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기상캐스터 오요안나처럼…3.3% 떼도 지휘명령 받았다면

한겨레 2025. 2. 7.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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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저희 학원은 5명 넘게 일하는데 근로자를 두 명만 신고한 것 같아요.

A. 4대 보험에 가입하지 않고, 3.3% 사업소득세를 떼고 있다면 법적으로는 '근로자'가 아닙니다.

그런데 원장이 주말에도 나오라고 하고 병원 가는 것까지 허락받아야 한다면 회사가 지휘명령을 했다는 건데, 그렇다면 개인사업자가 아니라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고(故) 오요안나 캐스터는 문화방송(MBC)의 보도국 기상팀에서 일했지만, MBC의 '근로자'가 아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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쩜형의 까칠한 갑질상담소
서울 마포구 상암동 문화방송(MBC) 사옥. 정용일 한겨레 선임기자

Q. 저희 학원은 5명 넘게 일하는데 근로자를 두 명만 신고한 것 같아요. 저는 4대 보험이 아닌 3.3% 사업소득세를 떼고 있습니다. 저뿐만 아니라 외국인 강사도 4대 보험 적용이 안 됩니다. 쉬는 시간도 없고 야근수당도 없어요. 주말에도 무턱대고 나오라고 하고, 병원 간다고 했더니 미리 얘기하지 않았다고 화를 냅니다. 근무일도 아닌 주말에 개인 계획을 미리 원장한테 알리라고 합니다. (2025년 2월, 닉네임 ‘근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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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4대 보험에 가입하지 않고, 3.3% 사업소득세를 떼고 있다면 법적으로는 ‘근로자’가 아닙니다. 야근수당, 휴게시간, 연차, 공휴일, 직장 내 괴롭힘, 퇴직금 등 노동법의 보호를 받지 못합니다.

그런데 원장이 주말에도 나오라고 하고 병원 가는 것까지 허락받아야 한다면 회사가 지휘명령을 했다는 건데, 그렇다면 개인사업자가 아니라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대법원은 ‘계약의 형식’이 아니라 ‘계약의 실질’ 즉, 어떻게 일했는지에 따라 근로자인지 아닌지를 판단한다고 했어요.

업무지시, 업무매뉴얼, 출·퇴근 시간, 근무 장소, 근태 관리 등이 있었다면 프리랜서(업무위탁, 도급 등) 계약서를 썼더라도 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됩니다. 따라서 ‘근로자’님이 학원 원장에게 지휘명령을 받았다는 증거를 모으는 게 중요한데, 직장갑질119에서 만든 ‘프리랜서 감별사’를 활용해 증거를 수집하세요. 퇴사한 후에도 노동청에 체불임금 진정 등을 하면 근로자임을 인정받을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근로자인지 아닌지는 하늘과 땅 차이, 조선시대 평민과 노비의 차이라고 할까요? 근로자라는 신분은 근로기준법, 최저임금법, 산업안전보건법, 남녀고용평등법, 퇴직급여법, 고용보험법, 노동조합법 등 10개가 넘는 노동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근로자가 아니라면,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천민’이 됩니다. 주 120시간 노동을 해도 야근수당을 한 푼도 받지 못하고요, 온갖 폭언과 갑질을 당해도 신고조차 할 수 없어요.

서울 마포구 문화방송(MBC) 사옥. 정용일 선임기자 yongil@hani.co.kr

고(故) 오요안나 캐스터는 문화방송(MBC)의 보도국 기상팀에서 일했지만, MBC의 ‘근로자’가 아니었습니다. MBC 기상캐스터 6명 전원이 프리랜서 신분이었어요. 고인을 비롯한 캐스터들은 근로기준법상 ‘직장 내 괴롭힘 금지 조항’의 적용을 받을 수 없었습니다. 직장 내 괴롭힘을 신고할 수 있었다면, 회사나 노조의 보호를 받을 수 있었다면 고인을 살릴 수 있지 않았을까요?

그런데 MBC는 “MBC 흔들기 차원에서 접근하는 세력들의 준동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한다”고 했고, 노조는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접근은 자제가 필요해 보인다”고 했습니다. MBC와 노조가 불법 프리랜서 고용에 대해 ‘눈곱’만큼이라도 관심이 있었는지 궁금해지네요.

더 ‘웃기는 짬뽕’은 고용노동부와 정치권입니다.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5인 미만, 용역, 하청, 특수고용, 프리랜서, 플랫폼 등 직장인 절반에게는 적용되지 않아 법 개정이 절실했지만, 정부는 ‘강 건너 불구경’이었습니다. 거꾸로 정부와 여당은 법을 악용한 허위신고가 심각하다며, 지속·반복성 등 법 요건을 강화하겠다고 했어요. 비가 줄줄 새는 반쪽짜리 법마저 뭉개려고 했던 자들의 호들갑이 참으로 꼴불견입니다.

2019년 채택된 국제노동기구(ILO) 190호 ‘폭력과 괴롭힘 협약’은 고용형태에 관계없이 정규직, 비정규직, 프리랜서, 실습생, 자원봉사자, 해고노동자, 구직자 등 모든 노동자에게 적용됩니다. 현재 47개국이 협약을 비준했는데, 선진국이라는 우리나라는 뭘 하고 있는 걸까요?

국민의힘이 청문회와 특별근로감독을 하자는데, ‘완전’ 좋아요. 캐스터가 근로자인지 아닌지 따지고, 방송사 프리랜서 실태 전수조사를 합시다. 불법 프리랜서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오요안나법’을 만들자고요. 여야 합의로!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거부하진 않겠죠?

박점규 직장갑질119 운영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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