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는 왜 관세 카드를 꺼냈을까[서중해의 경제망원경](41)

2025. 2. 7.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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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20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행정명령에 서명하고 있다. AP연합뉴스



2025년 1월 20일(현지시간) 취임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곧바로 25개의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여기에는 전임 조 바이든 대통령이 시행한 67개 행정명령을 뒤엎는 조치가 포함됐다. 이어 지난 2월 1일 서명한 행정명령은 세계를 놀라게 했다. 캐나다·멕시코산 제품에 25% 관세, 중국산 제품에 10% 추가 관세를 부과하는 조치였다. 다만 캐나다·멕시코에 대한 조치는 지난 2월 3일 ‘30일간 유예’됐다.

멕시코는 미국으로의 마약 밀매와 불법 이주를 억제하기 위해 국경 지역에 1만명의 군인을 배치하기로 합의했다. 캐나다는 국경 강화를 위해 13억달러를 투입하고 1만명의 인력을 배치하기로 약속했다. 중국에 대해서는 예정대로 관세 부과가 진행된다. 이에 맞서 중국 재무부는 지난 2월 4일 미국산 연료를 포함한 특정 수입품에 대해 15% 또는 10% 관세 및 원자재에 대한 수출 통제를 발표했다.

공화당과 민주당을 막론하고 미국의 역대 정부는 다양한 보호무역 조치를 시행했다. 1969년 1월에 취임한 리처드 닉슨 대통령은 1971년 ‘닉슨 쇼크’라 불리는 긴급경제 조치를 했는데, 여기에는 수입품에 대한 10% 과징금이 포함됐다. 긴급조치는 높은 인플레이션과 실업률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었다. 이로 인해 환율체제가 달러와 금 사이의 ‘고정환율제’에서 시장수요에 따라 움직이는 ‘변동환율제’로 바뀌었다. 1981년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은 일본 정부에 압력을 가해 일본 자동차의 미국 수출에 대한 ‘자발적 수출 제한’ 협정을 시행했다.2002년 조지 W. 부시(아들 부시) 대통령은 철강에, 2009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중국산 타이어에 관세를 부과했다. 조지 H. W. 부시(아버지 부시) 대통령과 빌 클린턴 대통령은 재임 기간 중 관세 조치를 하지 않았다. 특히 클린턴 대통령은 1993년 북미자유무역협정에 서명하면서 자유무역의 깃발을 크게 흔들었다.

행정명령 제동 걸리지 않을 듯

트럼프 1기 정부(2017~2021)는 이전 정부보다 더 폭넓고 강력한 보호무역 조치를 추진했다. 이미 시행되고 있는 북미자유무역협정과 한미자유무역협정을 재협상하고자 했다. 2018년에 2830억달러 규모의 미국 수입품에 관세를 부과했는데, 관세율은 10~50%였다. 이전 정부와 마찬가지로 트럼프 정부는 관세를 부과하기 전 세계무역기구의 분쟁 해결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 대신 미국 국내법에서 법적 정당성을 찾았다. 미국의 무역법 제201조는 수입 급증이 미국 산업에 심각한 피해를 끼칠 경우 해당하는 미국 산업의 직접적인 보호를 허용한다. 이 법조문에 따라 수입 세탁기와 태양광 패널에 대한 관세가 적용됐다.

무역확장법 제232조는 수입품이 국가안보를 위협하는 경우 적용되는데, 이에 근거해 수입 철강과 알루미늄에 관세가 부과됐다. 무역법 제301조는 무역 상대국이 무역 협정을 위반하거나 불합리한 국제통상 관행으로 미국에 부담을 주었을 때 적용할 수 있다. 이 법에 따라 중국에서 수입되는 제품에 대한 관세가 적용됐다. 이번 조치의 표면적 이유는 불법 이민과 마약 유입 방지다. 법적 근거는 ‘국제긴급경제권한법(IEEPA)’으로, 해당 법은 비상사태를 선언하고 경제적 조치를 할 수 있는 권한을 행정부에 부여한다. IEEPA를 관세 부과에 적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조치의 합법성에 대한 논란이 다소 있지만, 제동이 걸리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1기에 발효된 ‘반이민 행정명령(1만3769호)’과는 크게 달라서다. 2017년 1월 27일 트럼프 대통령이 특정 무슬림 국가 출신자의 미국 입국을 금지하는 행정명령을 발령했고, 이 명령은 거센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미국시민자유연맹이 이를 제소하자 같은 해 2월 시애틀 연방지원은 헌법에 위배된다고 결정해 미국 전역에서의 시행이 잠정적으로 중단됐다. 그러나 2018년 연방대법원은 최종적으로 5 대 4 판결로 합헌 결정을 내렸다. 연방대법원은 일부 수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고, 행정명령은 내용이 조정됐다. 이 명령은 바이든 정부가 출범하면서 폐지됐다.

관세는 자유무역의 적이다. 무역 당사국들이 관세를 서로 부과하면 양국의 경제 후생은 감소한다. 이것은 경제학의 기본 원리다. 관세 부과는 오랫동안 미국이 공들여온 자유무역 체제를 스스로 무너뜨리는 정책이다. 미국 경제학계에서는 트럼프 1기 관세정책의 효과에 관한 연구가 상당수 진행됐는데, 결과는 대부분 부정적이었다. 관세를 내걸면서 표방한 산업 보호 효과는 거의 없고, 물가는 올랐다. 수출은 떨어지고, 환율은 절상된다는 내용으로 연구 결과가 요약된다. 부정적 평가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2기 정부의 강력한 정책 카드로 관세를 꺼내 들었다. 그것도 파격적인 내용이다.

통상정책 정치적 이해에 부합

관세를 꺼내든 이유는 무엇일까.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기반을 보자. 여성보다는 남성이, 40대 이상보다는 30대 이하가, 히스패닉과 흑인 계층보다는 백인 계층이 트럼프를 더 우호적으로 지지하고 있다. 특히 눈길을 끄는 부분은 교육 수준에 따라 확연하게 갈린다는 점이다.

트럼프 지지층은 고등학교 또는 그 이하의 학력 계층이 공고한 반면, 대졸 및 그 이상의 학력자들은 트럼프 정부 정책에 강하게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대선에서 공화당 지지 지역과 민주당 지지 지역이 확연하게 구분됐다는 점을 함께 고려하면, 고학력 고소득 지역인 캘리포니아와 동부 해안 주와 제조업 쇠퇴로 후유증을 앓고 있는 중부 지역이 대비된다.

트럼프 2기 정부는 전임 바이든 정부가 실행한 산업정책을 선별적으로 이어가면서 관세 카드를 포함한 강력한 통상정책을 펼칠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이는 트럼프 정부의 정치적 기반과 정치적 이해에 부합한다. 바이든 정부의 산업정책은 서부와 동부의 해안 지역보다는 중부의 쇠락 지역에 더 비중을 두었기 때문에 이를 선별적으로 이어가는 것은 트럼프 정부의 정치적 이해에도 도움이 된다.

전기차 보조금의 경우, 이를 폐지하면 테슬라가 더 많이 팔릴 것이기 때문에 그대로 둘 이유가 없다. 에너지 정책에서도 바이든 정부의 기조에서 후퇴하는데, 이것도 역시 정치적 기반을 고려하면 왜 그런지 알 수 있다. 제조업의 경쟁력을 높이고 미국 내 자원을 개발하는 정책은 글로벌 경제 차원에서는 부정적이겠지만, 국내 정치에는 도움이 된다. 트럼프 정부의 미국 우선주의 정책은 정치적 기반을 고려한 선택이며, 그 성과는 지역경제 활성화 여부에 달려 있다. 이 사안은 다음 칼럼으로 이어간다.

서중해 경제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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