원이었다. 2023년 초중고 사교육비 총액은 27조를 넘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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