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증외상센터, 드라마 아니었네”…국내 유일 심장·뇌·혈관 삼위일체팀 만났더니
심장·혈관질환에 뇌졸중까지
국내 첫·유일 통합진료 병원
10년 팀워크로 ‘환자 퍼스트’
외국인 환자들도 종종 찾아
아시아 협진 허브로 키울 것

달라도 너무 다른 팀원들이 ‘환상의 짝꿍’으로 성장해 가는 과정을 담은 드라마 ‘중증외상센터’가 인기다. 의미는 좀 다르지만, 이보다 더 환상의 팀워크를 자랑하는 의료진이 삼성서울병원 심장뇌혈관병원에 있다. ‘심장’만으로도 단어가 주는 무게감이 상당한데, 뇌와 혈관까지 함께 다룬다. 어지간히 손발이 맞지 않고서는 쉽지 않은 일, 어느 새 11년 차 팀이 됐다.
드라마 속 주인공 백강혁(주지훈) 같은 의사는 없지만, 팀 전체가 ‘스타’인 곳이다. 지난해 2월부터 심장뇌혈관병원을 이끌고 있는 이상철 병원장은 “처음부터 ‘스타 의사’가 아닌 ‘스타 팀’을 만들자고 뜻을 모았고, 그 결과 지금의 구조를 만들 수 있었다”며 웃었다.
이 병원은 그물망처럼 복잡하고 촘촘하게 얽혀 있는 심장질환과 뇌졸중, 혈관질환을 한데 묶어 통합치료한다. 국내 최초이자 유일한 시도로, 앞서 미국 하버드 의대 매사추세츠 종합병원이 심장뇌혈관병원을 설립하려고 했지만 끝내 실패했을 정도로 쉽지 않은 모델이다.
심장뇌혈관질환에서 팀 협진이 중요한 이유는 뭘까. 이 원장은 “뇌출혈과 심근경색은 온몸에 연결돼 있는 혈관 계통에 문제가 생겨 나타나는 질환들”이라며 “원활한 혈액 공급이 치료의 핵심이라는 것과 골든타임을 사수해야 하는 것 등이 공통점”이라고 말했다. 특히 그는 “발생 부위만 다를 뿐 환자군이 같기 때문에 외과, 내과 등 진료과목을 초월한 종합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심장뇌혈관병원의 가장 큰 특징은 운영 주체가 ‘질환 중심의 다학제팀’이라는 점이다. 개별 진료과목이 아닌 심부전팀, 부정맥팀 등으로 묶인 의료진이 한 환자를 처음부터 끝까지 책임지는 구조라 의사결정 속도가 빠르고 치료 정확도가 높다.
이 원장은 “관상동맥질환팀은 순환기내과·흉부외과, 폐고혈압팀은 순환기내과·흉부외과·호흡기내과, 부정맥팀은 순환기내과·흉부외과·소아청소년 심장분과 의사들로 구성돼 있다”며 “모든 팀이 일주일에 한 번 이상 회의를 거쳐 적합한 치료 방침과 적용 순서 등을 논의하는데, 활발한 소통 덕에 실제 시술이나 수술까지 걸리는 대기시간이 짧고 환자들 만족도가 높다”고 말했다.
‘환자 중심 병원’이라는 이상적 모델을 현실화하는 작업이 순탄치만은 않았다. 수십 년간 서로 다른 영역에서 진료와 연구, 술기 역량을 쌓아온 의사들을 한 팀으로 움직이게 하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기 때문이다. 이 원장은 “치료법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각 과의 의견이 충돌할 수 있는데, 경쟁적 관계를 허물고 완전한 소통을 이뤄내는 건 큰 과제”라고 말했다.
탄탄한 협업 덕분에 이 병원은 줄줄이 국내 최초 기록을 쓰고 있다. 2015년 3세대 좌심실 보조장치(LVAD) 인공심장 이식수술에 성공하고 이듬해 인공심장 클리닉을 개소한 것, 2020년 심장재동기화 치료 300례를 기록한 것 등이 대표적이다.
지난해에는 최신 뇌동맥류 스텐트 장비를 도입해 세계 최초로 시술에 성공했다. 이 원장은 “인공심장은 말 그대로 심장 역할을 하는 장기이기 때문에 단순히 이식이 잘됐다는 것만으로는 환자의 예후를 장담하기 어렵다”며 “한 번 달면 10여 년은 철저히 관리해야 한다는 점에서 내과, 재활의학과 등의 조력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임기 내 목표는 심장뇌혈관병원의 팀워크와 우수성을 전 세계에 알려 소속 의료진의 자긍심을 높이는 것이다. 그는 “필수의료에 몸담은 의사들을 움직이게 만드는 힘은 금전적 이익이 아닌 자기 만족에서 온다”며 “의료진이 환자를 돌보는 일에 더욱 보람을 느낄 수 있도록 중증 심부전, 폐동맥 고혈압 등 난치 분야에서 각종 성과를 영문판으로 제작해 여러 곳에 알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국제 진료에도 힘써 심장뇌혈관병원을 아시아 지역의 의료허브로 키울 방침이다. 순환기내과 교수인 그는 10여 년 전부터 일주일에 이틀은 내국인 환자, 하루는 외국인 환자들을 보고 있다. 그는 “특히 중동지역 환자들을 보면 경제적 여유가 있음에도 현지 의료 질이 열악해 병을 키워 오는 경우가 많다”며 “실력 있는 의료진과 수준 높은 시스템을 활용해 환자도 살리고, 대한민국 의료의 우수성과 우리 병원의 전문성도 적극 알리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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